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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0011 - S0020

찰밍 2020. 7. 21. 03:15

11


퇴근한 후배를 굳이 전화로 불러내는 상황.
도대체 무엇이 어느정도로 “잘 안풀린” 건가 했더니———

[ 유이의 랩 ]

나츠메 : ......저, 어제까지 코타로씨가 죽을정도로 모아둔 서류는 대강 처리해두었을텐데요.
나츠메 : 이 서류묶음은, 어디서 솟아난거죠 ?

유이 : 불만이라면, 툭하면 종이에 써서 내라는 이 구조를 채택하고있는 인간에게 말해줘.
유이 : 우선, 특히 긴급성이 높은 것을 골라냈어.
유이 : 내일 아침까지 내지않으면, 과의 업무에도 영향이 가.

“늦어지면 내년도 예산에 영향”
“미제출시에는 2주간 연수에 강제참가
건네받은 서류 어느것에도, 빨간 글씨의 메모가 붙여져있었다.

나츠메 : ( 이건, 세키 과장님의 글씨다...... 이런 일까지 하셨던건가. )
나츠메 : 하아.....이정도 양은 마음먹고 혼자서 해도 아침까지는 여유롭게 끝나요.

유이 : 믿음직스럽군. 그 말을 들으니 안심되네.

나츠메 : 스스로 해주세요라는 뜻입니다.

유이 : 공교롭게도, 나는 나밖에 못 하는 일로 손을 뗄수가 없어.

나츠메 : 저도 무립니다. 술 마셨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나츠메 : 중요한 서류를, 술취한 사람에게 만지게해서 되겠어요 ?

유이 : 호기시의 알코올 냄새가 옅고, 동공과 혈색의 상태, 그 또렷한 걸음걸이를 보았을때,
유이 : 취할정도로 마신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나츠메 : ( ......들어왔을때 흘끗 봤을뿐인데, 동공까지 본건 소름돋는데. )

유이 : 무슨일이든간에, 약학의 미래를 위해서다. 손을 빌려줘.

나츠메 : 약학의 미래를 대면 뭐든 해결될거란 생각은 그만두세요.

유이 : 정말이지. 그걸로 해결된다면 한 번 퇴근한 후배를 다시 불러들일 필요도 없었을텐데.
유이 : 상층부는, 약학의 미래보다도 규칙이 중요한 것 같아. 어이가 없어서 무슨 말을 못하겠어.

나츠메 : 저는 코타로씨에게 어이가 없지만요.

유이 : 커피는 저쪽이다. 마음대로 마셔.

나츠메 : 텅 비어있는데요.

유이 : 원두는 그 밑의 선반이야.

나츠메 : ......됐어요.

모니터에서 전혀 눈을 떼지않는 코타로씨에게, 그야말로 무슨 말을 못하겠어서
바닥에 남은 커피가 타서 냄새를 풍기는 유리 포트를 손에 들었다.

나츠메 : ( 내일, 아침 일찍 대휴(*휴일에 일한 대신으로 얻는 휴가) 교섭을 해야겠어. )

불합리하게 떠넘겨진 일로 안달하는것도 바보같아, 여유롭게 커피를 준비했다.
드립을 기다리는 동안 과에서 가져온 노트북을 둘 곳이 어디에도 없어서
테이블 위에 쌓인 파일과 봉투, 비닐에 든 무엇인지 모를 정제를 한데로 합쳐 가장자리로 밀었다.
몇 개인가, 무엇인가가 떨어진 소리가 났지만 못 들은걸로 했다.
이렇게나 흐트러져있으면, 테이블 위도 바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츠메 : ( 아. 볼펜 가져오는거 까먹었다. )
나츠메 : 코타로씨, 쓸만한 펜 하나 빌려주세요......

유이 : ......

나츠메 : ( ......또, 그걸 보는건가. )

읽고있는건지 의심될 정도의 속도로 스크롤되어가는, 숫자의 나열.
코타로씨가 주시하고있는 모니터에 표시된 것은, “항상 보는” 파일이었다.

나츠메 : ......무슨 데이터인지.

유이 : 이츠키나 다른사람들에게 못 들었나 ?

나츠메 : ! 까, 깜짝이야...... 갑자기 대답하지 마세요.
나츠메 : 못 들었어요. 화제로 꺼낸적도 없고.
나츠메 : 코타로씨밖에 못 하는 일이라면, 저와는 관계없겠죠.

유이 : 확실히 이 작업은 내 담당이지만, 애초에 이건 수사기획과의 일이야.
유이 : 배속된 시점에서, 나츠메도 무관계하지 않아.

나츠메 : 수사기획과의, 일......?

유이 : 우리들은——— 기적의 DNA를 가진 “약효체질”을 찾고 있다.




12


[ 유이의 랩 ]

나츠메 : 약효체질......? 뭡니까, 그게.

유이 : 간단히 말하면, 선천적으로 약제내성을 가지고있는 인간을 가리키지.
유이 : 약리학에서 말하는 “내성”과는 전혀 달라.
유이 : 약물의 무효화가, 유전자정보에 짜여있어.

나츠메 : ......그게 무슨 판타지인가요.

유이 : 판타지가 아니야. 이론상,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유이 : 시간은 걸렸지만, 혈액정보로부터 체질보유의 유무를 어느정도 판단할 수 있는 데까지 왔어.
유이 : 다음은 찾아내는 것 뿐이야.

나츠메 : 찾아내는것 뿐이라해도...... 애초에, 어떤 기준으로 혈액 데이터를 모은거죠 ?

유이 : 국내에 존재하는 데이터, 전부.

나츠메 : 네 ? 국내, 전부라니.
나츠메 : 그건 아무래도 너무 지나친것 아닌가요. 방대한 정도가 아니라고요.

유이 : 그래. 헌혈센터의 데이터만으로도 미쳐버릴것 같아.

나츠메 : 어,

유이 : 하지만, 그만큼의 노력을 걸 가치가 있어.

나츠메 : ......설마. 진심으로, 말씀하시는 겁니까 ?

유이 : 그래서 내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에 할애하는 시간은 1초도 아까워.
유이 : 나츠메가 오고나서부터 내 일은 확실히 순조로워졌어. 감사하고있다.

나츠메 : ......대단하네요.

유이 : 그래. 약효체질은 기적이야.

나츠메 : 그게아니라, 코타로씨요.

유이 : ?

나츠메 :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도 없는, 존재한다해도 이 나라에 있는지 어떤지 모르는데.
나츠메 : 있을 “지도 모른다” 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사람 하나 찾기 위해서
나츠메 : 그런 정신이 나갈 것같은 작업을 계속하고 계시는군요.

유이 : 있을지도 모른다, 가 아니야. 분명 어딘가에는 있다.
유이 : 없다고 하는것을 찾는다니, 이 세상에서 가장 비생산적인 일이야.
유이 : 국내에서 끝까지 찾아내지 못하면, 다음은 다른 나라를 찾아.
유이 : 찾을때까지 찾으면 찾는다. 단순한 이야기지.

나츠메 : ......하하. 정말, 엄청난 집념이시네요.

유이 : 집념이라면, 이츠키가 훨씬 엄청나다고 생각하는데.

나츠메 : 이츠키씨 ?

유이 : 한 번 퍼진 약물을 “모두 회수한다”니 제정신이 아니야.

나츠메 : ......아아.
나츠메 : ( 그건가...... )



13


[ 유이의 랩 ]

옛날, 어느 제약회사에서 개발된 의약품의 실패작.
마약으로 나돌던 그것을, 이츠키씨는 배속 당시부터 계속 쫓고있었다고 한다.

유이 : 이츠키정도로 자신의 신념에 진지한 사람은, 그렇게 없어.

나츠메 : ( ......신념. )

유이 : 그렇게나 끈질기고 빈틈없는 남자도 그렇게 없다고 생각해. 그것도 포함해서 마토리는 천직일테지.

나츠메 : 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나츠메 : 뭐 그래도, 그런거라면 우리 과 사람들은 모두 천직아닐까요 ?
나츠메 : 이 소수인원으로 그렇게나 성과를 내는건, 너무 지나쳐서 좀 이상하게도 느껴지고.

유이 : 뭐, 천직인지 어떤지는 별개로두고 이마오지군과 세키 과장님도, 나나 이츠키와 비슷한 부분은 있겠지.
유이 : 두 사람 다 자기 이야기를 안하고, 들어본 적도 없지만.
유이 : 그 사람들은 [ 특별히 아무 이유없이 이 일을 선택한 인간 ]이 일하는 방식이 아냐.

나츠메 : ......두 분에게도, “집념”이 있다는 겁니까 ?

유이 : 부르는 이름이 뭐든간에, 각자 집착하는 무언가는 있겠지.
유이 : 그런것도 아니라면 이런 수지가 안 맞는 격무에, 불평도 없이 계속 일할리가 없어.

나츠메 : 하하. 뭐, 그건 그렇네요.
나츠메 : 그럼 저는———— 머지않아 계속 못할지도 모르겠네요.

유이 : ......

그건 의외로, 본심이었다.
하지만 농담으로 들리게 한사코 가볍게 말했다.
코타로씨의 대답은...... 예상과 다르게, 돌아왔다.

유이 : 뭐야. 그만두고싶은건가 ?

나츠메 : ...... 그렇게는 말 안했고, 너무 직구를 날리시는데요 ?

유이 : 나츠메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유이 : 시간외 노동을 싫어하는 사람이 이런 주야도 휴일도 없는 일을 골랐다면
유이 : 그거야말로, 무언가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했었는데.

나츠메 : 하하. [ 왜 하필이면 ? ]은 가족에게도 들었지만요. 정말로 그런건 없어요.
나츠메 : 정말로. 아무것도.

유이 : ......
유이 : 그래. 뭐, 서류 부탁해.

대충하는 대답을 마지막으로 코타로씨는 다시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고,
갑자기 시작되었던 잡담은 갑자기 끝이났다.
그 이후, 필요한 것을 단적으로 주고받고 확인하는 것 이외에 대화도 없이,
거북한것도 편안한것도 아닌 침묵 속에서, 담담히 서로의 일을 처리하고 얼마 지났을 무렵——

나츠메 : ( 누구야, 이런 시간에...... )
나츠메 : ......코타로씨.

유이 : ......

나츠메 : ( 이런. 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는거군, 이건. )
나츠메 : ......네, 수사기획과입니다.

아오야마 : [ ————나츠메 ? ]

나츠메 : ......어라. 이츠키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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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이의 랩 ]

아오야마 : [ 너가, 왜 있어 ? ]

나츠메 : 코타로씨가 불렀어요.
나츠메 : 약학의 미래를 위해서, 자기 대신 급한 서류를 처리해달라고.

아오야마 : [ 그녀석은 정말...... 약학의 미래를 대면 뭐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군. ]
아오야마 : [ 본인은 뭐하고 있어 ? ]

나츠메 : 늘 하는 파일 체크를 하고 있어요. 바꿔드려요 ?

아오야마 : [ 부탁해. ]

나츠메 : 코타로씨. 이츠키씨입니다.

유이 : 지금 자리를 비웠다고 말해줘.

나츠메 : ......코타로씨가 [ 지금 자리를 비웠다고 말해줘 ] 라고 하시네요.

유이 : 나츠메.

나츠메 : 왜그러십니까 ?

유이 : 하아...... 알겠어, 바꿔.

나츠메 : 네, 부탁드려요.

유이 : 무슨일이야 이츠키. 이런 시간에.
유이 : ......
유이 : 거절한다.

코타로씨의 단호한 대답 후, 그 즉시 “거절하지 마”라는 이츠키씨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나츠메 : ( ......혹시, 슌씨 현장에 이츠키씨도 가있는건가 ? )
나츠메 : ( 지원요청인가. )

[ 곤란해. ] [ 난 내근이다. ]
이런 주장들이 어떤식으로 기각당한건지는 모르지만,
코타로씨는 결국, 정말로 “마지못해” 라는 모습으로———
열려있던 윈도우 창을 닫았다.

유이 : 가면 되잖아......

나츠메 : ( 역시. 오늘도 이츠키씨의 승리. )

유이 : 주소는 나츠메쪽에 문자로 보내줘.
유이 : 아아. 본인이 뭐라 하든 데리고 갈거야.

나츠메 : ......

흘려 들을 수 없었던 한 마디를 끝으로, 코타로씨는 재빠르게 전화를 끊었다.

나츠메 : 코타로씨, 방금.

유이 : 이츠키의 담당사건 현장에 갑작스럽게 움직임이 있었다고 해. 이런 시간에 관계없는 사람한테까지 폐끼치는 놈들이라니.(*원문: こんな時間に傍迷惑(옆 사람에게 끼치는 폐)な連中だな)

나츠메 : 슌씨 쪽과는 다른 건입니까 ?

유이 : 그래. 그래서 우리들이 가는것 외엔 방법이 없는듯해.
유이 : 성가시군.

나츠메 : ......하하. 마음이 맞네요.
나츠메 : 저도 완전 같은 기분이거든요.

불평을 하면서도 코타로씨는 실험가운을 벗고, 노트북을 가방에 넣어 준비를 해나갔다.

유이 : 면허는 갖고있어 ? 이동시간을 버리지 않기위해서라도 운전을 부탁하고싶은데.

나츠메 : 갖고는 있는데, 운전은 무립니다.

유이 : 합법적으로 엑셀을 밟을 수 있는데 뭐가 무리야.

나츠메 : 아니, 완전 불법이거든요. 음주운전.

유이 : ......

나츠메 : 그런 표정지으셔도, 불법이라.
나츠메 : 운전수도 될 수 없는데다 아직 서류도 남아있고 하니,
나츠메 : 저는 사무실을 보고있을게요, 괜찮죠 ?

유이 : 괜찮을리가 없잖아. 됐으니까 나갈 준비를 해줘.
유이 : 빨리 끝내고 돌아오지않으면 아침까지 제시간에 못 맞춰.

나츠메 : ......그 말씀은, 현장에 갔다온 뒤에 다시 돌아와서 아침까지 이걸 끝내라는 겁니까 ?

유이 : 이런 날도 있지.
유이 : 마토리는, 격무니까.

나츠메 : ......!


최악.
그 한 마디밖에 나오지않는 상태로, 코타로씨의 차로 향한 현장은
“어떻게 보아도” 낡아빠진 아파트였다.



[ 현장, 아파트 앞 ]

유이 : 이마오지군 쪽, 상황은 어때 ?

아오야마 : 20분전에 문자했을때, 아직 좀 더 걸릴것같다고 했었어. 이쪽은 우리들끼리 처리하는 수 밖에.

유이 : 하아...... 어째서 이렇게 겹치는거야,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마약상들이군.

아오야마 : 마약상도 너한텐 그런말 듣고싶지 않을걸.

평소대로 말을 하는 코타로씨와, 평소처럼 응하는 이츠키씨.
다른것은——— 허리의 홀스터에 권총이 들어가있다는 것.

나츠메 : ......

자켓의 위로, 내 허리에도 “그것”이 있는것을 확인한다.

나츠메 : ( ......정말, 최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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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아파트 앞 ]

아오야마 : ......그러고보니.
아오야마 : 나츠메는 권총을 휴대하는 현장이 처음이겠군.

나츠메 : 그렇네요. 연수때 만져본뒤로 처음입니다.

아오야마 : 성적은 ?

나츠메 : 그다지, 지금 이 상황에 떠올리고싶은 점수는 아니었네요.

아오야마 : 그렇군.
아오야마 : 뭐, 그렇다고해도 발포할 상황같은건 그렇게 없으니까 안심해.

나츠메 : 하하. 고맙습니다. 안심했어요.
나츠메 : 그래도 발목잡고 싶지는 않으니, 너무 중요한 일은 맡기지 말아주세요.

아오야마 : 걱정마. 나랑 코타로만으로 잘 커버할게.

유이 : 나도 똑같아, 이츠키. 네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아.

아오야마 : 그럼 제대로 일해.

유이 : 차별이야......

아오야마 : 일일이 따지지마.
아오야마 : ———간다.

나츠메 : ......


[ 현장, 아파트 실내 ]

아오야마 : ———입고있는 옷은 어때 ?

나츠메 : 패키지 2점과 주사기. 새카맣네요.

아오야마 : 알았어. 그정도만 확보하고, 현관 좀 보고있어.

나츠메 : 알겠습니다.

유이 : 이쪽은 갖고있는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수납장에서 대량의 건조찻잎이 나왔어.
유이 : 아주 초록빛이 선명한 우롱차군.

아오야마 : 대마인가......

유이 : 맞아. 상당히 품질이 좋아.

아오야마 : 그런 말할 상황이냐.

이츠키씨가 말한 대로, 총을 쏘긴 커녕 자세를 취할 일도 없이......
돌입부터 진행된 일련의 과정은, 맥이 빠질 정도로 순조로웠다.

나츠메 : ( 정말로 지나치게 순조로워서, 연수 받는 것 같다. )
나츠메 : ( 이 상태라면 앞으로 15분만 있으면—— )

아무 일 없이 끝난다, 고 생각하던 때였다.


남자 : ......우아아아아악 ! ! !

나츠메 : !

아오야마 : ! 나츠메 ! !

계속 방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집주인 남자가 갑자기 기괴한 소리를 지르며
현관을 막듯이 서있던 나를 노리고———
날붙이를 가지고 돌진해왔다.

나츠메 : ( 아까 확인했을때는, 날붙이같은건 어디에도...... ! )

위험하다.
이 말 밖에 생각하지 못하고
급격히 시야가 좁아지는것을 느끼며,
순간적으로 허리로 향한 손은———


유이 : ———쏘지마 ! !

나츠메 : !

처음 듣는 코타로씨의 큰소리에, 몸이 굳었다.





16


[ 현장, 아파트 실내 ]

아오야마 : ......놔.

남자 : 으악 ! ?


정신이 들고 보니 눈 앞에는 이츠키씨의 등이 있었다.

아오야마 : 얌전히 있어.

남자 : 으으......

나츠메 : ( 아......날붙이, 주워야하는데. )

바닥에 떨어져있던것은, 마치 장난감같은 과도.

나츠메 : ( ......이런것에 놀라서, 권총을 쓰려고했다니. )

바보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 심장은 빠르게 뛰고있었다.

아오야마 : 괜찮아 ?

나츠메 : 네. 고맙습니다.

아오야마 : 코타로. 여기, 좀 도와줘.

유이 : 그래.

나츠메 : 죄송합니다...... 소지품 확인을 제대로 못했나봐요.

아오야마 : 아니. 네 실수가 아니야.
아오야마 : 그것보다, 잘 버텼네. 덕분에 놓칠일은 없었어.

나츠메 : ......하하.

[ 버틴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움직이지 못했을 뿐이에요. ]
아무래도 한심해서, 말할 순 없었다.

나츠메 : 쏘지말라고 하셨을땐 첫 현장에서 죽게되는 줄 알았지만요.

유이 : 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렇게 말했다만.


머리를 숙인 남자의 양팔을
마치 고서적이라도 묶듯이 단단히 묶은 코타로씨는
방금 전 소리지른 적이 없었던 것처럼 태연했다.

유이 : 그리고. 그 거리, 그 각도로 쐈을때
유이 : 최악의 경우엔 죽였을걸.

나츠메 : ......아


산뜻이 귓가에 박히는 한 마디에, 바로 소름이 돋았다.

유이 : 그럴때는 피해도 돼. 놓쳐도 이츠키가 쫓아가서 어떻게든 할테니까.

아오야마 : 너도 쫓아가.

유이 : 이츠키가 더 빠르잖아.

아오야마 :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나츠메 : ......

손은 멈추지 않으면서도 사정없이 주고받는
여느 때와 같은 두 사람, 여느 때와 같은 실랑이.
하지만 난 평소처럼 그것에 어울릴 수 없었다.
홀스터가 무거워서,
견딜 수 없었다.


17


[ 나츠메의 호텔, 리빙룸 ]

나츠메 : ......
나츠메 : ( ......지쳤다. )

[ 나머지는 스스로 알아서 하게 하겠다 ] 고 이츠키씨가 코타로씨를 붙잡아준 덕에,
나는 현장이 일단락되고 난 후, 그대로 풀려날 수 있었다.

나츠메 : ( 내일 준비하고, 세탁 내놓을 옷들 모아서, 샤워—...... )
나츠메 : ( ......이젠 뭐든, 할 마음이 안 들어. )

전부 내일로 미루고, 이대로 자자.
마음을 먹고 눈꺼풀을 닫은 순간, 코타로씨의 “그 말”이 되살아났다.
[ 최악의 경우엔 죽였을걸. ]


나츠메 : ......

잘 대답할 수 없었던 질문.
남아버린 맥주.
랩에서 했던 대화.
모두에게는 있고, 나에겐 없는것에 대한 이야기.
움직일 수 없었던, 그 순간.

나츠메 : ......아—아
나츠메 : ( 정말, 바보같다. )

침실 선반의 두번째 칸,
병에 남은 “1회분”에 손을 댈까 망설이자
전화가 울렸다.

나츠메 : ......

화면에 표시된 이름에, 무거운 한숨이 흘러나온다.

나츠메 : ( ......정말. 운이 나쁜 날이야. )
나츠메 : 여보세요.

[ 아-, 하루. 안 잤구나. ]

나츠메 : ......무슨 용건이야 ?

[ 용건이 없으면, 동생에게 전화하면 안되나 ? ]

나츠메 : ......

[ 형사놀이는 좀 어때. ]

나츠메 : ( ......형사와 마토리는 다르다고, 몇번이고 얘기했었는데. 정말로 관심이 없구나. 이 인간은. )
나츠메 : 그냥 그런데.

[ 그렇다기엔,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는데 ? 무슨일 있었어 ? ]

나츠메 : ......딱히.

[ 하하. 있었구나 ? 입에 담기도 싫을정도로, 상처받은 일이. ]

재밌어서 어쩔 수가 없다는 듯의 음성에, 점점 지쳐간다.

[ 역시, 그 일——— ]
[ 하루의 적성엔 안 맞는거겠지. ]

나츠메 : ......

어느 정도의 적성이 있으니까, 마토리가 되었다.
어떻게든, 그런대로 해나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츠메 : ......그럴지도.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


18


[ 청사, 복도 ]

세키 : ......
세키 : ( ......3시인가. 일단 집에 간다고하면 출근시간까지, 조금밖에—— )

삐삐—익, 손 들어.

세키 : 응 ?

와타베 : 잔업경찰이다. 지금, 몇시라고 생각하나 ?

세키 : ......그 말 그대로 되돌릴게. 이런 시간에 뭐하고 있어 ?

와타베 : 하하. 아니, 파트너가 오늘도 열심히 잔업하고있는 것 같아서.
와타베 : 퇴근하기 전에 선물.

세키 : 언제부터 파트너가 된거야.

와타베 : 파트너같은 거잖아. 자, 커피.
와타베 : 마침 사려고 했었지 ?

세키 : 맞아...... 미안하네.

와타베 : 고마워, 겠지. 천만에요.

세키 : ......둘 다 스스로 하는거야 ?

와타베 : 그 대신이라 하면 안되겠지만, 좀 들렀다가도 돼 ?
와타베 : 퇴근전에 잠깐 휴식.

세키 : 늘 그렇듯이, 의자밖에 없어.

와타베 : 좋네.


[ 수사기획과 ]

와타베 : 유이군은 랩에 있어 ?

세키 : 아니, 조금 전 퇴근했어.
세키 : 오늘은 이제 나 밖에없어.

와타베 : 어라, 생각했던것보다 빠르네. 숨겨뒀던 서류 처리가 벌써 전부 끝난거야 ?

세키 : 나츠메가 어느정도까지 도왔다고하는데.
세키 : 절반 이상은 끝낸것 같아.

와타베 : 과연. 정말로 믿음직한 신입이네~
와타베 : 뭐 그런거라면 유이군 분량은 내가 가져갈게.
와타베 : 건배.

세키 : 수고했어.

와타베 : ......으-음. 심야의 카페인은 뇌에 스미는것 같네.

세키 : 퇴근하고 바로 잘텐데, 이런게 스며들어서 괜찮겠어 ?

와타베 : 하하. 무슨, 이런 양은 달군 돌에 물이랍니다.(*焼け石に水:고식지계, 언발에 오줌 누기 같은 의미의 속담.)
와타베 : 지금 엄청 졸리니까. 뭣하면 마시면서도 잘 것같아.

세키 : 커피 흘리지마.

와타베 : 그걸 걱정하는거야 ? 정말이지, 매정하구만~
와타베 : ......그래서. 그 뒤로는 어때 ?

세키 : 뭐가.

와타베 : 나츠메군. 조금은 마음을 열어줬어 ?

세키 : ......


19


[ 수사기획과 ]

세키 : ......모르겠지만, 아마 아직 인것같아.

와타베 : 저런~. 가드가 단단하네.

세키 : 과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업무엔 아무 문제도 없어.
세키 : 오히려 정말로, 지나칠정도로 잘 해주고있는데.

와타베 : 하지만. 뭔가 걸리는구나.
와타베 : 나도 그래.

세키 : ......우연히 오늘, 가볍게 한잔하자고 했었어.
세키 : 그 있잖아. 전에 갔던 어묵.

와타베 : 아아, 그 가게. 어땠어 ?

세키 : 거의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밖에 안했지만.
세키 :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어떤 마토리가 되고싶은가라는 질문에서, 당황시켜 버렸어.

와타베 : 구체적으로, 뭐라고 했는데 ?

세키 : 생각해본 적이 없대.

와타베 : ......그렇군.

세키 : 일에 관해서도 그 이외의 것도, 곧잘 대답하는 인상이 있었으니까.
세키 : 좀 놀랐지만.
세키 : 그후의 모습도 그렇고, 아마 듣고싶은 질문은 아니었던 것 같아.

와타베 : ......

세키 : 자기는 열의나 목표로 이 일을 선택한게 아니라고도 했어.

와타베 : 하하. 세키같은 말을 하네.

세키 : 그래서, 나도 똑같다고 했는데.
세키 : 내가 신경 써준거라 생각한건지, 역으로 신경쓰게 한 기분이야.

와타베 : 신경 쓰게했다기 보단, 그저 나츠메군이 의미없는 대응을 한 것 아닐까.(*空回り:의논 등이 성과를 얻지못한 채 시간만 흐르는것.)
와타베 : 그런 머리가 좋은 아이는, 갑자기 정돈되지 않은 말을 뱉어버리면 동요하니까 말야.
와타베 : 어리네~

세키 : ......그런걸까.

와타베 : ....... 또, 쓸데없는 생각하지 ?

세키 : 뭐 ?

와타베 : [ 뭐하고 있는걸까, 난. ] 같은 얼굴하고 있어.

세키 : ....... 가끔, 그런 말을 하긴하는데. 무슨 얼굴이야.

와타베 : 그러니까, 그런 얼굴이라고.
와타베 : 세키 말야. 마토리가 된 것도, 과장이 된 것도.
와타베 : 이렇게 해서 잘된건가 하고, 아직도 좀 생각하고 있지 않아 ?

세키 : ......그건.

와타베 : 괜찮아. 잘됐으니까.
와타베 : 난 그렇게 생각해.

세키 : ......

와타베 : 그것도 그렇고, 아무리 생각해도 세키가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못 했을거같아.
와타베 : 그도 그럴 것이 너, 뒤에서 네가 뭐라고 불리는지 알아 ? 사이보그.
와타베 : 휴식 없음, 화 없음, 실패 없음. 인간이 아니라는데.

세키 : ......마토리는, [ “실수가 있었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일 ] 이니까.

와타베 : ......


20


[ 수사기획과 ]

와타베 : 그 말, 부장님이 하셨다고했나.

세키 : 맞아. 방향을 잃었을때마다, 떠올려.
세키 : 그 분이 안계시면, 마약단속부는 많이 변할거야.

와타베 : 이번 분기 가득 채우시고 은퇴하신다하셨지.
와타베 : 아직 하실 수 있으시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세키 : 당신의 의지로 하시는거래.
세키 : ......그러니, 부장님이 안심하시고 떠나실 수 있도록
세키 : 그 날까지, 이 과가 맡은 “일”에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으면 좋을텐데.

와타베 : ......

세키 : 차라리 진짜, 실패하지 않는 사이보그였다면 좋았을걸.
세키 : 부하에게 부담주고, 무리만 시키고. 생각하는 것도 정확히 헤아려주지도 못해.
세키 : ......제대로 되지 않는 일뿐이라, 한숨이 나와.

와타베 : ......하-아, 어쩔 수 없네. 특별히 이번만이야 ?

세키 : ? 무슨 일이야, 갑자기.

와타베 : [ 실패한 것은 이미 일어난 사실로, 되돌릴 수 없다. ]
와타베 : [ 이것을 성장할 기회로 삼을 것인가, 성장하지 않은 변명으로 삼을 것인가는, 앞으로의 자신에게 달렸다. ] 야. 세키.

세키 : 어...... ?

와타베 : 이건 기죽을때 떠올리는, 내가 간직해 두었던 말인데. 좀 빌려줄게.

세키 : ......그건, 누가 한 말이야 ?

와타베 : 그건 아무리 세키라도 안 가르쳐줘~

세키 : 뭐야 그건.

와타베 : 하하. 난, 보물은 내보이지않고 간직하는 타입이야.

세키 : ......

와타베 : 사실은 나도 어디사시는 누군지 모르거든. 이 말의 출처가.
와타베 : 만약 다시 어딘가에서 만난다면, 고맙다고 하고 싶어.

세키 : ....... 그렇군.

와타베 : 그래.

세키 : ( .......되돌릴 수 없는 이미 일어난 일을 성장의 기회로 할 것인가, 하지 않은 변명으로 할 것인가는 스스로에게 달렸다. )
세키 : 감사히, 빌려갈게.

와타베 : 쓰시죠.

세키 : 다시 만나면 좋겠네. 그 분과.

와타베 : 그렇네. 하지만, 우선은 그쪽부터야.

세키 : 우리쪽 ?

와타베 : 세키와 수사기획과라면 할 수 있을거야.
와타베 : 지켜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찾을 수 있을거고.
와타베 : 한 발 늦기전에 분명 그 손을 잡을 수 있어. 너희들의 일을 옆에서 보는 내가 보증해.

세키 : ......

와타베 : 아오야마군의 사건도 곧 정리되지 않아 ?
와타베 : 힘내, 과장님.

세키 : ......그 부분은, 파트너라 해야 하지않아 ?

와타베 : 하하. 뭐야, 의외로 마음에 들어했구나 ?

세키 : 커피 다 마셨으면 슬슬 퇴근해.

와타베 : 아. 매정해라.

세키 : 난 조금만 더, “힘낼”테니까.

와타베 : ......
와타베 : 아-뇨. 천만에요.

세키 :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

와타베 : 난 일이 빠른 남자거든. 그럼, 갈게.
와타베 : 너무 힘내서 감기 걸리지말라고~. 파트너.


세키 : ......
세키 : ......고마워.


[ 청사, 복도 ]

와타베 : 후아—, 아......
와타베 : ......
와타베 : ( 이런데서 무너지지마. 세키. )
와타베 : ( 우린, 갈길이 아직 머니까. )




————————————

적성에 맞지 않는다해도, 일은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또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 어느 날의 일이었다.


[ 수사기획과 ]

나츠메 : ......아. 슌씨, 이제 점식식사하세요 ?

이마오지 : 네. 조금 시간이 있어서, 먹으러 가려고요.

나츠메 : 저, 전에 그 카페 가보려고 하는데.

이마오지 : 아아, 그 파스타. 그럼 같이 가도 될까요 ?

나츠메 : 같이 가주시면 감사하죠. 거기 혼자서 가긴 좀 그래서.

이마오지 : 하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하시는 일 일단락 지었을때 불러주세요.

나츠메 : 괜찮아요. 이제 막......

세키 : 아, 나츠메. 미안, 점심 나가기 전에 잠깐 괜찮을까.

나츠메 : 네 ?

세키 : 상담창구에 도착한 신규 안건인데, 이걸 나츠메가 담당해줬으면 해.

나츠메 : 제가 담당, 이요 ?

세키 : 그래. 일에도 꽤 익숙해진 것 같고. 슬슬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세키 : 물론, 보조는 할거야. 맡아주겠어 ?

나츠메 : 뭐, 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츠메 : ( ......어 )

종이 한 장의 개요자료.
“상담내용”란에 간략히 정리된 한 문장에
순간, 숨이 막혔다.


세키 : 상담자는, 20대 여성.
세키 : [ 자신의 동생이, 약물에 의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는 내용이야.
세키 : ......나츠메 ?

나츠메 : ......아. 네.

세키 : 무슨 일 있어 ?

나츠메 : 아뇨, 아무것도.
나츠메 : 알겠습니다.



서랍의 두 번째 칸.
꿈에까지 나오는 갈색의 병이 어른거렸다.
정제가 막자사발에 떨어지는 냉담한 소리를 생각한 순간,
날 리가 없는 약품의 냄새가,
콧속을 무디게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