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블로그를 관리하러 들어왔다가, 생각보다 블로그를 많이 봐주신 것을 확인했습니다ㅎㅎ

2021은 두 관리자 모두 바빠서 거의 올리지 못했지만...

천천히나마 블로그 번역을 재개하려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추가로, >번역 리퀘<도 받습니다~!

-> 방명록에 번역 리퀘스트할 스토리가 있을 경우 적어주시면

확인 후 저희가 보유한 스토리일 시 번역 게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비밀번호 문의가 있으실 시에는 방명록으로 적어주시면 됩니다.

알림이 오지 않기 때문에, 답변이 너무 느릴 경우 hiyoumeet@gmail.com

으로 메일보내주시면 확인하겠습니다!~

 

 

게시물은 저희의 기력이된다면 꾸준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스타마이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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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 관련  (0) 2020.04.17

1



——당신의 이름은 ?

이즈미 레이입니다.

——몇 살 입니까 ?

올해로 25이 되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세요 ?

저의, 은......




[ 히야마저택, 거실 ]

카구라 : ......

오오타니 : ......그래서. 카구라가 왔어, 오랜만이네.

카구라 : 하토리와는 오랜만이 아니잖아.
카구라 : 그것보다, [ 그래서 ] 라니 뭐야 ?

오오타니 : 카구라에게 연락이 왔을때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거든.
오오타니 : 그 영상을 편집하지 않고 연결해둘거니까, 설명은 됐다는 말.
오오타니 : 그러니, 어서.

카구라 : 어, 잠깐......뭐야. 갑자기 내 차례야 ?

마키 : 나랑 하토리는 이미 끝났어.

히야마 : 아가씨와 관계를 쌓은 순서, 라면 나보다도 카구라가 먼저잖아 ?
히야마 : 혹시 준비시간이 좀 필요하다면 내가 먼저 이야기해도 상관없다만......

오오타니 : 피날레를 원해 ?

카구라 : 하토리는 시끄럽고.
카구라 : ......알겠어, 내 차례지. 이야기할테니까 이상한 훼방은 놓지 말아줘.

마키 : 아키. 그거 사전작업처럼 보여.

오오타니 : 기대되네.



카구라 아키


——당신과 그녀의 첫만남에대해 가르쳐주세요.

카구라 : 그 바의 손님답지 않은,
카구라 : 싸구려같은 정장을 입은 수상한 애가 가게에 들어온것이 멀리서 보여서
카구라 : 그대로 가까이 왔을때는 뭔가 했지.
카구라 : 같이 있던 나츠메군이 정상적으로 입고있었고 안정되었으니까 그때는 우선 조용히있었지만......
카구라 : 만약 이즈미가 한 사람 더 있었다면, 확실히 스탭을 불러서 제지시켰을거야.



——인상이 어땠나요 ?

카구라 : 얼굴도 자란환경도 좋아보이는데, 여자 취향이 별로라고 생각했지.

마키 : 그건, 나츠메씨에 대한 인상이잖아. 이즈미의 인상이야.

오오타니 : 아직까진 험담밖에 없어. 좀 더 솔직해지는건 어때 ?

카구라 : 전부 사실이야. 처음 만났을 즈음의 이즈미에 대한 인상따위, 최악이었다, 이외에 할 말 없어.
카구라 : 놀이 목적으로 스스로 다가간 하토리는 그렇다치고.
카구라 : 싫어하는 케이쨩에게는 관여하지말라고 했는데.
카구라 : 모르는새에 회사까지 쳐들어가고, 정-말 방심할 수가 없었어.
카구라 : 말해두는데. 너, 아주 싫어했었다고.

히야마 : ......

카구라 : ......히야마군. 그렇게 해맑게 웃고있으면 말하기 어려운데.

히야마 : 아-, 미안. 당시의 카구라를 떠올렸어.
히야마 : 신경쓰지말고 계속해.

카구라 : ......하아.




2


[ 거리 ]

레이 : ———무척, 멋지네요 !

우연히 보게된 디자인화를 내가 그린것이라고 인정한 순간,
바보같은 얼굴로 넌 그렇게 말했다.

카구라 : 뭐, 어휘의 빈곤함을 잔뜩 드러내는 듯한 부족한 칭찬이지만...
카구라 : 일단 받아는 줄게.

레이 : !

카구라 : ( ......무슨 공략의 실마리를 찾아낸듯한 얼굴을 하는거지. )
카구라 : ( 이정도 일로 내가 끌릴거라고 생각하는거야 ? 그렇게 간단하지 않거든. )

레이 : 그래도 정말, 멋진 작품을 만드시는 분은 존경해요.

카구라 : ......
카구라 : ......별로. 이런건 놀이니까.

레이 : 네 ?

카구라 : 언젠가는 그만둘거니까.

레이 : ......?

정말로 뜻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 이즈미를 내버려두고 난 발걸음을 서둘렀다.
무언가를 물어봐도 모두 무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이즈미가 입을 열고 내뱉은 말은, 질문이 아니었다.

레이 : ......아까워......

카구라 : 하 ?

레이 : 네 ?
레이 : ......! ? 앗, 입 밖으로 나왔나요 ! ? 죄송합니다, 실례했습니다 !

카구라 : ......

그건 나에게 전하려고 한 말이 아닌, 아마 정말로, 그저 새어나온 순수한 감정.

카구라 : ( ...... 네가 뭘 알아. )

“아까워”
아첨도 비난도 아닌 그 말은 작은 가시처럼 나를 찌르고,
그리고나서 계속, 빠지지않고 남아있었다.




[ 히야마저택, 거실 ]

카구라 : 기세만 등등한 바보에, 교섭능력도 전혀 없고.
카구라 : 모두, 왜 이런 애를 상대하는지 몇번이고 생각했지만
카구라 : 자기 일에는 아무 관계없는 실 한 올, 자투리 천 한 장 조차 신중하게 대하는 너를,
카구라 : ......누가 소중하게 여긴것을,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소중히 여기는 너를 보고
카구라 : [ 어째서 ] 같은 건, 생각하지 않게 되었어.
카구라 : 아니꼬우니까, 직접 네게는 말해주지 않을거지만.





——지금은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카구라 : 예전도 지금도, 어차피 앞으로도 계속 변하지 않아.
카구라 : ......누구도 이겨낼 수 없는, 바보중에 바보.
카구라 : 다음에 만났을때 다시 예전같이 촌스럽게 입고 있으면 있으면 용서 안 할거야.




4

히야마 마사오미


——당신과 그녀의 첫만남에대해 가르쳐주세요.

[ 히야마저택, 거실 ]

히야마 : 그 날은 [ 생기있는 신입이 들어왔으니 소개한다 ] 고 들어서
히야마 : 수사1과의 사람이 오는것이라 알고 있었다.
히야마 : 찾아온 두사람 둘 다 마토리라고 이름을 댄 시점에서, 단순한 소개가 아닐거라 짐작은 했지만
히야마 : 이번엔 도대체 뭘 꾸미고 있는건가, 눈 앞에 있는 두 사람보다도 핫토리를 생각하고 있었지.



——인상이 어땠나요 ?

히야마 : 그 때의 인상, 이라면......
히야마 : 특별히 없군.
히야마 : 열심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고 하는듯 했지만, 그것 뿐이다.

마키 : ......침울해하지마, 이즈미. 히야마군, 나쁜의도는 없으니까.

카구라 : 케이쨩 그거 위로가 되는거야 ?

히야마 : 핫토리가 보내왔다면 그나름대로의 의도가 있을거라 생각해, 대답은 일단 보류해두었지만,
히야마 : 그 시점에선 전혀 마음이 움직일 요소가 없었다.
히야마 : 아가씨가 만약 처음에 나를 스카우트하러 왔다면 틀림없이 거절했을테지.

오오타니 : 그렇겠지.

카구라 : 그걸 알았으니까 하토리는 먼저 케이쨩과 나를 스카우트하게 한거잖아.

오오타니 : 글쎄,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네.
오오타니 : 하지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레이쨩이 히야마를 스카우트할 기회를 얻은건,
오오타니 : 내 덕분이라는게 되네. 뭐 답례라도 받을까 ?

마키 : 기회가 없었다고는 하지 않겠지만
마키 : 그 호텔에 초대한 시점에서는 이즈미에 대한 인상이 거의 변한것 아니었을까.
마키 : 의리가 통한 것처럼 보였어.

히야마 : 그렇군. 세 사람이 신세를 진 만큼의 빚을 갚고, 그걸로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히야마 : [ 피드백의 유용성에 따라 스카우트를 받아들인다 ] 라는건 표면뿐이거나 방편은 아니었지만.
히야마 : 피드백에도, 이즈미 레이라는 사람에게도
히야마 : 난 솔직히 기대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오오타니 : 그런 느낌이었지.
오오타니 : 생각나네.



5


[ Revel의 바 ]

개업전 호텔로의 초대.
모니터링으로서의 피드백 요청.
그 유용성에 따라, 스탠드의 참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한다——
조건 모두를 그녀에게 전달한 밤.
[ 모처럼 왔으니 한 잔 ] 이라며 하토리에게 제안받아, 카운터에 앉았다.


히야마 : 하토리가 본 그녀는, 어떤 사람이지.

오오타니 : 히야마는 어떤 사람으로 보여 ?

히야마 : ......너희들과 잘 지내는것 같고 인간성에 문제는 없는것처럼 보이는데.
히야마 : 그 이외에 평가할 점이 눈에 띄진 않아.

오오타니 : ......

히야마 : 교섭역할로서도 마토리로서도 특별한것은 느껴지지않고
히야마 : 그녀의 체질에 관해서는 아직 불확실한 요소가 많아, 평가할 단계에 도달하진 못했어.
히야마 : 그래서 네 의견을 묻고있지.

오오타니 : 하하. 그렇네.
오오타니 : 아직 레이쨩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거군.

히야마 : ......

오오타니 : ......지식, 인맥, 재산. 히야마가 지금 갖고있는 무기를 대신할 힘은 무엇 하나 가지고 있지 않아.
오오타니 :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평범한 착한 아이.
오오타니 : 하지만. 히야마가 생각하는 정도로 아무것도 아닌 아이가 아니야.

히야마 : ......그런가.

오오타니 : 뭐, 그렇다고해서 히야마가 그녀를 필요로 하는지 어떤지는 다른 이야기지만.
오오타니 : 인정하거나 마음에 들어하거나 할 일이 있다면 재밌을거라 생각해.
오오타니 : 난 그 가능성에 꽤 걸었어. 친구로서.

히야마 : ......

오오타니 : 뭐야, 그 얼굴.

히야마 : 아니. 벌써 친구라는 이름을 댈정도의 관계에 도달한건가, 하고.
히야마 : 조금 의외였다.

오오타니 : 하하. 그거 진심이야 ?

히야마 : ......?

오오타니 : 히야마의, 란 의미야.





[ 히야마저택, 거실 ]

히야마 : 기대를 하지 않았다. 관심도 없었다.
히야마 : 하지만 모든것은, 뒤집혔다.
히야마 : 불가능에 계속 도전한 그대가, 그 손으로 따 낸
히야마 : 기대도, 관심
히야마 : 이 신뢰도.



——지금은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히야마 : 이즈미. 그대는 신용할 만한 거래상대이자, 동료이기도 하고
히야마 : 소중한 친구다.

오오타니 : ......

히야마 : 앞으로의 인생, 무슨일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우리들의 손을 잡아.
히야마 : 우리들도, 친구를 구하는것을 망설이지 않을테니.
히야마 : 반드시 힘이 되겠다.
히야마 : 언제, 어떤 때에도.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히야마 : 네가 너로 있는 한.



6


[ 마코토의 집, 거실 ]


삐릭

마코토 : ......이것을 네가 보고있다는건, 이미 상황은 파악하고 있다는거겠지.
마코토 : 서론은 생략하고, 본론에 들어가지.

쿄스케 : ......

마코토 : 우선 나부터......
마코토 : ......라고. 생각했지만.

쿄스케 : 응 ?

마코토 : 다시 한 번, 조금 시간을 두고 새로 찍을까 ?

쿄스케 : 앗. 왜 ?

마코토 : ......그 얼굴을 그녀가 봐도 상관없다면, 난 이대로 계속해도 괜찮은데.

쿄스케 : !
쿄스케 : ......하하. 찍기 전에 힘껏 기합을 넣긴했는데.
쿄스케 : 그렇게 한심한 얼굴이야 ?

마코토 : 한심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다지 보여주지 않는 얼굴이긴 하지.

쿄스케 : 그래......미안. 레이씨.
쿄스케 : 나 아직 어떤 얼굴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쿄스케 : 하지만 이제 괜찮아.
쿄스케 : 모처럼 오랜만에 배우 츠즈키 쿄스케가 아니라 를 보여줄 기회니까.
쿄스케 :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을 순 없지.

마코토 : ......다시 찍을까.

쿄스케 : 그렇네......아니, 아니야. 됐어.
쿄스케 : 왠지 이번엔 이상하게 폼잡을 것 같으니까
쿄스케 : 이대로, 봐줬으면 해. 괜찮을까 ?

마코토 : ......그래. 그게 좋겠지.

쿄스케 : 고마워.
쿄스케 : 그럼, 형부터 !



8

츠즈키 마코토


——당신과 그녀의 첫만남에대해 가르쳐주세요.

[ 마코토의 집, 거실 ]

마코토 : 스탠드에 나를 스카우트할 목적으로 네가 이 집을 찾아왔다.
마코토 : ......무엇보다도 네 말은 스카우트로 부를 정도의 것은 아니었지만.
마코토 : 준비해온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떠들어 댈 뿐.
마코토 : 다시 떠올려봐도, 심각하다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어.

쿄스케 : 형. 좀 더 완곡하게.

마코토 : 있었던 일 그대로를 이야기해달라는 요청이었으니까.
마코토 : 우호적이지 않은 상대를 설득할 때에 말을 할 틈을 주지 않는다.
마코토 : 그 자체를 나쁜 수라고는 하진 않지만——
마코토 : 그 날의 넌 처음부터 [ 말할 틈을 주면 끝 ] 이라고 백기를 흔들고 있었지.
마코토 : 정말로 심각했다.

쿄스케 : 두 번씩 하지 않아도......
쿄스케 : 항상 미안해, 레이씨.


——인상이 어땠나요 ?

마코토 : 한마디로 말해서 [ 허술했다 ] .
마코토 : 이런 담당자를 보냈다는건
마코토 : 마토리도 경찰도, 나를 정말로 스카우트할 생각은 없는거라 해석했다.

쿄스케 : 레이씨가 이렇다 저렇다기 보단, 그 때의 형은 양쪽 다 싫어했으니까.
쿄스케 : 싫어했다고 할까, 실망했었다고 할까.
쿄스케 : 믿지 않았으니까.

마코토 : ......그렇지.
마코토 : 그래서 원래라면, [ 신입연수라면 부디 다른 곳에서 ] 라고 서둘러 쫓아내었어도 상관없었지만,
마코토 : 글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이즈미 레이라는 인간 자체에 다소 흥미가 생겼다.
마코토 : 언뜻 보기에 특별히 내세울 아무런 재주도 없는 신입이 능력에 맞지 않는 업무를 받고 고심하는
마코토 : 그 배경과, 그녀의 이야기에.




9


[ 마코토의 집, 거실 ]

레이 :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

마코토 : ......

[ 이 정도인가. ]
[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군. ]
내가 전한 말 따위는 마치 들리지 않았던 것처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가볍게 인사를 한 뒤, 씩씩한 발걸음으로 상사와 함께 거실을 떠났다.

마코토 : ( ......둔한건가, 뻔뻔한건가. 뭐 언젠가, 어떤의미로는 이 업무에 적합한 개성이긴 하지만—— )
마코토 : ( 그것만으로는 어떻게도 되지 않아. )

다시 만날 일도 없다. 그렇게 생각한 다음 순간, 거실의 문이 열리고
다시 그녀가 모습을 나타냈다.

레이 : 저......저기.

마코토 : ....... 아무래도, “다시”로는 좀 빠르다고 생각되는데.
마코토 : 뭔가 잊은 물건이라도 ?

레이 : 아뇨, 아닙니다.
레이 : [ 차 잘마셨습니다 ] 는 말을 잊은것이 떠올라서......
레이 : 감사했습니다.

마코토 : ......

[ 용건은 그건뿐인가. ] 라고 내가 묻기 전에, 그녀는 결심한듯이 입을 다물고,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레이 : ......오늘 주신 차의 맛은, 잊지 않겠습니다.

마코토 : ......

레이 : 불쾌한 생각을 하시게 해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안정된 음색으로 단호히 말하고 머리를 숙인 그녀의 무릎이, 조금 떨고있는 것이 보였다.

마코토 : ( ......떨정도로 내가 두렵다면, 동행한 사람의 뒤에서 머리를 숙이면 될텐데. )

아까까지 주고받은 대화로 생각했을때, 세키 다이스케—— 그는, 부하에게 책임을 강요할 타입은 아니다.
스스로 진언한것이겠지.
떠는 다리이지만, 이 거실에 혼자서 돌아오는 것도.

레이 : ......다음은 제대로, “이야기”하게 해주십시오.









마코토 : 그 말에도 난 [ 거절한다 ] 고 답했지만
마코토 : 넌 절망도, 낙관도 아닌, 도전하는 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코토 : 그 날의 넌, 하는일 거의 전부가 심각했지만
마코토 : ......유일하게 그건, 나쁘지 않았다.



——지금은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마코토 : 네 방 책장에 하늘색으로 포장된 책 한 권이 아직도 꽂혀있다면,
마코토 : 질문의 대답에 해당하는 말은, 그 안에 전부 지어져 있어.
마코토 : 하지만, 그 소설은 여러가지를 짜 넣은 픽션에 지나지 않아.
마코토 : 언젠가 네가 [ 자신의 이야기 ] 를 돌아보고 싶을 때는, 다시 찾아오도록 해.
마코토 : ......이야기를 하지.





10

츠즈키 쿄스케


——당신과 그녀의 첫만남에대해 가르쳐주세요.

[ 마코토의 집, 거실 ]

쿄스케 : 사라 병문안에 같이 가자고 형과 약속했던 날.
쿄스케 : 집에 데리러 갔더니 마침 레이씨가 와있었어.

마코토 : 그렇군......그게 첫 만남이었나.

쿄스케 : 지금이니까 하는거지만, 레이씨가 [ 마약단속부입니다 ] 라고 인사했을때, 나 좀 섬뜩했었어.
쿄스케 : 설마 ? 하고.

마코토 : ......

쿄스케 : 거기서 정색하지 말아줘.
쿄스케 : 물론 형은 믿고있었고, 취재나 뭐 그런거겠지 했어.
쿄스케 : 하지만. 뭔가 의심받고있다던가, 사건에 휘말렸다던가, 만에 하나 그런거라면 싫어서.
쿄스케 : 사정을 듣고, 그런 일이 아니란걸 알았을때는 마음이 놓였어.


——인상이 어땠나요 ?

쿄스케 : 대화하기 편한 분위기에, 느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쿄스케 : 레이씨는 스카우트를 통해서 형의 소설에 대한것도, 사라에 대한것도
쿄스케 : 무척 성실하게 마주 대해줬으니까.
쿄스케 : 내 스카우트가 시작했을 때에는
쿄스케 : 이 사람과는, 일이 아니더라도 친해지면 좋겠다고 느꼈어.
쿄스케 : 난...... 네 일적인 동료로는, 될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



11


[ 분장실 ]

쿄스케 : 형은, OK했잖아 ?

레이 : 응......?

쿄스케 : 그렇다면 이제, 괜찮아. 나 같은건, 없어도.

정말 좋아하는 자랑스러운 형.
아무리 노력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
자신과 형을 비교하며 멋대로 상처받는것이 싫어져서
언제부턴가, 형이 진심으로 몰두하는 일로부터 거리를 두게 되었다.
같은 일은, 하지 않았다.

쿄스케 : ( 미해결사건 수사. 형은 분명 활약할거고, 필요로 되어질거야. )
쿄스케 : ( 하지만 나는—— )

그저 조금, 다른 사람보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뛰어난것 뿐.
그것이 어떤 도움이 될까.

레이 : ......

쿄스케 : ( 모처럼 스카우트 하러 와줬는데 갑자기 이런 말 해서 곤란하게 한걸까...... )

레이 : ......

쿄스케 : ( 어라 ? )

레이씨는 곤란하기보단,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레이 : 쿄스케씨 정도의 대단한 사람도, [ 나 같은건 ] 이란 말을 쓰는구나......

쿄스케 : 응 ?

레이 : ......
레이 : 쿄스케씨.

쿄스케 : ......

한 호흡 뒤에, 자세를 정돈하고 나서 내 이름을 부른 레이씨.
그건 무척 자연스러웠고, 연기가 시작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마치 연기자가 갑자기 배역 속으로 들어간것처럼——
그녀의 얼굴이, 조금 변했다.

레이 : 저는 누구를 스카우트할까, 참가 후 어떤 일을 맡길까.
레이 : 그런것을 결정할 권리는 일체 갖지 않지만,
레이 : 적어도 저는, [ 쿄스케군 같은건 ] 이라는 마음으로 스카우트를 하는건 아닙니다.
레이 : 그것만큼은 처음에, 분명히 선언하게 해주세요.

쿄스케 : ......
쿄스케 : 응, 알겠어.
쿄스케 : 고마워, 레이씨.





[ 마코토의 집, 거실 ]

쿄스케 : 이것도, 지금이니까 말할 수 있는거지만.
쿄스케 : 그 때의 [ 알겠어 ] 는 아마 거짓말이야. 미안해.
쿄스케 : 레이씨가 거짓말을 한거라 생각한건 아니지만
쿄스케 : 그때는 아직 솔직히 받아들일 수 없었어.
쿄스케 : 난 너에대해서도, 나 자신에 대해서도, 거의 보지 못했으니까.
쿄스케 : 레이씨에게는 제대로 보였는데.



——지금은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쿄스케 : 헤매여도, 눈앞에서 놓쳐도 마지막엔 제대로 다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사람.
쿄스케 : ......지키기위해 무언가로부터 멀어지는 상대가 아닌,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같이 싸우는 동료.
쿄스케 : 우리 남매의 은인이자, 소중한 사람.

마코토 : ......

쿄스케 : 그래서 레이씨도 이걸 보고, [ 나 같은게 ] 같은 말은 생각하지 마. 어떻게 그렇게까지, 라고도 생각하지 마.
쿄스케 : 전부, 당신이야.
쿄스케 : 고마워. 레이씨.
쿄스케 : 또 언젠가 같이 외출하자. 이번엔 형과 사라도 같이, 이서.
쿄스케 : ......웃는 얼굴을, 다시 보고싶어.





12


[ 쿠죠가, 거실 ]

삐릭

카나메 : ......고우씨, 알것 같아 ? 내가 할까.

미야세 : 고맙습니다.
미야세 : 괜찮아요, 무사히 녹화가 시작됐어요.

신도 : 이번에야말로 괜찮은거겠지.

미야세 : 네. 이번엔 틀림없어요.
미야세 : 정말로, 실례했습니다.

키리시마 : 신경쓰지마. 그럼 쿠죠씨...... 부탁드립니다 !

쿠죠 : 그래, 그럼...... 크흠.
쿠죠 : ......이런 형태로 당신에게 말을 전하는건 처음이군.
쿠죠 : 아픈곳은 이제 거의 나았다고 들었다만, 그 후의 경과는 어떨런지.
쿠죠 : 불편함없이 지내고있다면 좋겠는데.

미야세 : ......, 에......아.

카나메 : ?

미야세 : ......
미야세 : 푸엣취 ! ! !

신도 : ! ?

키리시마 : 오 ! 기합 제대로 들어갔는데.

카나메 : 그건 무슨 감상이야.

쿠죠 : 훗......음음, 크흠.
쿠죠 : 괜찮나, 고우.

미야세 : ......실례했습니다. 잘 참았다고 생각했는데
미야세 : 웃으셔서 부끄럽네요.

쿠죠 : 신경쓸 것 없어. 생리 현상이니.

미야세 : 웃으신 건 부정하지 않으시네요.

쿠죠 : 미소다.

키리시마 : 미야세도 그런 재채기를 하는구나~
키리시마 : 뭐-, 그럼 다시 한 번 서두부터......

신도 : 그만둬.

키리시마 : 아아 ?

신도 : 녹화 스위치 누르는 것을 잊어버린 탓에, 그렇지 않아도 카나메까지 했던 것을 다시 한번 반복하게 되었는데.
신도 : 그런걸로 하나하나 다시 하게 둘 것 같나. 해가 진다.
신도 : 서론은 이제 됐겠지, 쿠죠. 어서 본론에 들어가는건 어때.

쿠죠 : 그래. 그럼 다시, 키리시마부터군.

키리시마 : 괜찮은겁니까 ? 쿠죠씨의 중요한 인사를 협박하다니......
(*원래는 割愛(카츠아이), 키리시마가 카츠아게라고 착각.)

카나메 : 생략이지.

쿠죠 : 난 상관없어.

키리시마 : 알겠습니다. 그럼, 잠깐 기다려주십쇼.
키리시마 : 무슨 얘길 할까......

신도 : 무슨 얘기든 뭐든, 아까 얘기한것 그대로 이야기하면 되잖아.

키리시마 : 그럼 바리바리 쟈-안 ! 부분부터 려나.

신도 : 넌 뭘 말하는거야.

카나메 : 바리에이션이라고 말하고 싶은게 아닐까.
카나메 : 것보다 녹화가 안됐으니까 바리에이션 붙일 필요 없잖아.
카나메 : 괜찮지 않을까, 그대로.

쿠죠 : 그렇군, 카나메가 말한대로다. 좋은 에피소드 였어.
쿠죠 : 그녀에게 전달해야만 하는 내용이라고 느꼈다만.

키리시마 : 알겠습니다 ! 쿠죠씨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
키리시마 : 사나이 키리시마 코야, 제대로 딱딱 같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

카나메&신도 : ......

미야세 : 후후. 그럼, 키리시마씨. 잘 부탁드려요.

키리시마 : 오 ! 맡겨둬 !



14

키리시마 코야


——당신과 그녀의 첫만남에대해 가르쳐주세요.

[ 쿠죠가, 거실 ]

키리시마 : 쿠죠씨와 동행한 선상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게 처음이라면 처음인데.
키리시마 : 거의 기억이 없어.
키리시마 : 네가 쿠죠씨에게 할 말이 있다고 처음 이 저택에 온 날도, 금방 돌아갔으니까 난 얘기한적 없고.
키리시마 : 그래서 나와 너의 만남이라고 하면, 역시 그거라고 생각해.
키리시마 : 오오모리 제약 로비.



——인상이 어땠나요 ?

키리시마 : 그때는 후농성인지 회과육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키리시마식 발음 : 후농성:코-로-쇼- / 회과육:호이코-로-)
키리시마 : 쿠죠씨를 증거도 없이 의심하는 놈들과 동료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카나메 : 회과육......

신도 : 듣고 흘려, 카나메. 하나하나 주워들으면 끝이 없어.

키리시마 : 까놓고 말해서, 네가 어떤 녀석인지 따위 관계 없었고 잘 알려고도 하지 않았어.
키리시마 : 하지만 넌 그 조그만 몸으로 전력으로 부딪쳐오고, 내 시야에 너 스스로를 억지로 밀어 넣었지.
키리시마 : [ 제대로 보지도 않고 단정짓지 말아 달라 ] 는 눈을 난 봤어.
키리시마 : 그래서 깨달았어.
키리시마 : 난 내가 싫어했었던 녀석들과 같은짓을, 네게 했다고.



15


[ 오오모리 제약, 로비 ]

키리시마 : 이 이상 쿠죠씨 뒤를 캐고다니는 짓을 한다면,
키리시마 : 나한테 싸움 걸러 온것으로 간주하고
키리시마 : 봐주지 않겠다고 윗 놈들한테 말해둬.

레이 : !

키리시마 : 그럼.

레이 : ......! 자, 잠깐만요 !
레이 : 지금 이야기, 위에 전달할테니 성함...... 여쭤도 될까요 ?

키리시마 : 아까도 말했잖아.
키리시마 : 이 키리시마 코야, 네놈에게 댈 이름따위 없다 !

레이 : ......키리시마, 씨......

키리시마 : ......
키리시마 : ......너, 제법이군......

레이 : 네 ? 아니......

키리시마 : 좋아. 따라와 ! !

레이 : ......! ?

키리시마 : 난 너에대해서 몰라. 너도 나에대해서 몰라. 그럼, 우선 할일은 하나다.
키리시마 : 솥 밥을 먹는다.

레이 : 한 솥......

키리시마 : 오지 않겠다면 여기서 끝이야, 난 그걸로 상관없어.

레이 : !

키리시마 : 어떡할래. 갈건가.

레이 : ......아 아뇨 ! 어디든지 함께하겠습니다 !
레이 : 어느 솥의 밥이라도 먹겠습니다 ! 뭣하면 제가 짓겠습니다 !

키리시마 : ......좋아 ! 좋은 대답이야.




[ 쿠죠가, 거실 ]

키리시마 : 그 뒤에 네가 그 날, 사실은 밥을 막 먹은 참 이었다는걸 듣고,
키리시마 : 그런데도 디저트까지 제대로 먹어 치운거냐고, 쿠죠씨와 모두 엄청나게 들썩였었어.
키리시마 : 내 은 정확했던거야. 역시 넌 보통내기가 아니었어.
키리시마 : ......말해두는데, 밥 만 그런건 아니니까 말야 ?





——지금은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키리시마 : 이때다싶으면 제대로 자신의 주먹으로 싸울 수 있는 녀석.
키리시마 : 그러니까, 그 주먹은 풀지마. 그건 너와, 네 안의 소중한 걸 지킬 힘이야.
키리시마 : ......하지만, 뭔가 곤란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불러. 이유따위 일일이 묻지 않으니까.
키리시마 : 뭐랄까, 없어도 가끔은 불러줘. 친구잖아.
키리시마 : 그리고 또 맛있는 밥 같이 먹자 !





16

야마자키 카나메


——당신과 그녀의 첫만남에대해 가르쳐주세요.

[ 쿠죠가, 거실 ]

카나메 : 학교 교문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걸 수상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더니 누나였어.
카나메 : 아마 쿠죠씨의 스카우트가 난항을 겪던 차에, 쿠죠가에 하숙하고 있는 나에게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
카나메 : 라는 겉치레였나 ?
카나메 : 뭐, 실제로는 에게도 볼 일이 있었지.

——인상이 어땠나요 ?

카나메 : 정말로 마토리인가 ? 라고 생각이 들정도로, 빈틈이 많은 사람.
카나메 : 처음 봤고,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하러 온 입장이니까 무튼 서투르게 나갔다고해도.
카나메 : 그렇다고해도 고등학생인 나에게 간단히 말로 꺾이질 않나, 감정이 얼굴에 너무 잘 나타났었고.
카나메 : 마토리 시험에서 뭘하는지는 모르지만, 이 사람 잘도 통과했구나 싶었는데.
카나메 : 두 번째로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을 때, 아-, 코야군과 확정이군. 이런 생각을 했어.

키리시마 : 내 과 ?

카나메 : 체력 바보과.




18


[ 교문 ]

레이 : ......나도, 도울까.

카나메 : 어 ?

레이 : 그, [ 심부름 ] .

카나메 : ......뭐라, 는거야 ?

다른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 부모님 심부름. ]
말뿐이라도 우수하다고는 할 수 없는 이 사람도, 일단은 마토리다.
내 아버지의 직업 정도는 짐작했을테지. 어쩌면, 구체적인 이름도.

카나메 : ( ......오히려 쿠죠씨가 아니라 이쪽을 파러 온걸까. )
카나메 : 누나가 도울만한 일이 아니니까. 그럼.

레이 : 그렇게 사양하지 말고.

카나메 : 안 했어.

걸음을 내딛자 누나는 당연한 듯이 따라왔다.
발걸음을 서두르자, 똑같이 서둘렀다.

카나메 : ( ......이대로 일하는 데까지 따라오면, 귀찮겠는데. )
카나메 : ......

탁 !

레이 : 앗 ! ?

골목을 도는 타이밍에서 난 힘껏 뛰어나갔다.
역시 이젠 포기했을거라 생각했지만...... 생각이 물렀다.

레이 : ......!

카나메 : ......! ?
카나메 : ( 말도 안돼...... 아직도 쫓아온다고 ? )

레이 : 이거, 뛸 수 있는 펌프스거든 !

카나메 : ( 안 물었는데. 것보다 이 사람, 엄청 발이 빨라...... )
카나메 : ......통보받기 전에, 포기하는 게, 좋을거야.

레이 : 괜찮아, 앞 보고 나란히 달리는 정도로는, 그렇게 수상하지 않을거야......

카나메 : 수상하거든. 것보다 이거, 나도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니까 그만둬.

레이 : 그만두게 하는거 간단해. 무려, 카나메군이 달리는 것을 그만하면 됩니다 !

카나메 : ......!

파출소에 뛰어 들어가줄까 했지만 일할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난 일하는 곳인 아파트에 그대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오기로라도 발을 멈추려고 하지 않는, 누나를 데려간 채로.


[ 쿠죠가, 거실 ]

카나메 : 성실하기만한 신입으로 보여선 사실은 엉망진창이고, 하지만 역시 뿌리는 성실.
카나메 : ......내가 보는 누나가 전부는 아닐테지만
카나메 : 이즈미 레이라는 사람을 특별한 사람이라고는, 난 생각하지 않았어.
카나메 : 이것만큼은 포기하면 안된다는 것을 정하고, 거기서부터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보통 사람.
카나메 : 그렇기 때문에 누나가 하는 [ 힘내 ] 는,
카나메 : 다양한 사람들의 등을 밀어주고, 움직이게 한다고 느껴.



——지금은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카나메 : 정말, 8살이나 연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정도로 어른스럽지 못한 점이 잔뜩있고.
카나메 : ......하지만.
카나메 : 멋없는 점이 멋있는, 참견쟁이 누나.





19

신도 키요시



——당신과 그녀의 첫만남에대해 가르쳐주세요.

신도 : 출장에서 돌아와보니 문 앞에서 수상한 사람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신도 : 그건 카나메의 스탠드 협력에 관해 의논하러 온 너였다.

카나메 : ......레이씨에 대한 첫 인상이 모두 “수상한 사람”이네.

키리시마 : 하하 ! 그러고보니.
키리시마 : 당당하게 하면 될텐데, 모든것에 살금살금 조심스러우니 이상하게도 그렇게 보였었지.

쿠죠 : [ 그쪽에서 온 사람에대해서는 이번에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 ] 고, 나도 말해두었으니.
쿠죠 : 너희들의 눈에 그녀의 모습이 탐탁치않게 보였던건 그 영향도 있겠지.

미야세 : 그런 일도 있었네요. 그건......이즈미씨가 오시던 날 전날 밤이었나요 ?

쿠죠 : 그랬었나. 잘 기억하고 있군.

미야세 : 다과 준비는 필요없다고 말씀하신것을 기억하고있어요.
미야세 : ......아, 말허리를 잘라 죄송합니다. 신도씨, 계속하세요.

신도 : 계속할 정도의 내용도 아니다만.
신도 : 들어가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문을 열자,
신도 : [ 고맙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 라고 뒤에서 네가 약삭빠르게 따라들어왔다.
신도 : 뭐, 접질린 발을 질질 끌며 나쁜 짓을 하러 오는 멍청이는 없을거라고,
신도 : 쫓아내지는 않았지만.



——인상이 어땠나요 ?

신도 : 그러니까, 수상한사람이다.

카나메 : 그거 이외에 뭔가 없는거야 ?

신도 : 없어.
신도 : 내 손님도 뭣도 아닌, 상관해도 한 푼도 되지 않는 상대를 일일이 신경쓸 이유가 없잖아.
신도 : 나에겐 관계없는 인간. 그것이 그녀에대한 첫 인상 전부였다.




20


[ 바 ]

나와는 관계없다.
관련되고 싶지도 않다.
그녀로서는 답을 내지 못할 과제를 내주는 것으로, 완곡히 쫓아내었다.
그건,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때의 일이었다.


툭 !

신도 : !

레이 : ! 신도씨......! ?
레이 : 부탁드려요 ! 도와주세요 !

신도 : ......무슨 일이지 ?
신도 : 이봐 잠깐, 잡아당기지마. 거긴......이봐 ! ?

레이 : 이쪽이에요 !

신도 : 이쪽이라니 무슨, 너......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취한건가......! ?

내 팔을 붙잡은채로 [ Woman ] 이라는 팻말이 걸린 문을 망설임없이 연 이즈미.
그 믿을수 없는 바보같음에 끌려가지 않도록 다리로 힘껏 버티던 그 때——
화려한 모습을 한 여자가 바닥에 쓰러져있는것이 보이자 사태가 파악되었다.

레이 :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고, 호흡도 멈춘것 같아요.

신도 : ......지나치게 허둥댄 탓이야. 조금 알기 힘들지만 제대로 숨은 붙어있어.

레이 : ! 다행이다......

신도 : 너와 같이 온 사람인가.

레이 : 아뇨, 문을 열었더니 이 상황이어서.
레이 : 일단 도움을 청하러 뛰쳐나갔더니 신도씨와 부딪혀서......

신도 : ......

레이 : 구급차 필요한가요 ?

신도 : 나에게 어디까지 시킬 생각인거지, 어서 불러.

레이 : 네, 다녀오겠습니다 ! 그외에 뭔가 있으신가요.
레이 : 그다지 도움은 안 될지도 모르지만, 할 수 있는건 뭐든 할게요.

신도 : ......뭐든 하겠다니, 꽤나 경솔하군.
신도 : 생판 남이잖아.

레이 : 이런 상황에서 이 사람이 남인지 아는사람인지는 관계없어요.
레이 : 게다가......신도씨에게 도와달라고 한건 니까요.

신도 : ......




[ 쿠죠가, 거실 ]

신도 : 보수로 위스키를 네 돈으로 마시며,
신도 : 생각없이 손을 대면 이렇게 당하게된다고 말한 나에게
신도 : 넌 [ 내가 하고싶은대로 한것이니까 후회는 하지 않는다 ] 고 대답했다.
신도 : 정말로 바보라고 느꼈다. 역시 앞으로 관련되고 싶지 않은 타입의 바보라고.
신도 : ......네가 끝없이 [ 하고싶은대로 한 ] 탓에
신도 : 그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신도 : 무모한 짓을하는 점은 다소 나아졌지만,
신도 : 처음 만났을때와 변함없이, 무언가 성가신일을 가져오는
신도 : 성급하고, 민폐를 끼치는 지인이다.

쿠죠 : ......

키리시마 : 정말이지...... 솔직하지 못하네, 신도 !
키리시마 : 지인같은 점잔빼는 말하지말고, 친구라고 해 !

신도 : 너와 같이 하지마.
신도 : 그리고 일일이 어깨동무하지 마. 무겁다.

카나메 : 그럼, 다음은......

미야세 : ......

카나메 : ......고우씨 ?

미야세 : 아, 죄송해요. 제 차례네요.

쿠죠 : ......

미야세 : 오늘까지 무엇을 이야기할까하고 여러가지 생각해봤지만. 좀처럼......
미야세 : 잘 되지않네요. 아무리해도, 교활한 짓을 생각해버려서.
미야세 : 본심을 말하면, 지금의 이즈미씨는 몰라주었으면 하는 것들이 아주 많이있어요.
미야세 : 그래서 어떻게 잘, 그 부분을 피할 수 없을까. 하고.

키리시마 : ......미야세.

카나메&신도 : ......

미야세 : 하지만,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고쳤습니다.
미야세 : 이즈미씨. 제가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당신과 처음 만났던 때를 추억할뿐인 옛날 이야기는 아닐테지만,
미야세 : 저에게 있어서 무척 소중한 일의 일부이니
미야세 : 부디, 들어주세요.





(*기적(키세키), 귀석/보석(키세키))




1




꿈처럼 다정하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을

울면서
웃으면서
고민하면서

그저 계속 나아가자,
정신이 들고보니 멀리까지 와있었다.


아무리 반짝였던 빛도,
아무리 쓰라렸던 상처도,

모든 “지금”은
언젠가 과거가 되어, 멀어진다.


그래서 난, 잊고 싶지 않다.
소중히 끌어안은채로 있고싶다.



———기적같은, 이 궤적을.
(*기적(키세키),궤적(키세키))





[ 경시청, 회의실 ]

삐릭

스가노 : ......으-음. 좀더 가까이서 찍는게 나은가.

삑삑, 삐삐삑.

아라키다 : ......

스가노 : 아하하. 대박, 소세이씨 초근접샷이 되버렸어.

아라키다 : 장난치지말고, 빨리 해.

스가노 : 죄송함-다.
스가노 : ......OK ! 그럼 시작할게요......아니, 아. 이미 돌아가고 있었네.

아라키다 : 어이.

아사기리 : 정말...... 준비가 끝났으면 빨리 오세요.

스가노 : 네-에.
스가노 : 스가노 착석했습니다~

아라키다 : 시끄러-

아사기리 : 그럼, 요우 과장님.

핫토리 : 신경 쓰지 말고. 인사와 설명은 츠카사가 해줘.

아사기리 : ......그럼.
아사기리 : 오랜만,이 되는걸까요.
아사기리 : 잘 지내십니까. 이즈미씨.

스가노 : 추가로 우리들은 엄청엄청 잘 지내.

아라키다 : 보면 알잖아. 좀 조용히 해.

아사기리 : 이 영상은 수사기획과...... 마토리 분들에게 받은 사적인 의뢰로 촬영하고 있습니다.
아사기리 : 당신은 이것을 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사기리 : 본다고 해도 몇 년 후가 될지도 모릅니다.
아사기리 : 본다고 해도—— 지금의 당신에게는 아무런 관계도 흥미도 없는 내용일지도 모릅니다.

스가노 : ......

아사기리 :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친 후의 “언젠가”, 이것을 보길 원하는 당신이 있을거라고 가정하고
아사기리 : 저희들은 이 영상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아사기리 : ......우선 말해두지만, 저는 반대했습니다.
아사기리 : 지금도, 개인적으로 말한다면 그다지 내키지 않습니다.
아사기리 : 당신에게 있어서, 최선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라키다 : ......

아사기리 : 다만, 무슨일이든 선택하는것은 당신. 그 점에관해서 납득은 하고 있습니다.
아사기리 : 그러므로 이제와서 도중에 방해를 하거나 촬영한 데이터를 파기하지는 않을테니 안심하십시오.

핫토리 : ......

아사기리 : ......전부 보겠다고 결심했다면, 길어질테니.
아사기리 : 서론은 이정도로 해두고,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스가노 : 그렇네요. 그럼, 츠카사씨부터 가나요 ?

아사기리 : 상관없습니다. 그럼—— 옛날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2

아사기리 츠카사



——당신과 그녀의 첫만남에대해 가르쳐주세요.



[ 경시청, 회의실 ]

아사기리 : 이스미씨가 스탠드의 가소속자, 스카우트 담당으로서 인사를 온것이 처음이겠네요.
아사기리 : 아오야마도 같이있었는데, 옛날도 지금도 변함없이 정말로 불쾌한 인간으로......
아사기리 : ......뭐, 아오야마 이야기는 됐겠죠.
아사기리 : 그 인간을 떠올리는것만으로 꿈자리가 사나워집니다.




——인상이 어땠나요 ?



아사기리 : 제가 한번 언뜻 본것만으로 아오야마 옆에서 움츠러들고
아사기리 : 소문대로 [ 지켜지기만 하는 공주님 ] 이군, 이런 인상이었습니다.

스가노 : 아 생각난다~. 그 말.

아사기리 : 스스로 지원했다는 이야기는 알고있었고
아사기리 : 그 나름의 각오를 다졌다는것은 눈을 보면 알 수 있었습니다만
아사기리 : 그래도, 스탠드 멤버가 되겠다니 도저히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사기리 : 위험에 처하기만 할 뿐. 얌전히 있는것이 본인과 주변을 위한것이라고.

핫토리 : ......뭐, 당시의 “마토리쨩”에 대한 평가로는 타당하겠군.

아사기리 : 강한 열정과 능력의 균형이 잡히지 않았기에
아사기리 : 그것이 제 눈에는, 너무나도 위태롭게 보였습니다.




3



[ 경시청, 복도 ]

아사기리 : ———당신이 스탠드에 관여하는 한
아사기리 : 저는 이 일에서 빠지겠습니다.

레이 : ! ?

아오야마 : 왜 이녀석을 제외하는데에 그렇게까지 연연하는거야.

아사기리 : 능력 없는 인간이, 어중간하게 일을 할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레이 : ......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슬픈듯이 눈을 내리깔......거라 생각했더니.
순간, 어금니를 꽉 깨문듯한 언짢은 얼굴을 한 뒤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시선으로, 그저 나를 똑똑히 응시했다.


아사기리 : ( ......이 힘은, 위험해. )


아마 아직 자신이 [ 지켜져야만 하는 존재 ] 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았다.
갑자기 받은 거처에 알맞은, 상응하는 책무를 다하는것에 그저 필사적으로된 것일 뿐.
그런거라면—— 스탠드가 아니어도 된다.
위험에 뛰어드는것만이 일은 아니니까.


아사기리 : 스탠드에 관여하는 것은 포기하고, 스카우트 업무에서 빠지세요.
아사기리 : ...... 당신이 맡을 수 있을정도로 무른 일이 아닙니다.
아사기리 : 대화는, 끝입니다.

아오야마 : 이봐, 잠깐......

레이 : ......,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사기리 : ......

레이 : 빠지지 않을 겁니다 !

아오야마 : ......이즈미.

레이 : ......이건
레이 : , 이니까요.

아사기리 : ......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등을 돌린후에도, 그 강한 눈동자에 꿰뚫린듯한 감각은 잠깐동안 남아 있었다.


아사기리 : ( ......현실을 보기까지는, 실제로 상처입기 전까지는. 누구든 뭐라고든 떠들 수 있다. )
아사기리 : ( 얼마든지 용감해 질 수 있어. )





[ 경시청, 회의실 ]

아사기리 : ......하지만 그 후, 당신이 그 말을 어긴적은 없었습니다.
아사기리 : 자신의 능력 부족이라는 현실을 눈 앞에 두고서도
아사기리 : 한 발자국 잘못되면 목숨을 잃을듯한 상처가 생겨도
아사기리 : 당신은 포기하지 않았고, 이 일에서 빠지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사기리 : 단, 한 번도.





——지금은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아사기리 : [ 지켜지기만 하는 공주님 ], [ 사쿠라다몬에 당신의 일은 없다. ], [ 당신을 포기한건 아니다. ]
아사기리 : 모두 취소합니다. 당신의 일은, 있었습니다. 당신이어서 할 수 있었던 일이.
아사기리 : ......전할 기회가 없었습니다만, 제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아사기리 : 알고 있었을거라 생각하지만요.




5

스가노 나츠키


——당신과 그녀의 첫만남에대해 가르쳐주세요.

[ 경시청, 회의실 ]

스가노 : 나도, 츠카사씨와 같은 날.
스가노 : 화장실에서 돌아온 츠카사씨가 아오야마씨와 티격태격해서
스가노 : 오늘도 그건가— 했더니 처음 보는 애가 같이 있어서. 그게 레이였어.
스가노 : [ 중재해야되나 얌전히 보고있어야하나, 것보다 왜 이 사람들 싸우고 있는거야 ? ]
스가노 : 처럼 난처해하는 얼굴이 훤히 보여서. 불쌍하게 느껴져서 상황을 좀 누그러뜨리러 갔었죠.

아사기리 : 상황이 누그러진 기억은 없습니다만.

아라키다 : 어차피 평소처럼 불에 기름만 더 부었겠지......

핫토리 : 누그러뜨리는 척하면서 부추기는건, 나츠키의 특기니까.

스가노 : 아하하. 너무해~




——인상이 어땠나요 ?

스가노 : 진짜 첫인상은 평범하게 귀여운 평범한 아이.
스가노 : 그런데 얘기해보니 전혀 평범하지 않고
스가노 : 묘한 근성이 있는, 이상한 녀석이었어.




6


[ 수사1과 ]

츠카사씨의 스카우트를 시작했지만, 전혀 상대할 수 없었던 레이.
불쌍하네, 와, 잘 하네, 가 반반 정도였다.

스가노 : 츠카사씨가 드나드는 비밀 장소, 알려줄 수 있어.

레이 : !


그렇게 말한 순간 누구나 알 정도로 빛나는 눈에, 뜻하지 않게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스가노 : ( 솔직하고 낯가림 없는 씩씩한 애완동물같아. )
스가노 : ( 이러면 성별 관계없이 주변에서도 귀여움받겠는데~ )
스가노 : ( 특히 도와주길 좋아하는 연상이라던가, 못 참지 않을까 ? )


그 외에서 질투, 라는 불이익을 제한다해도 덕 볼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스가노 : 내가 말했다는 것,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한다면, 이지만.
스가노 : 할 수 있어 ?

레이 : ...... [ 스가노군이 ] 라는 건 물론 비밀로 하겠지만
레이 : [ 누구에게 들었다 ] 는 것 자체는 숨기지 않아도 괜찮아 ?

스가노 : 음. 왜 그러는데 ?

레이 : 내 발과 머리를 써서 알아낸건 아니니까
레이 : 그 정보를 내가 조사한걸로 하는건 치사한 것 같아서.

스가노 : ......
스가노 : 하하. 뭐야 그게 ? 너무 성실하잖아~

레이 : 우, 웃지마...... 보통 , 그렇잖아 ?

스가노 : 전혀 보통이 아닌데.
스가노 : ( ......앞에 했던 말 취소. 얘, 엄청 손해 볼 성격이야. )
스가노 : 누구에게서 들었다고 한 시점에서 백퍼 나란게 들킬테니까
스가노 : 그 부분은 좀 치사해져서, 우연인걸로 해줘. 나를 위해서도.

레이 : ......

스가노 : 여기선 한 수 접어두는게 좋을걸.
스가노 : 이대로 츠카사씨를 보지 못하면, 스카우트할 상황이 아니게 되지 않나 ?

레이 : !
레이 : ......알겠어. 우연히 딱 마주친걸로 할게.
레이 : 그러니, 가르쳐줘 !

스가노 : 오케이. 주소 보내줄테니까 번호 교환하자.
스가노 : ......덧붙이자면 이건 꼬드긴다거나 함정이거나 그런게 아니라
스가노 : 진짜로 선의로하는 조언인데.
스가노 : 치사한 일 하는것, 익숙해지는게 좋을거야.

레이 : 응 ?

스가노 : 앞으로 “정정당당”만으로는 금방 벽에 부딪칠테니까.




[ 경시청, 회의실 ]

스가노 : 예상대로 그 후 레이가 몇번이고 벽에 부딪치는것을 난 몇번이고 봐왔어.
스가노 : 하지만 몇 번 부딪혀도, 거긴 막다른길이라고 해도
스가노 : 넌 정말로 중요한 부분에서, “정정당당”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어.
스가노 : 그 올곧음이, 많은것을 변화시켰지.





——지금은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스가노 : 동료이자 목표. 최고로 멋있는 히어로 !
스가노 :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난 이렇게 생각해. 앞으로도 마찬가지야.
스가노 : 고마워.





8



아라키다 소세이



——당신과 그녀의 첫만남에대해 가르쳐주세요.


[ 경시청, 회의실 ]

아라키다 : 나도 츠카사씨, 나츠키와 똑같고, 얼굴을 마주한건 이즈미가 인사하러 왔을 때가 처음.
아라키다 : 다만, 제대로 대화를 한건 츠카사씨의 스카우트가 끝난 후, 내게 온 날 이었나.
아라키다 : 복도 한 가운데에 서서 거추장스러운 녀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녀석인가, 하고.



——인상이 어땠나요 ?

아라키다 : ......솔직히, 좋진 않았다.

핫토리 : 좀 더 솔직히 말해도 괜찮아.

아라키다 : 아,

스가노 : 맞아요~. 뭐, 소세이씨는 상냥하니까아.
스가노 : 친해진 지금은 말하기 어려우신가요 ?

아라키다 : 별로 친하지 않아.

스가노 : 엇. 그래요 ? 상대방은 완전히 허물없이 지내는것 같은데.

아사기리 : 소세이는, 여전히 벽이 있다는 건가요.

스가노 : 레이의 짝사랑인가~

핫토리 : 딱해라.

아라키다 : 제가 말할때만 희희낙락 괴롭히는것 그만둬주시겠습니까......! ?

아사기리 : 농담입니다. 애당초, 저도 이즈미씨와 “친해졌다”는 생각은 없고.
아사기리 : 그런 말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겠죠.

아라키다 : ......

핫토리 : 뭐 그러니, 거리낌 없이 말하면 돼.
핫토리 : 상대가 소세이에게 품은 첫인상도, 어지간했을테니.

아라키다 : ....... 거절해도 거절해도 바보가 하나밖에 모르듯이
아라키다 : [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 라며 아무런 작전도 없이 그저 따라다니기만 하고.
아라키다 : 스카우트와 친구 만들기, 착각하고 있는게 아닌가 했습니다.

스가노 : ......

아라키다 : 이런 녀석이 뭘 할 수나 있는건지도 생각했고.

핫토리 :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

아라키다 : ......



10


[ 카페 ]

실컷 이야기를 들어달라했던 주제에.
억지로 차는 마시자고 해놓고, 제대로 말도 못한다.
겨우 말 좀하나 싶었더니,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려고 했다.
뭘 하고 싶은건지 알 수 없었다.

레이 : 그, 그러면 농구는 지금도 ?

아라키다 : ......그만 뒀어.
아라키다 : 혼자서 할 수 없는건, 전부 그만뒀으니까.

레이 : ......?

아라키다 : ( ......아, 젠장. 또, 상관없는 일이 떠올랐다. )
아라키다 : ( 게다가......지금건 실수했다. )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나감, 계획도 없음.
내 상황따위 상관하지 않고 발붙일 곳이 없어도 달라붙는 녀석이다.
이런 의미가 담긴 대답을 하면, 당연히 파고들거라——— 그렇게 생각했는데.


레이 : ...... 그렇군요.

아라키다 : ......

레이 : ......

아라키다 : ( ......? 그것 뿐, 인가 ? )


요우 과장님이, 츠카사씨가, 나츠키가 그렇듯.
이즈미는, 거리를 유지한채 대답을 한 마디 두고 그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아라키다 : ( ......생각없이 파고들긴하지만, 일단 분위기는 읽을 줄 아는건가. )

레이 : 저는 육상부였는데,
레이 : 늦잠잤을때라던지 역에서 학교까지 늘 전력 대쉬하다보니
레이 : [ 이즈미는 교정의 트랙에서보다 통학로가 더 좋은 기록이 나온다 ] 는 소리도 듣게되서.
레이 : ......., 무슨 얘기를 하는걸까요 전.

아라키다 : 몰라.

레이 : 아하하, 죄송해요.

조금 눈치가 있다고 별로 어떻다는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완전히 뿌리칠 타이밍을 놓치고, 얌전히 커피를 마셨다.
아이스커피였다면 한번에 마셔버렸을거라 생각하며
이상하게 미적지근한 시간을, 그저 내버려두었다.




[ 경시청, 회의실 ]


아라키다 : 잠깐동안 내버려두면, 금방 사라질거라
아라키다 : 어차피 길게 가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아라키다 : 하지만 어느새부턴가 옆에 나란히 서는 것도, 등을 맡기는 것도 망설이지 않게 되었어.
아라키다 : ......그렇게 될때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다던가
아라키다 : 넌 말 안하니까 난 모르지만.





——지금은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아라키다 : 여러가지 의미로 엄청난 녀석이라고 생각해.
아라키다 : 일단, 칭찬하고 있어.
아라키다 :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마음 내킬때 농구 같이 해.
아라키다 : 전부 그만두는건, 그만뒀으니까.






11

핫토리 요우



——당신과 그녀의 첫만남에대해 가르쳐주세요.


[ 경시청, 회의실 ]

핫토리 : 실력도 경력도 없는 쌩 신입이 도대체 뭘하러 왔나 했더니
핫토리 : 입열고 제일 먼저 한 소리가 [ 저를 이용하세요 ] 였지.
핫토리 : 과장군도 일이라고는 하지만, 대단한 *말괄량이를 거둬들였구나 했어.
(*원문 じゃじゃ馬)



——인상이 어땠나요 ?

핫토리 : 츠카사와 대개 비슷해.
핫토리 : 부족한 부분을 자신을 깎아가며 채우려고 하는.
핫토리 : 위태롭고 도무지는 아니지만 보고 있을 수 없었어.
핫토리 : 마토리도 스탠드의 수사관도, 그만두는게 좋을거라 생각했어.
핫토리 : ......그건 뭐
핫토리 :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13


[ 수사1과 ]

[ 자신을 이용해라 ] 라며 시원스럽게 선언한 신입을 먼저 복도에 내보낸 후
과장군은 나에게 다시 감사하다 했다.

세키 : 가소속을 인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핫토리 : 아-뇨.
핫토리 : 뭐, 앞으로의 일은 나에겐 권한이 없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핫토리 : 할만큼 하고, 하루라도 빨리 포기하게 하는 게 좋아.

세키 : 역시. 그런 생각을 갖고계셨군요.

핫토리 : 일에 대한 열정배짱은 있는 것 같고.
핫토리 : 잘 키우면 그런대로 괜찮은 수사관이 될 미래는 보이나.
핫토리 : 아직 무엇을 시킬지도 모르는 조직에 들여져서
핫토리 : 일부러 명을 재촉하는것도 좀 그렇죠.

세키 :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이른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핫토리씨가 말씀하시는 대로 그녀가 초조하게 굴지 않았으면 해요.
세키 : 그래서 처음엔 넌지시 말해보기도 했으나......
세키 : 처음이었습니다.
세키 : [ 그래도 하게 해달라 ] 고, 그녀가 포기하지 않았던건.

핫토리 : ......
핫토리 : ......실력이 상반되어있지 않다는것도, 그래서 간단하게는 인정받지 못할거라는 것도
핫토리 : 미해결사건을 파는것 자체가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이해한 상태에서 한 지원이라는 거군.

세키 : 네.
세키 : 그렇다면 저는, 그 결의를 지지해줘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핫토리 : 부하의 무지로인한 열의를 식혀서 무모한 행동을 막아서는 것도, 윗사람의 일이 아닌가 ?

세키 : 네. 그런 방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핫토리 : ( ...... [ 저는 다른 방법을 취하겠습니다 ] 라는 거군. )

세키 : 그러므로, 핫토리씨 앞에서 혹시 이즈미가 “정말로” 무모한 행동을 하려할 때는
세키 : 부디, 막아주십시오.

핫토리 : ......

세키 : 부탁합니다.

핫토리 : ......멈추게한다고 순순히 멈출 부하뿐이라면 고생할 일은 없겠는데요.
핫토리 : 서로.

세키 : 하하. 그렇네요.

핫토리 : 뭐...... 그녀가 하기 나름이겠죠.
핫토리 : 우선은 솜씨가 어떤지 좀 보고.





[ 경시청, 회의실 ]

핫토리 : 신념 아래에, 중요한 때에 “자신이 가장 귀엽다”는 것을 잊고서 움직이는 인종.
핫토리 : 아무리 올바르게 아름답게 보인다해도, 그런것은 그저 죽고싶어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핫토리 : 그래서 진심으로 말렸고, 아무리 노력해도 바보같은 행동은 하지 못할 위치까지 멀리 떼어놓았지.
핫토리 : ......뭐 결국은, 몇번이고 끈질기게 제자리에 돌아오는 누구씨에게
핫토리 : 난, 졌지만 말야.





——지금은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핫토리 : ......글쎄. 어떨까나.
핫토리 : 그렇게 알고 싶으면 본인이 직접 물어보러 오던지 ?
핫토리 : 그때는 차 한 잔 정도는 사줄테니까.
핫토리 : 언제든지 와. 레이.




14




[ 히야마 저택, 거실 ]

삐릭

오오타니 : ......자, 기다리셨습니다.
오오타니 : 이미 돌아가고 있으니까. 말해도 돼.

히야마 : 아-. 그럼......
히야마 : 오랜만이군, 이즈미.
히야마 : 그대는 항상 오랜만에 만날때에 잘 지내냐고 물어오니까 답해두지만, 우리들은 모두, 달라진 것 없이 지내고 있다.
히야마 : 다만......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사죄해두지.
히야마 : 보는대로, 네 명 전원이 모이는 것이 어떻게해도 어려웠다.

오오타니 : 미안해. 일단, 한계까지 조정해봤지만. 어떻게해도 누군가가 상황이 따라주질 않아서
오오타니 : 특히 지금, 카구라가 좀 꼼짝을 못해서 말야.
오오타니 : 본인도 안타까워 했어.

마키 : 그저 따로 찍게되지만 제대로 아키도 참가할거라고 했으니까.
마키 : 네가 보고있는 이 영상은 아키 분량도 들어갔을거야.

오오타니 : 모처럼이니 편집할 때 카구라 부분만 호화로운 연출을 넣어줄까.

마키 : 그만둬.

오오타니 : 농담이야. 그럼, 얼른 시작해볼까.




오오타니 하토리



——당신과 그녀의 첫만남에대해 가르쳐주세요.

오오타니 : 늘 가던 바에서 마시고 있는데 레이쨩이 우리들을 만나러 왔었지.
오오타니 : 긴장했던건지 명함이 명함집에서 잘 나오질 않는 중에 이름만 밝히고
오오타니 :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라며.
오오타니 :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인상이 어땠나요 ?

오오타니 : 그때는 말 안했지만, 사실 우리들은 레이쨩에대해서 알고 있었어.
오오타니 : 체질에 대해서도, 그 이유로 마토리에 스카우트 된 것도.
오오타니 : 히야마가 핫토리씨에게 너를 소개받기 전부터.

히야마 : 맞아. 그러고보니 처음에 아가씨에 대한 정보를 가져온건, 하토리였지.

마키 : 처음에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했는데.

오오타니 : 카구라같은 경우는 반은 커녕 거의 믿지 않았으니까.
오오타니 : 뭐 하지만 신입 마토리인 이즈미 레이양은 실재했고, 그렇게 만나게된거지만.
오오타니 : 어떤 애일까 상상했던 것과
오오타니 : 실제의 레이쨩에대한 인상은 꽤나 달랐었지.
오오타니 : 일에 열심이고, 책임감이 강하고, 솔직하고 좀 쉽게 속을듯한 애.

마키 : ....... 잘 속을것 같았었나 ?

히야마 : 아니, 처음 만난자리에서 거기까지 간파하진 못했어. 역시 하토리군.

마키 : 아니 칭찬해도 되는건가 이거......

오오타니 : 아하하. 뭐 아무튼, 촉이 왔었어.
오오타니 : 내가 나를 물고 늘어지는 네 끈기에 말려 지는 것과
오오타니 : 나에게 휘둘리는 네가 가망이 없다고 포기하는것, 어느쪽이 빠른지.
오오타니 : 그런 게임은, 어떨까하고.




16


[ 오오타니의 오피스 ]

처음엔 조금씩, 점점 대담하게.
난 실컷 즐기며 레이쨩을 휘둘렀지만, 그녀는 꽤나 끈질겼다.
그래서 “주지 않는다”고 정해져있는 쿠죠씨의 정보를 그녀가 갖고싶어할 때——
거절하기 전에, 조금 건드려봤다.

오오타니 : 우리들에게 있어서 정보는 상품이니까.

레이 : ......덧붙여서, 얼마인가요.

오오타니 : 그렇네......
오오타니 : 키스 한 번으로 어때 ?

레이 : ......! ?

오오타니 : ( 아하하. 똥그란 눈. )

기대한대로 쉽게 반응해준 그녀에게 만족했다.

오오타니 : ( ......다음은 일단, 만약을 위해 가볍게 못을 박아둘까. )
오오타니 : ......뭘 찾고있는지는 묻지않겠지만
오오타니 : 쿠죠씨에게는, 그다지 깊게 파고들지 않는게 좋을걸 ?
오오타니 : 앞으로도 평화로운 인생을 살고싶다면, 말야.

레이 : ......

오오타니 : ( 뭐, 이정도 말했으면 충분하겠지...... )

레이 : ......프로 정보상으로서 가볍게 취급할 “상품”은 아니란거군요.

오오타니 : 어 ?

레이 : 알겠습니다. 느닷없이 죄송했습니다.
레이 : 다음에 방문할때는 상응하는 준비와 각오를하고 여쭙겠습니다 !

오오타니 : ( ......그렇긴한데, 그렇지 않다고할까. )
오오타니 : ( 지금 흐름에서 그렇게 오는거야 ? )

레이 : ......? 저어......?

오오타니 : 아-, 아냐.
오오타니 : 신경쓰지마.
오오타니 : ( 역시 뭔가 좀 독특한 애야. )




[ 히야마저택, 거실 ]

오오타니 : 좀 이상하지만 생각한대로 반응을 해주는 아이라고 생각했어.
오오타니 : 하지만 넌 점점 내게 있어서 [ 예상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아이 ] 가 되어서
오오타니 : [ 상상을 넘는 아이 ] 가 되고.
오오타니 : 하지만, 어디까지 가도 [ 이즈미 레이 ] 라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 아이였어.




——지금은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오오타니 : 앞으로도 인연이 계속 되었으면 하는 아이, 일까.
오오타니 : 그날 밤을 끝으로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해.
오오타니 : 앞으로도 잘 부탁해.





17

마키 케이타




——당신과 그녀의 첫만남에대해 가르쳐주세요.

[ 히야마저택, 거실 ]

마키 : 이건 하토리와 같아.
마키 : ......잘 생각해보니 그 날은 제대로 통성명도 못하고 갔었네.
마키 : 아무튼 그때는 필요이상으로 타인에게 관여하지 않으려고 했으니까.
마키 : 이즈미같은 사람들을 특별히 싫어한다거나 피했던건 아니었지만......
마키 : 이제와서지만, 미안.




——인상이 어땠나요 ?

마키 : ....... 그때는, 그러니까.

오오타니 : 운 떼지 않아도 모두 알고있으니까 괜찮아.
오오타니 : 것보다, 어떤 심한 말을 할 생각이야 ?

마키 : 심한 말을 할 정도의 일은......없었, 다고, 생각하는데.
마키 : 뭐, 그. 성가신 타입이 왔다고 느꼈지.
마키 : 이즈미, 겉보기에도 끈질기게 보였고.

히야마 : 그건 사실이니까 심한 말은 아닌 것 같은데 ?

오오타니 : 히야마. 그 코멘트가 은근슬쩍 심한거야.

마키 : 그 다음에...... 하토리에게 속아서 선상 파티에 갔을 때.
마키 : 제대로 대화를 나눈건, 그 때가 처음이었을 것 같은데.
마키 : 그 때 조금 무섭다고 생각했어.

오오타니&히야마 : ......

마키 : 네가 나쁜 녀석이 아니란건, 왠지 모르게 알고있었으니까.
마키 : 다시 그런 “좋은 녀석”을 난 무언가에 휘말리게 하는건 아닐까하고. 두려웠어.
마키 : ......그래서, 의식적으로 차갑게 대하려고 했는데
마키 : 넌 전혀, 기가 꺾이지 않았지.



19


[ 주식회사 엠토이즈 ]

[ 스탠드에는 들어가지 않겠다, 이야기를 들을 마음도 없다. ]
이 이상은 없을정도로 확실히 거절했지만, 이즈미는 [ 이야기라도 ] 라며 포기하지 않았다.

레이 : 스탠드 상층부가 [ 탐내는 ], 필요로 되어지는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고싶어서요.
레이 : 제멋대로지만...... 그것이 이유입니다.

마키 : ......

어차피 거절할거니까, 이야기를 듣고 기대를 갖지못하게 하는 편이 나을거라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렇다기 보단 아마, 이야기를 들은 상태에서는 거절해야 할 지도 모른다.

마키 : (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을 중요시하는 타입인가. )
마키 : ......하아, 이제 됐어. 먼저 응접 플로어에 가있던지.

레이 : 어 ? ......설마, *들어주시는 건가요 ! ?
(*원문 직역시, 응접해 주시는 건가요 ! ? )

마키 : 당신, 뭐하러 온거야.

레이 : 죄송해요, 기뻐서...... 고맙습니다.
레이 : 10만엔 버튼을 경매에서 따낸 위너의 기분이에요.

마키: ......뭐야 그게.

레이 : 앗,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 목적은 마키씨 본체입니다 !

마키 : 본체라니 뭐야.

레이 : 뭐, 라고 하신다면......
레이 : ............?

마키 : ......

레이 : 틀렸습니다 지금건 실언이에요, 마음 ! 마음도 갖고 싶습니다 !

마키 : 됐으니까 얼른 가. 나까지 사원들이 이상한 눈으로 볼테니까.

레이 : ......!

마키 : ( ......아키가 “희귀동물의 기척이 난다”고 한게, 아무래도 실례라고 생각했는데. )
마키 : ( ......희귀동물...... )




[ 히야마저택, 거실 ]

마키 : 너무 필사적이어서 헛돌고, 그때마다 실언해서 사과하는데
마키 : 정말로 중요한 이야기에서는 말을 실수하지 않고.
마키 : 사람과 마주하는것에서 도망치지 않아.
마키 : 이건 험담은 아닌데 넌 역시 특이하고, 어디에든 있는 타입이 아니야.
마키 : ......그래서
마키 : 우리들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



——지금은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마키 : 완고하고 성가신점도 있지만
마키 : ——만나서 다행이라고 느껴지는, 사람 좋은 녀석.




20


[ 히야마저택, 거실 ]

오오타니 : 그럼......다음. 히야마네.

히야마 : 그래.

마키 : ......미안, 그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휴대폰 확인해도 괜찮을까.

오오타니 : ......오케이, 그럼 모두 확인해볼래 ?

히야마 : 그렇군.
히야마 : 카구라에게서 연락이 왔는지도 몰라.

마키 : ......응. 고마워.

오오타니 : 이러니저러니해도, 레이쨩의 끈질김이 제대로 옮았나보네.

마키 : 카메라 멈출까 ?

오오타니 : 됐어, 필요하면 나중에 편집할테니까 놔둬도......

삐리릭

오오타니&마키 : !

히야마 : ......나이스 타이밍.

오오타니 : 혹시..... 설마 그런거야 ?

마키 : 그 설마.
마키 : 아키가 지금 하네다에 도착했으니까, 30분 기다려줄 수 있냐는데.

오오타니 : 전화가아니라 메시지라는건 아마 아직 기내겠지 ?
오오타니 : 그런데도 30분이라니, 어디로 달려 올 생각이려나.

히야마 : 카구라가 그렇게 말한 이상 오겠지.
히야마 : ......물론, 올때까지 기다릴거라고 전해줘.

마키 : 알겠어.

오오타니 : 그럼, 아무래도 30분동안 돌아가게 두는건 그러니까, 한 번 멈춰둘까.
오오타니 : 정말......모두, 끈질겨졌네.

히야마 : 그렇군.
히야마 : ——만난것에, 감사해야겠어.


























1-1



[ 익숙해지다. ]
뜻 : 반복함에 따라, 그것이 늘 있는 일이 된 것.

말 그대로 이것은, 연인사이에 있어서 좋은 것인가, 혹은 피하고 싶은 현상인 것인가—————



레이 : 음......

눈을 뜨자 바로, 커텐 틈새로 새어들어온 햇살이 아침을 알려주었다.

( 일찍, 일어났네 ...... )

아직 머릿속은 깨지 않은 상태로, 한 번 더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그대로 돌아 눕자, 팔 베개를 해주고 있던 다이스케씨의 모습이 멍한 눈에 들어왔다.

세키 : ( ....... )


( 아,어제는 그 다음에 바로, 같이 곯아떨어졌었구나. )

차츰 선명해져오는 머리로, 다이스케씨 너머로 보이는 시계를 확인.
시각은 5시 13분, 조금만 있으면 첫 번째 알람이 울릴 시간이다.

세키 : ( ...... )

레이 : ......

아침이 힘든 다이스케씨가, 매일 아침 5분간격으로 설정해놓은 알람.
울리기 전에 깨우는건 좋지않다 생각하면서도, 내 손은 자연스럽게 그의 볼에 닿아있었다.

세키 : ......음, .........으응......
세키 : ............레이......?

레이 : 미안해요, 역시 깨워버렸네요......

( 그렇다고는 하지만, 다이스케씨의 경우, 아직 일어난 축에는 못 들어갈 것이다. )

세키 : 으,응............한참, 부족해......
세키 : 그러니까......좀 더, 이쪽으로......

( 와...... )

잠에서 덜 깬 상태로 끌어당겨져, 우리 둘 사이엔 틈이라고는 없어지게 되었다.

마치 몇 시간 전, 피부를 맞닿았던 순간으로 돌아간 듯해서...... 가슴 속이 뜨겁게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레이 : 다이스케씨......?

세키 : ......아아, 응......레이......

다이스케씨는 팔을 느릿느릿 움직여서, 나를 끌어안고는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간지럽고도 치유받는 감촉에, 잠깐 잠이 밀려와 살짝 눈을 감자———

세키 : ......
세키 : ......레이.



레이 : !

아래로 몸을 숙여 들어가는 다이스케씨가, 이불 속에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의 맨 살갗에 키스하기 시작했다.

레이 : 읏......다이스케씨, 설마 일어났어요 ?

세키 : 응, 몇 초전에 눈이 뜨였어.

( 눈이 뜨이자마자 바로, 이런 행동을..... )

레이 : 저, 아직 아침...... 것보다, 몇 시간전에도——.

비슷한 것을 했었는데.

가슴 언저리에 다이스케씨의 뒷통수가 있어서, 내려다보듯이 말을 전달했다.

세키 : ......
세키 : 며칠동안 못 만날테니까, 역시 좀 더 레이를 보충해둬야겠다 싶었어.

레이 : 아......

세키 : 역시, 아침부터는 너무 심했나.

레이 : 윽......
( 그런 말을 하면...... )

레이 : 앞에 했던 말, 취소할게요......
레이 : ......나도, 다이스케씨를 좀 더 보충하고 싶어.

세키 : ......

몸을 일으킨 다이스케씨가, 내 얼굴곁에 손을 대었다.
잠에서 막 깨어난 특유의 젖은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나의 연인이 나에게 그 그림자를 겹쳐오기 시작한 그 때———

삐삐삐삐삐삐 !

갑자기 시끄러운 알람소리가 울려 퍼졌다.




1-2


세키 : ......마치 사춘기 남자애 같았지.

소파에 앉아 모닝커피를 마시며, 다이스케씨는 그런 스스로에게 어이가 없다는듯이 쓴웃음을 지었다.

레이 : 하지만 사춘기 남자애는, 알람이 울린정도로 단념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세키 : 그건...... 확실히 그렇네.

레이 : 게다가 그, 당분간 못 보게되니까 보충하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구요.

오늘, 곧 다이스케씨는 일주일간의 해외출장에 가게된다.

즉 지금이 우리들에게 있어서, 만날 수 없는 시간의 시작인 셈이다.

( 고작 일주일정도로 난리친다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
( 하지만——— )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함께라는 생활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다이스케씨가 없는 생활을 생각하자 가슴 속이 쭈뼛했다.

레이 : ......역시 조금이라도, 보충하고 싶었어요.

세키 : 응 ?

레이 : ! 이런, 말로 나와버——

( 사춘기 남자애가, 누군지 ! )


레이 : 미, 미안해요, 지금 말에 깊은 뜻은 없구요.

세키 : ......

레이 : 으—음......
레이 : 맞다, 슬슬 아침 준비 시작할게요 !

그 자리에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어, 빈 머그컵을 들고 일어서자——

레이 : ——— !

바로 붙잡힌 팔이 쭉 당겨져, 다이스케씨의 발 위로 이끌어졌다.

세키 : ......역시, 어중간한 상태로는 안 되지.

다이스케씨는 그렇게 말하며 내 손에서 컵을 떼어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레이 : 그건,

세키 : 사춘기 남자애같아 ?

레이 : 그렇다기 보단......

세키 : ?

레이 : 저도 같은 생각인 것 같아요.

세키 : 어떤 생각이야 ?

레이 : ......일주일이, 길구나하고.

세키 : 그건...... 틀림없이 같은 생각이야.
세키 : 하지만 나 때문에 그런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네.

레이 : 아뇨, 제가 다이스케씨를 좋아해서 그런거에요.

세키 : ......
세키 : ......

부드럽게 미소짓는 다이스케씨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살짝 다가가 키스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반복되어지는 커피맛 키스에, 달콤한 행복이 점점 보충되어져 갔다.

세키 : 아침은 밖에서 사는걸로하고, 좀 더 이렇게 있는건 어떨까.

레이 : 물론, 찬성이에요.

소중하게 눕혀진 몸이 소파에 묻히고, 이번엔 다이스케씨의 키스가 닿았다.

연달아 깊게 서로를 느끼듯 흘러가는 입맞춤에, 달디단 숨을 흘리며......
우리들은 못 만나는 시간만큼, 서로를 보충해갔다———



2-1


그렇게 다이스케씨가 출장을 나가던 때——

( 지금쯤 다이스케씨는 비행기 안 일까. )
( 모스크바와의 시차는 6시간이니까, 그곳에 도착하는건 현지시간으로 15시정도려나. )

벌컥

유이 : 세키 과장님, 보고서를 다 썼으니 빠르게 결재를———
유이 : ......응 ?

아오야마 : 세키 과장님은 오늘부터 출장이야. 전부터 말했잖아.

유이 : 큭...... 오늘부터였나. 모처럼 할 마음이 나서 보고서를 끝냈는데......
유이 : 이럴줄 알았으면 뒤로 미뤄서, 평소처럼 연구를 했어야했는데.

아오야마 : 아니, 넌 평소에 너무 미루기만해. 이 정도가 딱 좋아.

유이 : ......

나츠메 : 것보다 출장으로 모스크바라니, 너무 심하지않나요.
나츠메 : 일부러 그렇게나 멀리까지 가서 일한다니, 정시퇴근은 도대체 언제인건지.

레이 : 확실히 나츠메군이 흔쾌히 바다를 건너는건, 상상조차 안 되네......

나츠메 : 게다가 강사로서 참가라니, 진짜로 피곤한 일인거잖아요.

이마오지 : 마약범죄대책의 일러협력은, 매년 후노성의 단속관도 강사로서 참가하고있으니까요.

아오야마 : 우리가 큰 사건을 맡고있지 않은걸 보고, 올해는 염원하던 세키 과장님을 파견할 수 있었단건가.

유이 : 다른나라의 강사가 되기전에, 내 보고서에 결재 도장을 찍어주셨으면 하는데.

아오야마 : 너 진짜......

이마오지 : 하지만 각국이 거리낌없이 이런 기회가 늘어나는건, 좋은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마오지 : 지금도 옛날도, 마약은 세계공통의 문제이니.

아오야마 : 맞아, 이 이상 밀매조직을 방치해두지 않기 위해서는, 해외의 관련기관과 협력해서 조직의 파멸을 목표로 해야만할테니까.

이마오지 : 그런 의미로도, 이번 세키과장님의 출장엔 큰 의의가 있는거겠죠.

십 몇년전부터 모스크바에서 개최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 각국을 대상으로한 마약단속관의 육성.

그곳에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는 강사로서, 올해는 다이스케씨가 참가하고 있다.

아오야마 : 아무튼, 모두 세키 과장님이 없다고 긴장을 늦추진 마.

이마오지 : 물론이죠.

사령탑인 과장님이 부재중인 수사기획과였지만, 아오야마씨 덕에 사기는 지켜지고 있었다.

하지만......

유이 : 하지만 세키 과장님이 안계시니, 최종확인을 기다리는 서류가 쌓일 뿐이야.

이마오지 : 확실히 그것이 가장 문제네요......
이마오지 : 큰 사건도 없는데다가, 내근도 밀려서.

모두의 시선이, 다이스케씨의 데스크를 향했다.

아직 오전중인데도, 이미 몇 개의 파일과 자료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놓여있었다.

나츠메 : 물론 저희들도 곤란하지만, 이거, 세키 과장님이 복귀하시면 확인서류 양에 쓰러지지 않으실까요.

유이 : 출장과 장기 잠복 후에 늘 있는 전개지.

이마오지 : 그렇지만 이번은, 자주 있는 2,3일 부재도 아니시고......

레이 : ......

( 그렇지. 일주일분이 쌓인 서류라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호러영화야...... )

( 더구나 다이스케씨 앞으로 도착하는 서류 양은, 하루 분량만으로도 무시무시한데. )

나츠메 : 이럴때에 힐링해주는 연인 한 두명쯤, 세키 과장님께 있다면 좋았을텐데.

이마오지 : 그런 얘기는 전혀 들은적이 없네요......

아오야마 : 아니, 바쁠때 여자가 있어도 부담만되잖아.

레이 : 어 !

아오야마 : 왜 그래 ?

레이 : 아, 아뇨......

유이 : 난 부담되지 않아, 이즈미.
유이 : 언제든지 이 가슴팍에 뛰어들어도 좋아. 그때에는 온갖 검사를———

레이 : 안할거라고했죠 ?

유이 : ......

나츠메 : 뭐, 부담이 될 여자친구라면, 확실히 없는 편이 낫지만.

레이 : 추가로, 그건 구체적으로 어떤 여성이......

나츠메 : 걱정하지않아도, 레이쨩의 망상속 남자친구는 괜찮지 않아 ?
나츠메 : 망상이니까.

레이 : 그런게 아니라니까 !

이마오지 : 구체적으로는, 연인이 되면 바빠도 연락은 바라게되고......

아오야마 : 즉, 상대해줄 수 없을때 혼자서 있지못하는, 자립심이 부족한 여자는 사양이지.

레이 : 하,하지만 바쁠때일수록 버팀목이 되는것 아닌가요......?

아오야마 : 버팀목이 되는 척 하면서 상대해주길 바랄뿐인 여자가 많다는거야.

( 그렇구나...... )



2-2


벌컥

밤, 일을 끝내고 돌아온 다이스케씨의 집.

언제부터 였을까. 내 집보다 이곳이 더 편해진건.

( 그렇다고는 해도 일주일 동안은 혼자인가. )

레이 : ......

조용한 집에, 순간 외로움을 닮은 슬픔이 온몸을 덮쳤다.

그 다음엔 과 선배들의, 가차없는 말들이 되살아나고......

( 아냐아냐, 괜찮아. )
( 아무리 그래도 “혼자서 있지 못하는 자립심이 부족한 여자”는 아니지. )

크게 끄덕이곤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 화면을 보았다.

( 19시...... 모스크바까지 비행시간은 약 10시간이니까, 아직 비행기 안이려나. )
( 일단, 오늘 일은 문제없이 끝났다고, 메시지로 남겨둘까 ? )

레이 : ......아니, 잠깐만.

( 이건 결국, 일을 핑계로 내가 다이스케씨에게 연락하고 싶은 것 뿐이야. )
( 그렇다는 건, 설마 이게......! ? )

[ 혼자서 있지 못하는, 버팀목이 되는 척하며 상대해주길 바랄 뿐인 여자. ]
———설마했던 현상에, 말이 막혔다.

레이 : ......

그렇다고는 하나 일에서도 개인생활에서도, 다이스케씨가 있는 생활은 이미 너무나도 당연했다.

( 즉 이 생활에 지나치게 [ 익숙해져버린 ] 결과, 혼자 있을 수 없게 되고 있는건가? )
( 그렇다면...... 이대론, 안 돼. )

레이 : ............좋아, 결정했어.


이렇게 몰래 [ 혼자서 있지 못하는 여자에서 벗어나기 ] 를 목표로 한 것이,
앞으로 일주일간의 운명을 크게 바꾸게 된다———




( 다이스케씨가 출장에 간 지, 오늘로 3일째. )

첫날과 어제는 일체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이스케씨에게도 오지 않았다.

즉 만 하루가 넘게, 연락을 주고받지 않은 상황이다.

레이 : ......

만약, 직장도 집도 따로였다면.

다이스케씨는 어느정도의 빈도로 나와 연락을 했을까.
이것을 모르니 지금 상황이 이상한건지 정상인건지 조차 모르겠다.

( 그래도 어른이니까, 그렇게 빈번하게 연락은 안하겠지. )

( 아니면 출장지가 상당히 바쁘다던가 ? )

그렇다면 역시, 전화도 메시지도 최소한으로 삼가야한다.

나츠메 : 이츠키씨, 다음주 합동회의 문제로 수사1과에서 전화가 왔었는데요.
나츠메 : 출석은 세키과장님과 이츠키씨인거죠. 이 내용 확인하시고 바로 회답해주실 수 있나요.

아오야마 : 일정 변경인가. 세키 과장님께 스케쥴 확인을 해야겠군.
아오야마 : 모스크바 시간으로 지금은 아침 8시...... 좋아, 전화해볼까.

레이 : ......

스케쥴 확인뿐이라면 제가 전화를 ! ......이라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억눌렀다.

( 안돼 안돼, 지금은 내 일에 집중하자. )

아오야마 : 세키 과장님, 수고하십니다. 그쪽은 아침이죠, 아침일찍부터 죄송합니다.
아오야마 : 다음주 합동조사 건입니다만———





아오야마 : 알겠습니다, 핫토리 과장님께 전달하겠습니다.
아오야마 : 아뇨, 이쪽은 지금으로서는 안정된상태입니다. .........어, 이즈미 말씀이십니까 ?

레이 : ?

아오야마 : 그 건이라면——— 알겠습니다, 지금 바꾸겠습니다.

( ! )

아오야마 : 이즈미, 세키 과장님이 바꿔달라고 하신다.

레이 : ㄴ, 네.

갑작스런 전개에, 호흡을 가다듬을 여유도 없이 데스크의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레이 : 전화 바꿨습니다, 이즈미입니다.

세키 : 레이 ?

레이 : 읏......

......숨결을 귓가에 바로 느끼자 가슴이 미어졌다.

( 게다가 전화기 너머라고는 하지만, 직장에서 이름으로...... )

세키 : 지금부터, 일 얘기를 하는 것처럼 해줬으면 하는데.

레이 : 아, 알겠습니다.

세키 : ......잘 지내고 있어 ?

레이 : 앗.

세키 : 이런식으로 물어보는건, 왠지 신선하네.
세키 : 생각해보면, 레이와 이렇게 전화를 할 기회가 많이 없었지.

레이 : 물론,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오야마,나츠메 : ............

( 응 ? )
( ......큰일났다. 일과 관련된 전화로 보이지 않는 대답을 해버렸어. )



3-1


세키 : ......

레이 : [ 자, 잘지내.......는것 같습니다 ! 하야토군도 리쿠군도 ! ]

세키 : 하하, 곤란하게 만든 것 같네, 미안.

레이 : [ 아뇨, 저야말로...... 여러가지로 낯설어서요. ]

세키 : ......
세키 : 레이.

레이 : [ 네. ]

세키 : 지금, 무척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세키 : 얼굴에 드러내지않고, 들을 수 있겠어 ?

레이 : [ 그, 그 사안에 관해서는......물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세키 : 그럼......

레이 : [ ...... ]

세키 : ———보고싶어.

레이 : [ ! ]
레이 : [ ......그렇......군요 ? ]

세키 : ......쿡

레이 : [ 다행이네요......저도, 과장님과 아주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

세키 : 하하, 그래.
세키 : 아차, 이제 바로 나가야해. 일하는 중에, 미안했어.

레이 : [ 아뇨, 저야말로. ]
레이 : [ 그럼, 다녀오십시오. ]

세키 : 응, 다녀올게요.






레이 : ......

( 전화가, 이렇게나 심장에 안 좋은 거였나...... )
( 애초에 다이스케씨가, 직장 전화로 공사혼동을 하다니. )

도대체 어떤 표정으로 대화했던건지, 이제와서는 나 자신조차 알 수 없을정도로 크게 동요했다.

나츠메 : 괜찮아 ?

레이 : 어, 뭐 이상했어 ?

나츠메 : ......
나츠메 : 미안, 이상한건 늘 그랬었지.

레이 : 그건 또 무슨 소리지......

( 그래도, 다행이다. 그렇게까지 수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진 않네. )

안도의 숨을 내쉰 뒤, 아직 남아있는 동요를 숨기며 다시 일과 마주했다———




( 좋아, 오늘도 문제 없이 정시에 끝났어. )
( 지금으로서는, 출장전에 다이스케씨가 말했던대로네. )






———출장 전 날.

레이 : 내일부터는, 저도 평소 이상으로 마음을 다잡을거에요.

세키 : 그건 믿음직스럽지만,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
세키 : 무슨 일이 있다해도, 모두가 있으니까.

레이 : ......
레이 : 다이스케씨는, 자신이 없는 동안에 문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걱정되지 않아요 ?

세키 : 그렇지는 않아. 모두가 평소에 일을 어떻게 하는지 보고있고, 당연히 신뢰하고 있으니까.
세키 : 하지만, 굳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 한다면......

레이 : ?

세키 : 복귀했을때의, 유이의 책상정도려나.

레이 : 아하하......다이스케씨가 없으면, 더 엄청난 마의 소굴이 될 것 같네요.






레이 : ......

흘끗, 유이씨의 데스크를 보니, 상상한 대로 무너질 듯한 산이 완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이스케씨의 데스크도 다시......

( 아...... 날이 갈수록 서류의 산이 커지고있어......! )

슬프게도, 아무리 걱정해도, 과장님께 도달하는 서류에 대해서 내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없었다.

( 그렇다면, 적어도 부담은 되지 말아야 해. )

그것은 즉, 혼자서 있지 못하는 여자에서 벗어나기.

( 좋아, 싱글라이프를 만끽하기 위해서, 마트에라도 들렀다가자. )



3-2


( 슬슬 냉장고 속이, 시원하게 비어있을테니. )
( 그렇지, 그러고보니 맥주도...... )

카트를 밀며, 맥주가 몇 개 남지 않았던 것을 떠올렸다.

( 오늘 두 세캔 마신다하면, 남은건—— )

레이 : 아니지, 다이스케씨는 없으니까, 오늘은 한 캔만 없어지는거잖아.

그렇다면 다음에 살까 생각했지만, 오늘 사면 일이 편해질 것이다.

( 그래도. 식재료도 사고 맥주도 사면, 짐이 무거워지는데. )

레이 : ......

( 평소엔, 이럴 때—— )





세키 : 맥주랑, 가끔은 와인도 사 볼까.
세키 : 그리고, 하이볼도 있는 게 낫겠어 ?

레이 : 그렇지만 너무 무거워질지도요......?

세키 : 이정도는 내가 들 수 있으니까 걱정마.
세키 : 내일은 휴일이니, 늦게까지 둘이서 천천히 마시자.





레이 : ......

옆을 봐도, 늘 같이 있던 사람이 없다.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왠지......

( ......아아, 또. )

( 맥주를 사는것 뿐인데 이러면 안되잖아. 응, 역시 사가야겠어. )





벌컥

레이 : 하~~...... 무거웠다......! !

텅 빈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계획한 것 이상으로 사버린 결과......

아파트에 도착할때까지, 꽤나 체력을 소모해버렸다.

( 지쳤지만, 배는 고프다...... 빨리 뭐라도 만들자. )

앉아 쉬고싶은 충동을 극복해내고, 부랴부랴 주방으로 향했다.




레이 : 어라, 뭔가 평소와 같은 양의 고기감자조림이 만들어진것 같은데......?

정신이 들고보니 쌀도 두 사람분을 안친데다가, 된장국도 거의 평소대로.

2인분을 1인분으로 하는 어려움이, 순간 뼈저리게 느껴졌다.

레이 : 뭐, 내일 아침 저녁으로 먹으면 되겠지.

그렇게 평소대로 무난한 맛의 식사를 마치고, 맥주 한캔을 시원히 들이키고 샤워를 한 뒤——

늦은 밤, 혼자서 침실로 향했다.




레이 : ......

침대 안에서 계속해서 몸을 뒤척이며, 스마트폰을 본지 벌써 몇 분이 지났을까.
——————변함없이, 다이스케씨에게서 연락은 없었다.

낮에 대화했던 건 예상외로 일어난 일로, 즉 아직 단 한번도 서로의 의사로 연락은 주고받지 않았던 것이다.

( 목소리를 들은 데다가 [ 보고싶다] 고 마음을 서로 확인했으니까. )
( 그걸로 충분해. )


타이르듯이 납득하며, 스마트폰을 베개맡에 엎어두었다.

레이 : 하아—, 자자. 이럴때는, 큰 대자로 자야지 !

거리낌없이, 양손 양발을 있는 힘껏 펼치자......

( —————응 ? )

순간, 그 넓이에 위화감을 느꼈다.

( 이상하네. 어제도 혼자서 잤는데. )
( 오늘은 침대가, 넓은 것 같아...... )

레이 : ......
레이 : ......이런 사치스러운 넓이를 독점하는 건가.

( 혼자, 인거구나. 지금의 난...... )



그것을 느끼고는 눈을 감은 뒤, 나는 곧 잠에 빠졌다———




세키 : ————......
세키 : 레이———......

레이 : 응......

( 다이스케씨, 목소리......? )



세키 : 미안, 깨워서.

레이 : 어라......다이스케씨, 출장은 ?

세키 : 끝나고, 방금 돌아온 참이야.

레이 : 어, 너무 이르지 않나요 ?

세키 : ......레이.




레이 : 읏......

마치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침대에 올라 온 다이스케씨에게 입술이 막힌다.

그 온기를 좀 더 느끼고싶어서, 나도 꿈결에 팔을 두르고 그를 더 원했다.

세키 : ......보고싶었어.

레이 : 저도, 보고싶었어요......

세키 : 못 보는 동안, 계속......
세키 : 계속 유이의 책상이 걱정되서, 견딜 수 없었어.

레이 : ......네 ?

세키 : 그러니, 확인하러 갔다올게.

레이 : 엑, 지금요 ! ?

세키 : 응, 신경쓰여서 견딜 수가 없거든.

레이 : 자, 잠깐———





레이 : 으으~응......기다려요, 다이스케씨......
레이 : ......잠ㄲ............으음 ?
레이 : ............

눈이 떠지고 순간 멍했다가, 곧 꿈이었음을 알아차렸다.

( 어라, 벌써, 아침......알람이, 울렸었나...... )

시계를 보자, 5시 45분.
평소대로 커텐의 틈새로 햇살이 새어나오는데, 시끄러운 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옆을 봐도 다이스케씨는 없었다——

레이 : ......

꿈속에서 입술을 겹쳤던 만큼, 그 온기가 그리워지는건 당연했고......

( 이럴때 옆에서 자고 있었다면, 마음껏 달라붙었을텐데. )

익숙치 않은 혼자있는 생활에 침울한 한숨을 내쉬고는, 그대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3-3



레이 : ......
레이 : ............

( 조용하네. )

5분간격으로 울리지 않는 알람.
들리지 않는 아침인사.
눈에 띄지않는 둘만의 커피 타임.

세탁물도, 설거지할것도, 당연히 평소보다 줄어들어서......

( 모든 일상이 잘못 된 것 같아. )

생활속에 흩뿌려졌던 두 사람분에 대한 [ 익숙함 ] 이, 이렇게나 존재했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레이 : 안되겠어. 이런건 진짜 “혼자서 있지 못하는 여자” 그 자체잖아.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그 이상으로 깊게 내쉬었다.

레이 : 좋아 !

기분을 리셋하고 몸단장을 마친 뒤, 혼자서 씩씩하게 직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서로 연락을 하지 않은지, 4일이 지나고, 5일이 지나고.
출장 6일째에 접어든 오늘의 오후———


( 귀하디 귀한 쉬는 토요일, 다이스케씨가 있다면 데이트했을텐데. )

결국엔 바빴던건지, 아니면 매일 연락을 하는 타입이 아니었던건지.

이토록 함께있었어도, 모르는 것이 있는 법이다.

레이 : 이런 생각은 해도 어쩔 수 없어.
레이 : 모처럼 휴일이니, 우선 방 청소나 해 볼까.

먼저 청소기를 돌리러, 침실로 향했다.


위이이—잉



창문을 열고, 침대 안쪽을 청소하던중——



쿵 !



레이 : !

이상한 쪽으로 잡아당겨진 청소기가 선반에 세게 부딪혔다.

레이 : ......다행이다, 흠집은 안 났어.

( 아...... )

확인을 하고 시선을 올리던 차에, 문득 눈에 띈 것. 그건——

( 이것도 이제, 꽤 오래전 일이 되었나. )

장식 된 사진틀 속의 투샷이다.

레이 : ......

그 주변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진 뿐만이 아니다.

당연하게 놓여 있는 나의 개인 물건, 같이 산 잡화류, 두 사람 분의 충전 코드.

처음 이 방에서 눈을 뜬 그 날과, 아무것도 바뀐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 어느샌가 [ 우리 ]가, 방 안에 이렇게나 가득 차있었구나. )

레이 : ......
레이 : 윽——

주머니에 손을 넣어, 청소기 대신 손에 든 스마트폰.

이름을 찾아내 탭하고, 바로 귀로 가져갔다———


삐리리리리......





세키 : ......여보세요, 레이 ?

레이 : [ 앗...... ]

세키 : 좋은 아침.
세키 : 아니, 그쪽 시간이면 이제 정오쯤이겠네.

레이 : [ ......! 그렇죠, 모스크바는 아침 6시정도겠네요 ! ]
레이 : [ 죄송해요, 순간적으로 전화해버려서—— ]

세키 : 순간적으로 ? 무슨 일 있었어 ?

레이 : [ 아뇨, 충동적으로 목소리가 듣고 싶어져서, 그만...... ]

세키 : ......
세키 : 레이, 사실은——

레이 : [ ? ]

세키 : ......아냐. 미안하지만, 이제 곧 나가봐야 해.
세키 : 이따 밤에 다시 해도 될까 ?

레이 : [ 아, 네. 죄송해요, 바쁘실텐데. ]

세키 : 목소리를 들어서 다행이야.
세키 : 그럼, 끊을게.



세키 : ......


4-1


레이 : ......

( 해버렸다. )

[ 혼자서 있지 못하는 여자에서 벗어나기 ] 는, 어디로 간것인가———

이런 충동으로 전화를 걸다니......

레이 : ......
레이 : 아, 아무튼, 내일 다이스케씨가 돌아올때까지, 혼자서 제대로 휴일을 보내야지.

잡념을 떨치듯 청소를 다시 시작하고, 하루를 통째로 써서 집안의 모든 방을 깨끗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욕실 청소를 끝냈을 무렵엔, 하늘은 짙은 남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레이 : 시간도 괜찮으니, 혼술하면서 TV라도 볼까.

냉장고에서 목적으로 하는 것을 꺼내고,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그 순간, 나는 완전히 얼어붙게 되었다.

MC : [ 이어서, 제보자 K코씨가 보내주신 이쪽의 사진입니다...... ]
MC : [ 그녀의 어깨에, 있을 리 없는 손이 찍힌것이 보이십니까...... ]

( 설마했던 호러 특집 ! )

심령현상같은건, 솔직히 약하다.

무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흥미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혼자서는......

( 그래도, 이정도도 못 봐서 어떡할거야. )
( ......좋았어. )

의미모를 의지가 솟아, 그대로 리모콘을 테이블에 두었다.

MC : [ 다음으로는, 제보자 A코씨가 보내주신 실제 이야기를 재현해보았습니다, 함께 보시죠. ]






A코 : [ 돌아갈 집을 찾고있던 그 소녀는, 지금, 당신의 방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
A코 : [ 문을 열고 눈이 마주쳐도, 절대 말을 걸어서는 안됩니다...... ]

레이 : ......하, 하하하.

결국 끝까지 봐버려 밤도 완전히 깊어져 평소라면 잠을 청했을 시간대가 되어 있었다.

이제와서는 후회만이 몰려와, 메마른 웃음이 조용한 방에서 사라져가던.....그 순간——

삐리리리리

레이 : 흐엑 ! ?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그럴리 없지만 심장이 터졌다.

( 아, 다이스케씨다...... )

레이 : ......여보세요.

세키 : [ 미안, 자고 있었어 ? ]

레이 : 아뇨, 지금 TV를 보고 있어서.

세키 : [ ? 목소리가 좀 어두운데. ]

레이 : 사실은 호러 프로그램이었는데, 아직 심장이 두근거려요......

세키 : [ 하하, 그럼 바로 갈게. ]

레이 : 바로...... ?

( 그게 무슨—— )



철컹 ! !



레이 : 히익 ! ?

세키 : [ ! ]

( 뭐, 뭐야, 이 소리...... 침실에서...... )



4-2


세키 : [ 레이, 왜 그래, 무슨일 있는거야 ! ? ]

레이 : 무슨 소, 소리가......

( 제대로 잠겨 있었을텐데. 창문 유리가 깨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그렇다면...... )

뇌리에 되살아나는, 몇 분전의 말......

[ 돌아갈 집을 찾고있던 그 소녀는, 지금, 당신의 방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


( 아니, 설마. 분명 뭔가가 쓰러진거—— )

벌컥

레이 : !


이어서, 이번엔 현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 어......뭐야......현관에서도, 그렇담...... )
( 설마 정말로 침입자인데다가, 양쪽에서 습격하는건가 ! ? )

이렇게 되면 이제, 맨 몸으로 도망치는것에 전념해야 하는걸까.

( 하지만 정말로 침입자일 경우, 범인을 남겨두면 아파트 주민들에게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어. )

숨어서 상황판단을 할 시간은 이제 없다.

( ......들어오는 사람이 기껏 두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나 혼자서—— )

대책을 강구하던중에, 거실의 문은 열렸고.
거기서 서두르듯 나타난것은———


세키 : 레이, 괜찮아 ! ?

레이 : 어......
레이 : 어어 ! ?

이건 꿈인가, 환상인가.

레이 : 어, 어떻게 다이스케씨가 여기에......

세키 : 그런거보다, 괜찮은거야 ?

레이 : ㄴ, 네. 침실에서 소리가 나긴했는데......

세키 : ......

다이스케씨의 시선이 침실을 향했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세키 : ......
세키 : 혹시, 이 책이 떨어진 소리 아니었을까 ?

레이 : 네 ?

다가가 보니, 확실히 선반위의 책 한 권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레이 : 아...... 낮에 청소기와 부딪혔을때, 균형이 깨졌었나봐요.
레이 : 죄송해요, 소란피워서......

세키 : 아냐, 아무일도 없어서 다행이야.

내 목소리에 다이스케씨는 겨우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레이 : 저...... 돌아오는건 확실히, 내일이었었죠 ?

세키 : 맞아, 현지시간으로는 오늘 저녁 비행기편으로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세키 : 뜻밖에 저녁때까지 스케쥴에 여유가 있었어서.

레이 : 변경, 한거군요 ?

세키 : 아침 첫비행기에 빈자리가 있나 확인해보니, 예약 취소 대기라면 해줄 수 있다고 해서.

레이 : 첫 비행기...... 설마, 전화했을때는 이미 ?

세키 : 마침 예약 취소가 나왔다고 막 알게되기도 했고, 시간이 없으니 서두르라고 했을 때였어.
세키 : 물론, 통화했을때 오늘 간다고 말해주려고 했는데......

레이 : ......?

세키 : ......

갑자기 웃음기를 지운 다이스케씨가 말 없이 내 앞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레이 : 다이스케ㅆ——......

손을 이끈다던가, 끌어 안는다던가 그런것이 아닌......
한 걸음 내딛은 다이스케씨의 팔이, 그저 조용히 나를 감쌌다.







Happy End



세키 : ......한심하지만, 조금 주눅들었었어.

불쑥, 귓가에 다이스케씨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세키 : 너한테서 연락이 없다는것에, 나잇값도 못하고 침울해져서......

레이 : 아, 하지만, 다이스케씨도 연락은......

절대로 팔을 풀어주려고 하질 않는 다이스케씨에게 안긴채, 떨어져있는 동안 있었던 일의 진상이 밝혀져갔다.

세키 : 물론 첫날은 현지에 도착하면 바로 보고하려고 했어.
세키 : 하지만 예상밖으로 바빴어서...... 그래도 안정되었을즈음엔 네게서 연락이 와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레이 : 아......

( 난 그 때, 그런 목표를 내세우고 있었는데...... )

세키 : 일의 상황에 관해서는 아오야마에게서 문제없다고 매일 보고가 들어왔으니까,
세키 : 그렇다고 한다면, 연락이 오지 않는 이유는 네가 오랜만에 혼자 있는 시간을 만끽하고 있는거라고 생각했어.

레이 : ......

세키 : 그래서 네게서 연락이 올때까지는, 그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내가 먼저 연락하는건 자제하려고 했었어.

레이 : ......

세키 : 그로부터는 매일 바쁜와중에도 나이는 먹을대로 먹은 어른이 꽤나 핸드폰을 신경쓰곤했지.
세키 : 그렇게 보내던 중에 떨어져있는 만큼 마음이 급해져버려서.

레이 : ......그래서 일찍 돌아와준거군요 ?

세키 : 맞아. ......하지만 아무래도 갑자기 집에 들어가면 놀랄것 같아서 근처에서 전화를 걸었던건데.
세키 : 결국, 놀라게 했네.

레이 : 아뇨, ......기쁘기도 했고, 안심했어요.

세키 : ......

레이 : 다이스케씨......?

세키 : 정말로, 한심하네......

다이스케씨는 작게 [ 하지만 ] 이라 덧붙였다.

세키 : 이런 나도 넌 받아줄거라고 알고 있었으니까.

레이 : ......

( 그래서 전부 이야기해준거구나. )

출장중에 다이스케씨가 그런것을 생각하고 있었다니.

기쁨과 미안함이 겹쳐 가슴 속이 지끈거렸다.

레이 : ......저, 다이스케씨가 출장가있는 동안 계속 생각했어요.
레이 : 둘이 같이 있는것만 익숙해지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되는건 아닐까 하고.

세키 : 설마 그래서 연락을 ?

레이 : 네......
레이 : 하지만 제가 생각한것보다도 그동안의 일상은 둘만의 것으로 되어있어서.
레이 : 혼자서하니 위화감만 느껴질 뿐이었어요.

세키 : 레이......

살짝 물러나 올려다보자 다이스케씨는 놀랄정도로 온화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세키 : 둘만의 생활에 익숙해지는건, 그렇게 나쁜일만은 아니지 않을까 ?

레이 : 네 ?

세키 :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있는거라면, 익숙해져야 하는건 혼자보단 둘만의 생활일테니까.

레이 : 아......

나는 무엇을 착각하고 있었던거지.

( 무엇을 놓치고...... 이렇게나 간단한 일이었는데. )

그러나 놓쳤던 만큼, 지금 분명히 보이기 시작했다.

레이 : 다이스케씨...... 이제와서지만 솔직해져도 될까요 ?

세키 : 응, 물론.

레이 : 저, 다이스케씨 목소리가 듣고싶었어요. 매일 메시지도 보내고 싶었어요.
레이 : 무척.........보고싶었어요.

세키 : .......
세키 : ......윽.





순간——— 무언가의 실이 끊어진듯이 끌어당겨지고, 거칠게 입술이 막혀졌다.
하지만 거칠었던건 처음뿐이었고 떨어져있었던 만큼 정신없이 반복되는 키스에 마지막에는 다리의 힘이 빠질것 같았다.

세키 : 레이......

부드럽게 볼을 쓰다듬는 손끝이 식을리 없는 열기를 전해주었다.
내가 있고, 다이스케씨가 있고, “둘”이 있어서 생겨나는 열기를......

세키 : 나도, 이제 혼자서는 있을 수 없어.
세키 : 무엇보다 이렇게 빨리 돌아온것이 그 증거잖아 ?

레이 : ......

올려다본 끝에 있는 사랑스러운 사람에게, 나도 손을 뻗었다.

레이 : 다이스케씨.

세키 : ?

손에 닿은 볼이 따뜻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레이 : 다녀오셨어요.

세키 : 다녀왔어, 레이.



다시 입술이 맞닿고, 다시 깨닫는다.

둘만의 시간에 익숙해지는 것은, 절대 나쁜일이 아니라는 것.

왜냐하면 분명 그자체가, [ 둘이서 함께 살아간 시간 ] 의 소중한 증거가 될테니까———








끝.

21


가족이라해도, 해야하는 말.
그렇기에, 물러나서는 안될 부분.
[ 가족이니까. ] 라는 엉성한 말로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같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가까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할지 안 할지는 개인의 자유다.


하루는 이제, 개발에는 상관 하지 않아도 돼.

나츠메 : ......뭐 ?
나츠메 : 하지만, 아직 그 약의 문제점은——

응. 그러니까, 문제점을 해결하는 사람이 문제를 갖고있으면 안되는거잖아 ?
열심히해서 “그거” 고쳐.
고쳐지는 거라면, 말이지.

나츠메 : ......

아무리 가족이라도————
가까이 지내는건, 의무가 아닐테니까.




[ 카페 ]

나츠메 : ......

이마오지 : .....슬슬 면이, 어지러워서 기절하겠는걸요.

나츠메 : 네 ?

이마오지 : 방금전까지 계속, 회전이 멈추질 않아서.

나츠메 : 아......

슌씨의 말에, 손이 멈춘다.
잔뜩 휘감아버린 파스타를 일단 전부 풀고,
그대신 아스파라거스 조각을 찔러 입에 가져갔다.
하지만 그 이상 먹을 생각이 들지않아,
아직 음식이 반 이상 남은 그릇의 가장자리에, 포크를 두었다.

이마오지 : 다 드신건가요 ?

나츠메 : 생각했던 맛이랑 좀 달라서요. 신경쓰지마시고 슌씨는 천천히 드세요.

이마오지 : 그렇군요. 그럼, 사양하지 않고.

나츠메 : ......

아까 받은 신규안건이 왠지 모르게 머릿속에서 사라지질않아
말수가 줄어든 것은 나 스스로도 알고 있었기에,
아마, 슌씨도 눈치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사람은, 이럴때 안이하게 파고들지 않는다.

나츠메 : ( 신경을 쓰기때문에 파고들지 않는게 아니라, 파고들정도로 흥미가 없는 듯한 느낌. )
나츠메 : ( 편하긴 하지. )

이마오지 : ......

세키 과장님과 와타베 과장님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이츠키씨 정도로 정론을 펼치지도 않고,
코타로씨와 다르게 눈치가 있다.
듣고 넘겨줬으면 하는 것은,
그런 분위기를 풍기면 제대로 듣고 넘겨줄 것을 알고있기에
무슨 이야기라도, 비교적 부담없이 꺼낼 수 있었다.


나츠메 : ......그러고보니, 들은적이 없는것 같은데.

이마오지 : 네 ?

나츠메 : 슌씨가 혼자서 처음으로 담당했던 안건은 어떤거였나요 ?

이마오지 : 저같은 경우는...... 연수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때, 해외쪽과 얽힌 안건이 생겼었는데
이마오지 : 우연히 상대가, 제 전직에 조금 관계가 있는 인물이었기에 세키 과장님이 [ 해보지 않겠냐 ] 고.
이마오지 : 그것이 일단은, 처음으로 맡은거겠네요.

나츠메 : 어, 그게 처음이라구요 ? 일이 좀 것 같은데요 ?

이마오지 : 네. 와타베 과장님 밑에서 세세한 지도와 그때그때의 지시를 받고, 겨우...... 해낸 느낌이었죠.
이마오지 : 담당은 일단 저였지만, 그건 거의 와타베 과장님의 일이었어요.

나츠메 : ......슌씨의 전직이라면, 해안경비대였나요.

이마오지 : 네.

나츠메 : 그런데 왜, 일본에서 이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게 된건가요 ?

이마오지 : 하하. 오늘은 신기하게 제게 관심이 많으시네요.

나츠메 : 아아, 죄송해요. 별로 말씀하고 싶지 않으시면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나츠메 :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던것 뿐이라.

이마오지 : 그래요 ?

그렇게 웃고는, 슌씨는 대답하지 않고 식사를 계속 했다.
슌씨가 그렇듯이, 나도 깊게 파고들려고 하진 않는다.
그래서 평소처럼 여기서 대화는 끝이라고 생각했으나——
의외로, 슌씨는 잠깐의 사이를 둔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이마오지 : ......격식을 차리고 말할만한 이유는 없지만,

나츠메 : 네 ?

이마오지 : 원래, “언젠가 일본으로 생활거점을 옮긴다”는 선택지가 있던차에,
이마오지 : 지인에게 [ 일본의 관청에서, 조금 특수한 조건의 임시채용을 한다는 정보가 나왔다 ] 고 들어서
이마오지 : 채용시험을 한번 보고싶었던게 계기입니다. 결론은, 타이밍이었네요.

나츠메 : 그것뿐, 인가요.

이마오지 : 네. 의외였나요 ?

나츠메 : 그런대로요. 좀 더 뭔가 있을거라 멋대로 생각했었어요.

이마오지 : 기대를 배신하게 되버려서 미안하네요.
이마오지 : 하지만 계기가 어떻든, 이 일을 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나츠메 : 행운...... 확실히, 직장은 호강하고 있다고 저도 생각해요.
나츠메 : 첫날에 [ 당첨 ] 이구나 하고 생각도 했고.

이마오지 : 나츠메군다운 표현이네요.

나츠메 : 뭐, 지금은 그정도도 아니지만요.

이마오지 : ......그런가요 ?

나츠메 : ......슌씨는
나츠메 : 이 일을 골라서 실패했다고. 생각한적 없어요 ?

이마오지 : ......

나츠메 : ( 뭐, 없겠지. 있다고 해도 말 안할—— )

이마오지 : ......있어요.

나츠메 : ......어,

이마오지 : 물론 있어요.



22


[ 카페 ]

이마오지 :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같은 것도 생각하기도 해요.
이마오지 : 이것도, 의외인가요 ?

나츠메 : ......꽤나 요.

이마오지 : 하하. 그렇다면...... 나츠메군은 없나요 ?
이마오지 : 실패였구나, 생각한 적.

나츠메 : ......

이마오지 : 물론 대답하고 싶지 않다면, 비밀로 해도 괜찮습니다.

내 말을 되돌려온 슌씨의 미소는
[ 들을 마음은 없지만, 일단은 되물어줄게요. ] 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츠메 : ( ......역시. )

그렇게 생각하며, 웃고 물컵을 손에 들었다.
물을 삼키며, 정리했다.

나츠메 : 슌씨가 있으신데, 제가 없었다면 이상하겠죠.

이마오지 : ......그런가요 ?

나츠메 : 코타로씨가 성가신 일을 떠밀때마다 생각해요.

이마오지 : 그것에 관해선, 아오야마씨도 걱정하고 있었어요.
이마오지 : 슬슬 나츠메군이,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것이 아닐까 하고.

나츠메 : 하하, 괜찮아요.
나츠메 :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로 일을 내던지지는 않으니까요.

이마오지 : 안심이되네요.
이마오지 : 그럼. 오후도 열심히 해요.

나츠메 : 네.
나츠메 : ( ......아아. 정말. )
나츠메 : ( 이 사람, 편하다니까. )

이마오지 : ......


[ 거리 ]

점원 : ——감사합니다.

나츠메 : 잘 먹었습니다.
나츠메 : ( 아니, 와...... )

가게를 나가자마자 눈을 찌른, 짜증이 날 정도의 햇살에 한숨이 나왔다.

나츠메 : 정말, 오늘 날씨가 좋네요.

이마오지 : 맑은 날씨를 싫어하세요 ?

나츠메 : 극단적이지 않다면 별로 아무렇지도 않지만,
나츠메 : 아직 여름도 아닌데,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굴면 확 짜증나지 않나요 ?
나츠메 : 이쪽은 아직 그런 기분이 아닌데, 멋대로 기운이 넘쳐서는.

이마오지 : 과연.
이마오지 : 일본 사계절의 변화에 대해서는, 아직 거의 경험해본적이 없어서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이마오지 : 그 감각은, 조금 알것도 같네요.

나츠메 : 정말인가요 ?

이마오지 : 네.
이마오지 : 일을 막 시작했었을때, 비슷한 답답함을 자주 느꼈었거든요.

나츠메 : ( ......어 ? )



23


[ 거리 ]

이마오지 : 마음도 기술도 따라가지 못하는 나에게 그런것까지 요구되다니, 라고. 상대가 열을 올릴정도로 차갑게 식어서.

나츠메 : ......

이마오지 : 나츠메군의 말을 빌린다면, 저는 “그런 기분“ 은 아니었던거죠.
이마오지 : 물론, 실례가되므로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요.

나츠메 : ......슌씨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군요. 의외에요.

슌씨가 어디까지 무엇을 생각해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이야기를 꺼낸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든간에, 의외였다.
슌씨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길게 늘어 놓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이마오지 : ......나츠메군.

나츠메 : 네 ?

이마오지 : 음식점 안에서 했던 얘기말인데, 조금 보충해도 될까요 ?

나츠메 : ( ......안에서 했던, 이야기 ? )
나츠메 : 하하, 뭐에요. 새삼.
나츠메 : 이상하네요. 한 번 끝난 이야기를 슌씨가 되풀이하는 건.

[ 보충이든 만회든 필요없으니, 평소대로 흘려보내주세요. ]
알기 쉽게, 넌지시 말하는 그 아슬아슬한 선까지 의사표시를 한다.
당연히, 이것을 알아차렸을 슌씨는, 웃고있었다.

이마오지 : 미안해요. 다만, 오해를 부르는 대답을 한 것 같아서요.

나츠메 : 오해 ?

이마오지 : [ 실패했다 ] 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 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 라고 생각한 적은 지금으로서는 없어요.

나츠메 : ......

이마오지 : 선택한 것은, 니까.

결의에 찼다, 던가.
강한 의지, 라던가.
그런 것은 없었다.
정말로 가볍고, 아무렇지도 않은 한 마디 였는데———
[ 그런데도 ] 인건지,
[ 그래서 ] 인건지도 알지 못한 채,
아둔하게 푹 찔린것 같은 불쾌감을 느꼈다.


나츠메 : ( ......뭐, 그렇지. )

사람과 교류하는 방식이 다소 닮았던 것 뿐,
이 사람은, 세키 과장님을 비롯한 수사기획과의 사람들과 같았다.
나에게 없는 것을 갖고 있는 타입.

나츠메 : 멋지네요. 저는, 그런거 생각해 본 적 없거든요.
나츠메 : 하지만———
나츠메 : 선택했다면, 그렇죠.

이마오지 : ......네.
이마오지 : 물론, 이 선택이 옳았던 건지 어떤지는 또 다른 얘기지만.
이마오지 : 불편하게도, 후회는 앞설 수 없는거니까요......
이마오지 : 오후의 일을 끝낸 제가, 이 발언을 철회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바랄 뿐이에요.

나츠메 : 하하.

슌씨가, 이번엔 완전히 [ 흘려보내는 ] 것을 느끼고 적당히 맞춰주었다.
그 시점에서, 어째서인지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달랐던 짜기만 했던 점심메뉴의 맛을 떠올리고는
멋대로 혼자서, 허무해졌다.


24


고립되면 눈에 띈다.
너무 친해져도 허점이 드러나기 쉽다.
그래서 “파견처”의 동료와는, 가장 위험이 낮은 거리감으로 교제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거리가 필요이상으로 좁혀질것 같은 때는,
상대방의 기대를 “잘” 배신해서, 밸런스를 맞춘다.
——어중간한 동료의식은, 언젠가 방해가 될테니까.


[ 수사기획과 ]

세키 : ......응 ?

이마오지 : 아, 세키 과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세키 : 이마오지. 아직 남아있었나.

이마오지 : 급하지 않다고 뒤로 미뤄둔 일이 계속 쌓여만 있어서요.
이마오지 : 하지만, 오늘은 슬슬 이정도에 끝내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세키 : 그래. 고생했어.

이마오지 : 과장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이마오지 : 오늘 회의는, 꽤 길었나보네요.

세키 : 아니. 오히려 회의는 짧게 끝났는데,
세키 : 그 후에 부장님과 긴히 이야기할게 있었어서.

이마오지 : ......과연. 비밀 이야기, 였나요.

세키 : ......예전의 그 건 때문이아니라 수사기획과(우리들)의 일에 관한 진척보고야.
세키 : 이것에 관해선, 조금이라도 뭔가 진전이 있으면 그때마다 공유할게.

이마오지 : 물론, 그렇게 해주실거라 생각하고있습니다.
이마오지 : 다만, 저희쪽도 저희쪽에서 필요한 연락이 오게는 되어있고,
이마오지 :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마오지 : 고맙습니다.

세키 : ......그래.
세키 : 맞다. 다른 얘기지만, 이마오지와 잠깐 얘기하고 싶은게 있었어.

이마오지 : 네 ?

세키 : 오늘 점심때 일인데. 나츠메와 점심먹으러 밖에 나갔었지.

이마오지 : 네. 근처의 카페에.

세키 : 그 때 뭔가, 말하지 않았을까 해서.

이마오지 : 뭔가, 라고 하신다면......

세키 :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는데..... 담당해달라고 그 일을 줬을 때, 좀 상태가 이상한 것 같았거든.

이마오지 : ......그랬군요. 나츠메군은, 속내를 알기쉽게 말이나 태도로 내보이는 사람이 아니기도하고,
이마오지 : 그 안건에 대해서 특별히 뭔가가 있다는것 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마오지 : 일 자체에, 압박망설임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세키 : ......

이마오지 : 신입때는, 누구나 한번쯤은 거치는거라 생각하고,
이마오지 : 그런 말을 가능한한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선에서 전달할 순 없을까 시도해보았지만......
이마오지 : 잘 되지 못하고, 말이 제대로 전달된 느낌이 없었습니다.

세키 : ......그랬군.

이마오지 : 이런 따분한 이야기나 하는 사람이었나 하고 실망시킨걸지도 모르겠네요.
이마오지 : 익숙치 않은 일은 하는게 아니었나봅니다.

세키 : 그렇지 않아. 나츠메가 먼저 점심을 먹자고 하다니, 이마오지정도는 되어야하고.
세키 : 내가 봐도, 좋은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여져.
세키 : 지금의 나츠메에게 있어서 그만큼 큰 문제......라고 할까.
세키 :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얘기였던거겠지.

이마오지 : 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세키 : 이미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분간은 신경써서 봐주면 고맙겠어.
세키 : 나도 물론 그럴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기니까.

이마오지 : 물론입니다.

세키 : 응. 고마워.
세키 : ......이마오지 본인은, 무슨 일 없어 ?

이마오지 : 네 ?

세키 : 뭔가 곤란한 일이라던가, 상담할 사람이 없어 곤란하다면, 뭐든지.
세키 : 사실은 좀 더 정기적으로, 이렇게 다른 멤버를 신경쓰지않고 대화할 시간을 잡았어야 했는데.
세키 : 이마오지가 아무 말이 없으니 괜찮을거라 내버려둬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이마오지 : 내버려두다니 당치도 않습니다. 저는 지금도 충분히, 마음 써주시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이마오지 : 감사하게도 이쪽의 업무도, “저쪽과의 일도 지금은 곤란한 일은 없어요.
이마오지 : 정말로,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세키 : ......그래.
세키 : 그렇게 의지가 안 될지도 모르지만, 상담은 할 수 있으니까. 언제든지.

이마오지 : 세키 과장님은 그 이상으로 충분히 든든한 분이세요. 항상 고맙습니다.

세키 : 나야말로.
세키 : 시간 뺏어서 미안했어. 그럼, 수고했어.
세키 : 조심히 들어가.

이마오지 : 네. 수고하셨습니다.


[ 청사, 복도 ]

이마오지 : ......
이마오지 : ( 변함없이, 질릴정도로 사람이 좋네. )
이마오지 : ( 사실은 내가, 무엇을 위해서 여기에 있는지 안다면—— )
이마오지 : ......어떤 얼굴을, 할까.



25


[ DEA, 사무실 ]

이마오지 : ......일본에, DEA와 마토리의 합동지부 ? 무슨 농담입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윗분들은 상당한 달변가를 교섭인으로 세운듯 해.
이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인건지 다른 의혹이 있는건지—— 일본측은 이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 시찰을 위한 DEA의 수사원을 한 사람 그쪽으로 잠입시켜라. ] 라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한다.
겉으로는, 신설부처의 인원이 부족하니 보충을 목적으로 임시채용한 신입...... 이라는 것으로 한다고.
여기까지 얘기하면 이미 짐작했을거라 생각한다만, 네가 가는것으로 되었어.

이마오지 : ....... 임무 내용은 ?

지부설립을 위한 시찰.

이마오지 : 인 척을하고 무엇을 ? 이라 물었습니다만.

그렇게 초조하게 달려들진 말아줘.
——목적은, 어떤 남자를 감시하는거다. 이름은 유이 코타로.
잠입할 곳은, 그가 소속된 마약단속부 수사기획과.
현재의 장은 세키 다이스케. 마토리가 된 지 몇년 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수완가인 듯 하다.

이마오지 : ......

장기적으로는 다른 임무를 병행해서 수행하게 될거라 생각한다.
이번 잠입은 장기간이 될 거란 거다.

이마오지 : 다른 임무......?

......이건 DEA로서가 아닌, 나 개인의 부탁이 된다만,
들어주겠나 ? 슌.

이마오지 : ......뭔데.
이마오지 : “안 듣겠다”는 말따위, 못하게 할 거잖아.
이마오지 : 뭔데.

......만약, 유이 코타로가 약효체질을 찾아낸다면.
그 때는 네가, 이 나라에 데려와 줘.

이마오지 : ....... 어디에 쓰게.

쓰는게 아니야. 같이 지키는거다.

이마오지 : 뭘 지켜.

미래를.

이마오지 : ......너무 막연하잖아.

그렇네. 그 때가 오면 자세히 얘기하지.
아무튼, 좋은 관계를 형성해서 신뢰를 얻을 것. 그리고 너 자신도 신뢰할 것.
장소가 바뀌어도, 설령 잠시동안이라도. “동료”가 되는 것엔 변함없어.

이마오지 : ......동료, 말이지.

단지, 그쪽에 너무 정들어서 마지막에 [ 돌아오고 싶지 않다 ] 고 떼를 쓰는건 곤란하다만.

이마오지 :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알면서 그러는거지.

아닌데. 이 세상에 절대적인건 없어.

이마오지 : 그럴 일 없어.
이마오지 : 있을 리 없어, 그런 일.



[ 청사, 복도 ]

이마오지 : ( 정말 쓸데없군—...... 잠입을 뭐라 생각하는거야. )

이건 그저 일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끝나면 두 번 다시, 돌아올 일이 없는 곳이다.
의심받지 않을 정도로 잘 어울리고 있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
어차피 여기엔, 무엇 하나 남겨두고 갈 수 없으니까.

이마오지 : ( ......떼까지 쓰면서 눌러앉고 싶은 곳 따위. 있을 리 없잖아. )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어디에도 그런 건 없다.
그런 귀찮은 것———
평생, 없어도 된다.



26


[ 마약단속부, 개인실 ]

나츠메 : ......그럼, 동생분의 상태가 눈에 띄게 변하기 시작한건 작년 9월.
나츠메 : 계기는, 사법시험 합격발표. 틀림없으시죠 ?

야마구치 : ......네. 아마도......

과 안쪽에 있는, 작은 개인실.
맞은편에 앉은 여성——
“상담자”인 야마구치씨는
원래 작은 체구에 연약한 몸을 더욱 움츠리며, 고개를 숙인채로 대답했다.

나츠메 : ( ......아버지는 변호사, 어머니는 교사인 집안. 양쪽 다 엄격하고, 주위사람들의 눈을 신경쓰는 타입. )
나츠메 : ( 남동생을 걱정한 야마구치씨의 “병원에 가야한다”는 제안도 [ 동생인 본인이 거부하고있다. ] 로 일축되었고. )
나츠메 : ( 게다가 [ 쓸데없는 짓을 하지말라 ] 며 못을 박았다고. )

야마구치 : ......동생은, 저와 달리 옛날부터 우수한 아이였어요.
야마구치 :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시험과 부모님과 주변으로부터 기대에 부응해왔는데.
야마구치 : 결과가 따르지 않았던건, 처음이었어요.
야마구치 : 사법시험은 한번에 붙는게 어려운거라고, 저도 어머니도 몇 번이고 말했었어요.
야마구치 : 하지만......

나츠메 : ......아버님만은,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던거군요 ?

야마구치 : 아버지는, 완벽주의자셔서. 저희들은 [ 만점이외에는 0점과 같은걸로 알아라 ] 같은 말을 들으며 자랐어요.
야마구치 : 만점을 못 받았다고해서, 폭력을 행사한다거나, 큰 소리로 화를 내시거나 하시진 않았지만
야마구치 : ......알게되요. 지금 난 실망시켰다는 걸.

나츠메 : ......

야마구치 : 그것이, 무척. 두려워서...... 분명 동생도, 같았을거에요.



——그래, 열심히 만들었구나 ?
그럼 모두 같이 먹도록 해.
필요없으니까.
다음부턴 가져오지 않아도 돼.



나츠메 : ( ......쓸데없는 걸 떠올렸다. )

실망시키는게 두려운 것은, 아직 기대받고있다고 생각하니까.
[ 기대받고 있을지도 모르는 자신 ] 에 매달릴수록,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어간다.

나츠메 : ( ......이런 말을 해도 아마, 이 사람과 동생에겐 의미없겠지. 어차피 안 할거지만. )
나츠메 : ......유감스럽지만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동생분이 약물에 의존하고 있을 확률은 꽤 높다고 생각되어집니다.

야마구치 : .......

나츠메 : 한 번, 동생분을 만나게 해주실 수 없을까요.
나츠메 : 어려우시다면, 방을 보여주시는 것 만으로도 괜찮습니다.

야마구치 : ! 그, 그건......저기.
야마구치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여기에 상담하러 온것은, 부모님께도 말씀드리지 않아서.
야마구치 : 그건 좀......

나츠메 : ( ......그렇겠지. )

불쌍하게 보일정도로 파랗게 질린 여성에게, 한숨이 나와 알아 차리지 못하게 내쉬었다.

나츠메 : 그럼 마토리라고하는건 숨기고, 야마구치씨의 친구로서 방문하는건 가능할까요 ?

야마구치 : ......기본적으로, 집에 사람을 들이지말라고 하셔서.
야마구치 : 뭔가 부모님이 납득하실 이유를 댈 수 있다면, 불가능하진 않다고......생각해요.

나츠메 : ......그렇군요.
나츠메 : ( 어떡할까. 잠깐 선배들에게도 물어보는걸로하고 )
나츠메 : ( 우선 마약의 입수경로, 동생 본인의 교우관계 쪽 부터 시작해볼까. )
나츠메 :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하기로 하고
나츠메 : 앞으로에 대해선 다시 신중히 상담하기로 하죠.
나츠메 : 가까운 시일내에, 다시 대화 하게 해주신다면.

야마구치 : ....... ㄴ, 네......
야마구치 : 다시, 이쪽으로 방문하면 될까요......?

나츠메 : ......아뇨. 그 때는, 다른 곳도 괜찮습니다.

야마구치 : 아,

나츠메 : 물론, 여기가 가장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곳이긴 합니다만
나츠메 : 마토리에 상담한 사실 자체를 숨기고싶으신 상담자분들에 관해선
나츠메 : 이 사무실을 출입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야마구치 : ......죄송합니다.

나츠메 : 사과하실 일이 아닙니다.
나츠메 : ( 일이니. )
나츠메 : 그럼, 야마구치씨가 편한 곳으로 하죠.
나츠메 : 집에서 가깝지 않은 편이 좋겠네요. 지금, 직장은......

야마구치 : 아, 아직 학생이에요. 그......
야마구치 : 메이와 약학대의 대학원생.

나츠메 : 네 ?

야마구치 : 네......저. 사실은 저”도”, 생명창약 이에요. (*신약개발학과,제약학과 비슷.)

나츠메 : ......도, 라니.
나츠메 : ( 설마...... )

야마구치 : 나츠메씨도......
야마구치 : 메이와, 다니셨었죠 ?

나츠메 : ...... !


27


[ 마약단속부, 개인실 ]

나츠메 : ( 마토리라고 말하고 다니지 않을뿐, 복면을 쓰고 일하는 것도 아니고. )
나츠메 : ( 원래 나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 걸리면, 이렇게 되는 거야...... 알고있었지만. )

이건 뭐라 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다.

나츠메 : ......죄송합니다. 선배셨군요.
나츠메 : 혹시 뭐, 수업이라던가 겹쳤었나요 ?

야마구치 : 아, 아뇨 아무것도, 그런, 아무것도 없었어요.
야마구치 : 단지 나츠메씨는 성적도 우수하시고, 그래서 저...... 얘기를 자주 들어서.
야마구치 : 졸업후에도 연구동에 오시는것도, 몇 번 본적이 있어서......

나츠메 : 아-...... 그랬군요.
나츠메 : 알고계셨다면, 처음부터 말씀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야마구치 : 죄송합니다. 알려지고 싶지 않으신거면 어떡하나 하고, 말을 꺼낼 수가 없어서......

나츠메 : 아하하. 괜찮습니다.
나츠메 : 단지, 숨기고있는건 사실이니 비밀로 해주신다면 좋겠네요.

야마구치 : 무, 물론이에요.

나츠메 : ( 아—...... 다 들통나버리니, 쉽지 않네. )
나츠메 : ......
나츠메 : ( ......아니지. )

순간, 한 방법이 떠올랐다.
그런거라면, 그건 그것대로 방법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츠메 : ......야마구치씨. 아까 말씀하신 “부모님이 납득하실 이유”를 하나, 제안하고 싶은데요.

야마구치 : 네......?

나츠메 : 졸업후에도 대학에 얼굴을 내밀고 있던 “좀 특수한 후배”와 최근에 친해져서
나츠메 : [ 야마구치씨가 집에 갖추고있는 연구자료를 보고싶다 ] 고 부탁받았다.
나츠메 : 그 사람은——— “나츠하치제약을 경영하는 나츠메가의 차남” 이라고.
나츠메 : 이런 얘기라면, 어떤가요 ?

야마구치 : !

나츠메 : ( ......그렇게나 융통성없는 부모가 진출할 곳이 많은 약학부가 아니라 생명창약에 다니게하고, 대학원까지 진학시켰다. )
나츠메 : ( 분명 이 사람은, 그쪽 길에서의 취직 자체에는 불안이 없을 정도로는 우수할테고. )
나츠메 : ( 가능한 한 좋은곳에 취직시키고 싶겠지. )
나츠메 : ( 그런 딸과 대기업인 제약회사와의 커넥션—— 필요없다,고는 못 하겠지. )

야마구치 : .......그건,

나츠메 : 무리하게는 하지 않겠습니다.
나츠메 : 그저 아까도 말씀드린대로, 동생분은 마약에 손을 댔을 가능성이 꽤나 높고.
나츠메 : 때를 놓치지 전에 멈춰주지 않으면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야마구치 : ......

나츠메 : ......야마구치씨도 그렇게 생각하셨으니까, 여기에 상담하겠다 결정하신거죠 ?

야마구치 : ......

나츠메 : 마토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그대로 평범한 후배로서 돌아가겠습니다.
나츠메 : 야마구치씨에게서 상담이 있었다는건, 절대로 밝히지 않을게요.
나츠메 : 어떤가요 ?

야마구치 : ....... ......알겠,습니다.
야마구치 : 잘 부탁드립니다......

나츠메 : ......저야 말로.
나츠메 :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28



[ 수사기획과 ]

나츠메 : ......이렇게 되서. 3일후, 자택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유이 : 그렇군.

나츠메 : “나츠메 하루”로서 가는 체면상, 이미 들킨 상담자 이외에는 마토리라고 대고 싶지 않아서요.
나츠메 : 혹시 현물을 확인, 또는 남용을 현행 확인했을 경우
나츠메 : [ “마토리인 지인”에게 연락했다 ] 는 형태를 해주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이 : 그래. 그게 좋은 것 아니겠어.

나츠메 : 그렇네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유이 : 뭘 잘 부탁한다는거야 ?

나츠메 : 마토리 지인역할, 코타로씨에요.
나츠메 : 당일은 근처에서 대기 부탁드립니다.

유이 : 거절한다.

아오야마 : 거절하지마.

내가 말을하기에 앞서, 옆에서 듣고있던 이츠키씨가 틈을 놓치지 않고 쏘아주었다.
늘 있던 공방끝에, 코타로씨가 한숨을 쉬며 끄덕였다.

유이 : 가면 되잖아, 가면.

나츠메 : 아하하. 감사합니다.

아오야마 : 결국 갈거면서 매번, 쓸데없이 투정부리지마.

유이 : 하아......

아오야마 : 한숨을 쉬고싶은건 나라고. 정말이지......
아오야마 : 그건 그렇고, 너. 꽤나 대담한 짓을 했군.

나츠메 : 뭐 말씀이세요 ?

아오야마 : 본가의 이름을, 쓸거라곤 생각 못 했어.

나츠메 : 아...... 말하기 전부터 들켰었으니까, 이왕 이렇게 된거 잘 써보자고 했던것 뿐이에요.

유이 : ......그것 뿐인가 ?

나츠메 : 어,
나츠메 : 무슨 말씀이세요...... 그것 뿐인데요 ?

유이 : 그래.

나츠메 : ......뭐, 남의 말참견에 그렇게까지 휘둘리고 인생이 망가져가는것엔
나츠메 : 좀 동정해서요.
나츠메 : 되도록 쓸데없이 시간걸리지 않고 끝장 내고는 싶어요.

유이 : ......
유이 : 그래.

아오야마 : ......




———그리고, 주말.

[ 야마구치의 집, 거실 ]

야마구치 모 : ......정말로, 우리 애는 대학 얘기를 거의 하질않는데,
야마구치 모 : 전부터 나츠메군의 이름은, 잘 꺼내곤 했어요.

나츠메 : 그렇군요 ?

야마구치 : 어 ? 나, 그런 적......

야마구치 모 : 무얼. 부끄러워할 일 없단다 ? 말 꺼냈었지. 자주.

야마구치 : ....... 응......

나츠메 : ( ......역시. 이렇게 일상적으로 위압을 받으면서, 그때 그때 강제로 맞는 대답을 하게 됐던거군. )
나츠메 : ( 뭐, 나로서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예상대로인 대응을 해줘서 다행이지만. )

딸이 데리고 온 “질 좋은 친구”를 기회만 있으면 좀더 친근한 관계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투명히 보였다.
여기까지 오다니 잘 풀리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 때——

쾅 ! ! !

나츠메 : !

2층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야마구치 : ......노보루......?

나츠메 : ......그러고보니, 동생분이 계셨죠.

야마구치 모 : ......윽.
야마구치 모 : 놀라게해서 미안해요. 시험 공부중이라, 좀 불안해해서.
야마구치 모 : 오늘은 누나의 중요한 친구분이 오시니, 조용히해달라고 일러두었는데도......
야마구치 모 : 다시 한번 말하고 올게요.

굳어진 미소를 띤 채로, 어머니가 빠른 발걸음으로 거실을 나갔다.

나츠메 : ......평소엔 “손님이 오신다”고 사전에 전달해두면, 몇시간은 조용히있다는 얘기였죠 ?

야마구치 : 네...... 단지, 손님이 오신것 자체가 오랜만이어서......

나츠메 : ......

야마구치 : ......나츠메씨 ?

조용히 일어선 나에게 말을 걸어온 그녀에게,
입에 검지를 대어 보여준 후, 닫힌 거실 문을 천천히 열어 틈을 만들자
몇번이고 문을 노크하는 소리와, 숨겨져 있던 것이 명백한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고 있니 ?
왜 하필 오늘...... 말을 듣지 않는거니.
부탁이니까——— 방해하지마 !

야마구치 : ......

나츠메 : ( ......남의 집안일에, 이러니저러니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
나츠메 : ( 생각보다, 최악이네. )


.......아아아아——————— !

나츠메 : ! !

갑자기 들려온 절규에, 야마구치씨가 작게 비명을 흘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쿵,

나츠메 : ( ......? )


무겁고 둔탁한 낙하음에 뒤를 돌아보자,
큰 창문 너머, 넓은 정원의 잔디밭에는———
한 사람이 쓰러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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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거처가 있다는 것
나에겐 무엇이 가능한걸까.
내 존재에 의미가 있는걸까, 텅 빈 것은 아닐까—......
나는, 무엇인걸까.
오늘은 일 끝난뒤에 레스토랑을 예약해뒀으니,
같이 정시 퇴근을 목표로해요!
그래, 알았어.
예정대로 퇴근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신호로 알려주기로 할까요.
하하, 어떻게 하면 돼 ?
으-음, 신호는 알기 어렵게 하는 것이 좋겠죠.
......그럼, 윙크는 어때요 ?
윙크......
이런 느낌으로.

 

깜박
할 수 있을까.
깜박
......
양쪽 눈 다 감았어요.
그러면, 그냥 눈 깜박인거네.
아, 그래도 저는 알 수 있으니까 그걸로 해요 !
혹시 무리일 것 같을때는, 대신에 헛기침해줘요.
현재 시각은 퇴근시간 15분전.
탁탁탁탁......탁탁탁탁......
다했다 ! 다음엔 이걸 인쇄해서 파일링하면 끝!
레이쨩, 타이핑하는 손가락이 20개로 보였는데.
뭐 이상한거라도 먹었어 ?
코타로.
난 아직 아무 짓도 안 했어.

 

이전에도 이후에도 하지 말아줘......
———그러고는, 레이가 나에게 시선을 보냈다.
깜박
————윽.
레이가 스스로 정한 신호인데도, 조금 수줍어하며 윙크를 하는 모습.

 

주변에 들키진 않을까 초조해하며 조마조마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 귀여워. )
일하는 중인데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할 정도로, 레이의 모습에서 오는 것이 있었다.
......
......?
( 아, 그렇지. 대답을 해야했었어. )
깜박
윽......
무슨 일이야 ! ?
점심 때, 이상한거라도 주워 먹었어 ?
아무리 그래도 그런짓은 안 해......
유이씨도, 그 손에 들고있는 비커 놔두세요.
다시 한번, 레이와 확실히 눈이 마주쳤다.
......
그 눈동자에서 전해져오는, 레이의 감정.
수줍어했다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얼굴.
서로 가깝지만 전할 수 없는, 애가 타고, 그리운 마음.
( 같을지도 몰라. )
......하하하.
과장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
피곤하신 걸지도 모르겠네요.
나머지는 저희들에게 맡기시고 오늘정도는 정시에 퇴근하셨으면 합니다.
그래, 오늘은 그 말대로 해볼까.
그렇게 해주십시오, 나머지는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아, 그럼 저도......
서둘러서 일을 정리했다는건 무슨 약속이 있다는거겠지. 괜찮으니까 얼른 가.
옆에 반야같은 얼굴을 한 사람이 있으면, 불안하니까.
말하는 것 봐....... 그래도 고마워.
예-예.
과장님, 이 서류는 제가 맡겠습니다.
이 보고서도, 제가 진행하게 해주십시오.
책상이라도 정리할까.
바스락 바스락...!
아, 지금 코타로씨가 들어 올린 자료, 세키 과장님이 찾으시던 것 아닌가요 ?
바로, 도움이 되었군.
정말이네. 고마워, 유이.
자만해도 될까.
신뢰할 수 있는 부하가 있고, 든든한 연인이 있고,
내가 너희들을 소중히 여기는것 처럼, 너희들에게서도 돌아오는 따스한 감정.
(그리고......)
세키 과장님, 아직 시간이 있으니 이 자료 정리는 제가 할게요.
고마워.
내가 네 존재를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하고, 마음을 빼앗긴것처럼, 너도 그렇게 생각해 주고 있어 ?
( 그렇다고 한다면—— )
( 난 여기에 있는것에, 커다란 의미를 느껴. )
스스로 정의하는 나 자신은 불확실해서, 스스로를 잃지않도록 완고해진적도 있었다.
나의 세상을 좁히는 수갑을 차고,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밀어 넣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듯———... 삶을 자유롭다 느끼고 있다.
그들이, 그리고 레이가, 내가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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