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가족이라해도, 해야하는 말.
그렇기에, 물러나서는 안될 부분.
[ 가족이니까. ] 라는 엉성한 말로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같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가까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할지 안 할지는 개인의 자유다.
하루는 이제, 개발에는 상관 하지 않아도 돼.
나츠메 : ......뭐 ?
나츠메 : 하지만, 아직 그 약의 문제점은——
응. 그러니까, 문제점을 해결하는 사람이 문제를 갖고있으면 안되는거잖아 ?
열심히해서 “그거” 고쳐.
고쳐지는 거라면, 말이지.
나츠메 : ......
아무리 가족이라도————
가까이 지내는건, 의무가 아닐테니까.

[ 카페 ]
나츠메 : ......
이마오지 : .....슬슬 면이, 어지러워서 기절하겠는걸요.
나츠메 : 네 ?
이마오지 : 방금전까지 계속, 회전이 멈추질 않아서.
나츠메 : 아......
슌씨의 말에, 손이 멈춘다.
잔뜩 휘감아버린 파스타를 일단 전부 풀고,
그대신 아스파라거스 조각을 찔러 입에 가져갔다.
하지만 그 이상 먹을 생각이 들지않아,
아직 음식이 반 이상 남은 그릇의 가장자리에, 포크를 두었다.
이마오지 : 다 드신건가요 ?
나츠메 : 생각했던 맛이랑 좀 달라서요. 신경쓰지마시고 슌씨는 천천히 드세요.
이마오지 : 그렇군요. 그럼, 사양하지 않고.
나츠메 : ......
아까 받은 신규안건이 왠지 모르게 머릿속에서 사라지질않아
말수가 줄어든 것은 나 스스로도 알고 있었기에,
아마, 슌씨도 눈치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사람은, 이럴때 안이하게 파고들지 않는다.
나츠메 : ( 신경을 쓰기때문에 파고들지 않는게 아니라, 파고들정도로 흥미가 없는 듯한 느낌. )
나츠메 : ( 편하긴 하지. )
이마오지 : ......
세키 과장님과 와타베 과장님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이츠키씨 정도로 정론을 펼치지도 않고,
코타로씨와 다르게 눈치가 있다.
듣고 넘겨줬으면 하는 것은,
그런 분위기를 풍기면 제대로 듣고 넘겨줄 것을 알고있기에
무슨 이야기라도, 비교적 부담없이 꺼낼 수 있었다.
나츠메 : ......그러고보니, 들은적이 없는것 같은데.
이마오지 : 네 ?
나츠메 : 슌씨가 혼자서 처음으로 담당했던 안건은 어떤거였나요 ?
이마오지 : 저같은 경우는...... 연수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때, 해외쪽과 얽힌 안건이 생겼었는데
이마오지 : 우연히 상대가, 제 전직에 조금 관계가 있는 인물이었기에 세키 과장님이 [ 해보지 않겠냐 ] 고.
이마오지 : 그것이 일단은, 처음으로 맡은거겠네요.
나츠메 : 어, 그게 처음이라구요 ? 일이 좀 큰 것 같은데요 ?
이마오지 : 네. 와타베 과장님 밑에서 세세한 지도와 그때그때의 지시를 받고, 겨우...... 해낸 느낌이었죠.
이마오지 : 담당은 일단 저였지만, 그건 거의 와타베 과장님의 일이었어요.
나츠메 : ......슌씨의 전직이라면, 해안경비대였나요.
이마오지 : 네.
나츠메 : 그런데 왜, 일본에서 이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게 된건가요 ?
이마오지 : 하하. 오늘은 신기하게 제게 관심이 많으시네요.
나츠메 : 아아, 죄송해요. 별로 말씀하고 싶지 않으시면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나츠메 :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던것 뿐이라.
이마오지 : 그래요 ?
그렇게 웃고는, 슌씨는 대답하지 않고 식사를 계속 했다.
슌씨가 그렇듯이, 나도 깊게 파고들려고 하진 않는다.
그래서 평소처럼 여기서 대화는 끝이라고 생각했으나——
의외로, 슌씨는 잠깐의 사이를 둔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이마오지 : ......격식을 차리고 말할만한 이유는 없지만,
나츠메 : 네 ?
이마오지 : 원래, “언젠가 일본으로 생활거점을 옮긴다”는 선택지가 있던차에,
이마오지 : 지인에게 [ 일본의 관청에서, 조금 특수한 조건의 임시채용을 한다는 정보가 나왔다 ] 고 들어서
이마오지 : 채용시험을 한번 보고싶었던게 계기입니다. 결론은, 타이밍이었네요.
나츠메 : 그것뿐, 인가요.
이마오지 : 네. 의외였나요 ?
나츠메 : 그런대로요. 좀 더 뭔가 있을거라 멋대로 생각했었어요.
이마오지 : 기대를 배신하게 되버려서 미안하네요.
이마오지 : 하지만 계기가 어떻든, 이 일을 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나츠메 : 행운...... 확실히, 직장은 호강하고 있다고 저도 생각해요.
나츠메 : 첫날에 [ 당첨 ] 이구나 하고 생각도 했고.
이마오지 : 나츠메군다운 표현이네요.
나츠메 : 뭐, 지금은 그정도도 아니지만요.
이마오지 : ......그런가요 ?
나츠메 : ......슌씨는
나츠메 : 이 일을 골라서 실패했다고. 생각한적 없어요 ?
이마오지 : ......
나츠메 : ( 뭐, 없겠지. 있다고 해도 말 안할—— )
이마오지 : ......있어요.
나츠메 : ......어,
이마오지 : 물론 있어요.
22
[ 카페 ]
이마오지 :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같은 것도 생각하기도 해요.
이마오지 : 이것도, 의외인가요 ?
나츠메 : ......꽤나 요.
이마오지 : 하하. 그렇다면...... 나츠메군은 없나요 ?
이마오지 : 실패였구나, 생각한 적.
나츠메 : ......
이마오지 : 물론 대답하고 싶지 않다면, 비밀로 해도 괜찮습니다.
내 말을 되돌려온 슌씨의 미소는
[ 들을 마음은 없지만, 일단은 되물어줄게요. ] 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츠메 : ( ......역시. )
그렇게 생각하며, 웃고 물컵을 손에 들었다.
물을 삼키며, 정리했다.
나츠메 : 슌씨가 있으신데, 제가 없었다면 이상하겠죠.
이마오지 : ......그런가요 ?
나츠메 : 코타로씨가 성가신 일을 떠밀때마다 생각해요.
이마오지 : 그것에 관해선, 아오야마씨도 걱정하고 있었어요.
이마오지 : 슬슬 나츠메군이,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것이 아닐까 하고.
나츠메 : 하하, 괜찮아요.
나츠메 :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로 일을 내던지지는 않으니까요.
이마오지 : 안심이되네요.
이마오지 : 그럼. 오후도 열심히 해요.
나츠메 : 네.
나츠메 : ( ......아아. 정말. )
나츠메 : ( 이 사람, 편하다니까. )
이마오지 : ......
[ 거리 ]
점원 : ——감사합니다.
나츠메 : 잘 먹었습니다.
나츠메 : ( 아니, 와...... )
가게를 나가자마자 눈을 찌른, 짜증이 날 정도의 햇살에 한숨이 나왔다.
나츠메 : 정말, 오늘 날씨가 좋네요.
이마오지 : 맑은 날씨를 싫어하세요 ?
나츠메 : 극단적이지 않다면 별로 아무렇지도 않지만,
나츠메 : 아직 여름도 아닌데,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굴면 확 짜증나지 않나요 ?
나츠메 : 이쪽은 아직 그런 기분이 아닌데, 멋대로 기운이 넘쳐서는.
이마오지 : 과연.
이마오지 : 일본 사계절의 변화에 대해서는, 아직 거의 경험해본적이 없어서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이마오지 : 그 감각은, 조금 알것도 같네요.
나츠메 : 정말인가요 ?
이마오지 : 네.
이마오지 : 일을 막 시작했었을때, 비슷한 답답함을 자주 느꼈었거든요.
나츠메 : ( ......어 ? )
23
[ 거리 ]
이마오지 : 마음도 기술도 따라가지 못하는 나에게 그런것까지 요구되다니, 라고. 상대가 열을 올릴정도로 차갑게 식어서.
나츠메 : ......
이마오지 : 나츠메군의 말을 빌린다면, 저는 “그런 기분“ 은 아니었던거죠.
이마오지 : 물론, 실례가되므로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요.
나츠메 : ......슌씨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군요. 의외에요.
슌씨가 어디까지 무엇을 생각해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이야기를 꺼낸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든간에, 의외였다.
슌씨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길게 늘어 놓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이마오지 : ......나츠메군.
나츠메 : 네 ?
이마오지 : 음식점 안에서 했던 얘기말인데, 조금 보충해도 될까요 ?
나츠메 : ( ......안에서 했던, 이야기 ? )
나츠메 : 하하, 뭐에요. 새삼.
나츠메 : 이상하네요. 한 번 끝난 이야기를 슌씨가 되풀이하는 건.
[ 보충이든 만회든 필요없으니, 평소대로 흘려보내주세요. ]
알기 쉽게, 넌지시 말하는 그 아슬아슬한 선까지 의사표시를 한다.
당연히, 이것을 알아차렸을 슌씨는, 웃고있었다.
이마오지 : 미안해요. 다만, 오해를 부르는 대답을 한 것 같아서요.
나츠메 : 오해 ?
이마오지 : [ 실패했다 ] 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 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 라고 생각한 적은 지금으로서는 없어요.
나츠메 : ......
이마오지 : 선택한 것은, 나 니까.
결의에 찼다, 던가.
강한 의지, 라던가.
그런 것은 없었다.
정말로 가볍고, 아무렇지도 않은 한 마디 였는데———
[ 그런데도 ] 인건지,
[ 그래서 ] 인건지도 알지 못한 채,
아둔하게 푹 찔린것 같은 불쾌감을 느꼈다.
나츠메 : ( ......뭐, 그렇지. )
사람과 교류하는 방식이 다소 닮았던 것 뿐,
이 사람은, 세키 과장님을 비롯한 수사기획과의 사람들과 같았다.
나에게 없는 것을 갖고 있는 타입.
나츠메 : 멋지네요. 저는, 그런거 생각해 본 적 없거든요.
나츠메 : 하지만———
나츠메 : 선택했다면, 그렇죠.
이마오지 : ......네.
이마오지 : 물론, 이 선택이 옳았던 건지 어떤지는 또 다른 얘기지만.
이마오지 : 불편하게도, 후회는 앞설 수 없는거니까요......
이마오지 : 오후의 일을 끝낸 제가, 이 발언을 철회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바랄 뿐이에요.
나츠메 : 하하.
슌씨가, 이번엔 완전히 [ 흘려보내는 ] 것을 느끼고 적당히 맞춰주었다.
그 시점에서, 어째서인지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달랐던 짜기만 했던 점심메뉴의 맛을 떠올리고는
멋대로 혼자서, 허무해졌다.
24
고립되면 눈에 띈다.
너무 친해져도 허점이 드러나기 쉽다.
그래서 “파견처”의 동료와는, 가장 위험이 낮은 거리감으로 교제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거리가 필요이상으로 좁혀질것 같은 때는,
상대방의 기대를 “잘” 배신해서, 밸런스를 맞춘다.
——어중간한 동료의식은, 언젠가 방해가 될테니까.
[ 수사기획과 ]
세키 : ......응 ?
이마오지 : 아, 세키 과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세키 : 이마오지. 아직 남아있었나.
이마오지 : 급하지 않다고 뒤로 미뤄둔 일이 계속 쌓여만 있어서요.
이마오지 : 하지만, 오늘은 슬슬 이정도에 끝내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세키 : 그래. 고생했어.
이마오지 : 과장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이마오지 : 오늘 회의는, 꽤 길었나보네요.
세키 : 아니. 오히려 회의는 짧게 끝났는데,
세키 : 그 후에 부장님과 긴히 이야기할게 있었어서.
이마오지 : ......과연. 비밀 이야기, 였나요.
세키 : ......예전의 그 건 때문이아니라 수사기획과(우리들)의 일에 관한 진척보고야.
세키 : 이것에 관해선, 조금이라도 뭔가 진전이 있으면 그때마다 공유할게.
이마오지 : 물론, 그렇게 해주실거라 생각하고있습니다.
이마오지 : 다만, 저희쪽도 저희쪽에서 필요한 연락이 오게는 되어있고,
이마오지 :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마오지 : 고맙습니다.
세키 : ......그래.
세키 : 맞다. 다른 얘기지만, 이마오지와 잠깐 얘기하고 싶은게 있었어.
이마오지 : 네 ?
세키 : 오늘 점심때 일인데. 나츠메와 점심먹으러 밖에 나갔었지.
이마오지 : 네. 근처의 카페에.
세키 : 그 때 뭔가, 말하지 않았을까 해서.
이마오지 : 뭔가, 라고 하신다면......
세키 :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는데..... 담당해달라고 그 일을 줬을 때, 좀 상태가 이상한 것 같았거든.
이마오지 : ......그랬군요. 나츠메군은, 속내를 알기쉽게 말이나 태도로 내보이는 사람이 아니기도하고,
이마오지 : 그 안건에 대해서 특별히 뭔가가 있다는것 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마오지 : 일 자체에, 압박과 망설임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세키 : ......
이마오지 : 신입때는, 누구나 한번쯤은 거치는거라 생각하고,
이마오지 : 그런 말을 가능한한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선에서 전달할 순 없을까 시도해보았지만......
이마오지 : 잘 되지 못하고, 말이 제대로 전달된 느낌이 없었습니다.
세키 : ......그랬군.
이마오지 : 이런 따분한 이야기나 하는 사람이었나 하고 실망시킨걸지도 모르겠네요.
이마오지 : 익숙치 않은 일은 하는게 아니었나봅니다.
세키 : 그렇지 않아. 나츠메가 먼저 점심을 먹자고 하다니, 이마오지정도는 되어야하고.
세키 : 내가 봐도, 좋은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여져.
세키 : 지금의 나츠메에게 있어서 그만큼 큰 문제......라고 할까.
세키 :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얘기였던거겠지.
이마오지 : 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세키 : 이미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분간은 신경써서 봐주면 고맙겠어.
세키 : 나도 물론 그럴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기니까.
이마오지 : 물론입니다.
세키 : 응. 고마워.
세키 : ......이마오지 본인은, 무슨 일 없어 ?
이마오지 : 네 ?
세키 : 뭔가 곤란한 일이라던가, 상담할 사람이 없어 곤란하다면, 뭐든지.
세키 : 사실은 좀 더 정기적으로, 이렇게 다른 멤버를 신경쓰지않고 대화할 시간을 잡았어야 했는데.
세키 : 이마오지가 아무 말이 없으니 괜찮을거라 내버려둬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이마오지 : 내버려두다니 당치도 않습니다. 저는 지금도 충분히, 마음 써주시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이마오지 : 감사하게도 이쪽의 업무도, “저쪽”과의 일도 지금은 곤란한 일은 없어요.
이마오지 : 정말로,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세키 : ......그래.
세키 : 그렇게 의지가 안 될지도 모르지만, 상담은 할 수 있으니까. 언제든지.
이마오지 : 세키 과장님은 그 이상으로 충분히 든든한 분이세요. 항상 고맙습니다.
세키 : 나야말로.
세키 : 시간 뺏어서 미안했어. 그럼, 수고했어.
세키 : 조심히 들어가.
이마오지 : 네. 수고하셨습니다.
[ 청사, 복도 ]
이마오지 : ......
이마오지 : ( 변함없이, 질릴정도로 사람이 좋네. )
이마오지 : ( 사실은 내가, 무엇을 위해서 여기에 있는지 안다면—— )
이마오지 : ......어떤 얼굴을, 할까.
25
[ DEA, 사무실 ]
이마오지 : ......일본에, DEA와 마토리의 합동지부 ? 무슨 농담입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윗분들은 상당한 달변가를 교섭인으로 세운듯 해.
이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인건지 다른 의혹이 있는건지—— 일본측은 이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 시찰을 위한 DEA의 수사원을 한 사람 그쪽으로 잠입시켜라. ] 라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한다.
겉으로는, 신설부처의 인원이 부족하니 보충을 목적으로 임시채용한 신입...... 이라는 것으로 한다고.
여기까지 얘기하면 이미 짐작했을거라 생각한다만, 네가 가는것으로 되었어.
이마오지 : ....... 임무 내용은 ?
지부설립을 위한 시찰.
이마오지 : 인 척을하고 무엇을 ? 이라 물었습니다만.
그렇게 초조하게 달려들진 말아줘.
——목적은, 어떤 남자를 감시하는거다. 이름은 유이 코타로.
잠입할 곳은, 그가 소속된 마약단속부 수사기획과.
현재의 장은 세키 다이스케. 마토리가 된 지 몇년 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수완가인 듯 하다.
이마오지 : ......
장기적으로는 다른 임무를 병행해서 수행하게 될거라 생각한다.
이번 잠입은 장기간이 될 거란 거다.
이마오지 : 다른 임무......?
......이건 DEA로서가 아닌, 나 개인의 부탁이 된다만,
들어주겠나 ? 슌.
이마오지 : ......뭔데.
이마오지 : “안 듣겠다”는 말따위, 못하게 할 거잖아.
이마오지 : 뭔데.
......만약, 유이 코타로가 약효체질을 찾아낸다면.
그 때는 네가, 이 나라에 데려와 줘.
이마오지 : ....... 어디에 쓰게.
쓰는게 아니야. 같이 지키는거다.
이마오지 : 뭘 지켜.
미래를.
이마오지 : ......너무 막연하잖아.
그렇네. 그 때가 오면 자세히 얘기하지.
아무튼, 좋은 관계를 형성해서 신뢰를 얻을 것. 그리고 너 자신도 신뢰할 것.
장소가 바뀌어도, 설령 잠시동안이라도. “동료”가 되는 것엔 변함없어.
이마오지 : ......동료, 말이지.
단지, 그쪽에 너무 정들어서 마지막에 [ 돌아오고 싶지 않다 ] 고 떼를 쓰는건 곤란하다만.
이마오지 :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알면서 그러는거지.
아닌데. 이 세상에 절대적인건 없어.
이마오지 : 그럴 일 없어.
이마오지 : 있을 리 없어, 그런 일.
[ 청사, 복도 ]
이마오지 : ( 정말 쓸데없군—...... 잠입을 뭐라 생각하는거야. )
이건 그저 일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끝나면 두 번 다시, 돌아올 일이 없는 곳이다.
의심받지 않을 정도로 잘 어울리고 있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
어차피 여기엔, 무엇 하나 남겨두고 갈 수 없으니까.
이마오지 : ( ......떼까지 쓰면서 눌러앉고 싶은 곳 따위. 있을 리 없잖아. )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어디에도 그런 건 없다.
그런 귀찮은 것———
평생, 없어도 된다.
26
[ 마약단속부, 개인실 ]
나츠메 : ......그럼, 동생분의 상태가 눈에 띄게 변하기 시작한건 작년 9월.
나츠메 : 계기는, 사법시험 합격발표. 틀림없으시죠 ?
야마구치 : ......네. 아마도......
과 안쪽에 있는, 작은 개인실.
맞은편에 앉은 여성——
“상담자”인 야마구치씨는
원래 작은 체구에 연약한 몸을 더욱 움츠리며, 고개를 숙인채로 대답했다.
나츠메 : ( ......아버지는 변호사, 어머니는 교사인 집안. 양쪽 다 엄격하고, 주위사람들의 눈을 신경쓰는 타입. )
나츠메 : ( 남동생을 걱정한 야마구치씨의 “병원에 가야한다”는 제안도 [ 동생인 본인이 거부하고있다. ] 로 일축되었고. )
나츠메 : ( 게다가 [ 쓸데없는 짓을 하지말라 ] 며 못을 박았다고. )
야마구치 : ......동생은, 저와 달리 옛날부터 우수한 아이였어요.
야마구치 :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시험과 부모님과 주변으로부터 기대에 부응해왔는데.
야마구치 : 결과가 따르지 않았던건, 처음이었어요.
야마구치 : 사법시험은 한번에 붙는게 어려운거라고, 저도 어머니도 몇 번이고 말했었어요.
야마구치 : 하지만......
나츠메 : ......아버님만은,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던거군요 ?
야마구치 : 아버지는, 완벽주의자셔서. 저희들은 [ 만점이외에는 0점과 같은걸로 알아라 ] 같은 말을 들으며 자랐어요.
야마구치 : 만점을 못 받았다고해서, 폭력을 행사한다거나, 큰 소리로 화를 내시거나 하시진 않았지만
야마구치 : ......알게되요. 지금 난 실망시켰다는 걸.
나츠메 : ......
야마구치 : 그것이, 무척. 두려워서...... 분명 동생도, 같았을거에요.
——그래, 열심히 만들었구나 ?
그럼 모두 같이 먹도록 해.
난 필요없으니까.
다음부턴 가져오지 않아도 돼.
나츠메 : ( ......쓸데없는 걸 떠올렸다. )
실망시키는게 두려운 것은, 아직 기대받고있다고 생각하니까.
[ 기대받고 있을지도 모르는 자신 ] 에 매달릴수록,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어간다.
나츠메 : ( ......이런 말을 해도 아마, 이 사람과 동생에겐 의미없겠지. 어차피 안 할거지만. )
나츠메 : ......유감스럽지만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동생분이 약물에 의존하고 있을 확률은 꽤 높다고 생각되어집니다.
야마구치 : .......
나츠메 : 한 번, 동생분을 만나게 해주실 수 없을까요.
나츠메 : 어려우시다면, 방을 보여주시는 것 만으로도 괜찮습니다.
야마구치 : ! 그, 그건......저기.
야마구치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여기에 상담하러 온것은, 부모님께도 말씀드리지 않아서.
야마구치 : 그건 좀......
나츠메 : ( ......그렇겠지. )
불쌍하게 보일정도로 파랗게 질린 여성에게, 한숨이 나와 알아 차리지 못하게 내쉬었다.
나츠메 : 그럼 마토리라고하는건 숨기고, 야마구치씨의 친구로서 방문하는건 가능할까요 ?
야마구치 : ......기본적으로, 집에 사람을 들이지말라고 하셔서.
야마구치 : 뭔가 부모님이 납득하실 이유를 댈 수 있다면, 불가능하진 않다고......생각해요.
나츠메 : ......그렇군요.
나츠메 : ( 어떡할까. 잠깐 선배들에게도 물어보는걸로하고 )
나츠메 : ( 우선 마약의 입수경로, 동생 본인의 교우관계 쪽 부터 시작해볼까. )
나츠메 :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하기로 하고
나츠메 : 앞으로에 대해선 다시 신중히 상담하기로 하죠.
나츠메 : 가까운 시일내에, 다시 대화 하게 해주신다면.
야마구치 : ....... ㄴ, 네......
야마구치 : 다시, 이쪽으로 방문하면 될까요......?
나츠메 : ......아뇨. 그 때는, 다른 곳도 괜찮습니다.
야마구치 : 아,
나츠메 : 물론, 여기가 가장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곳이긴 합니다만
나츠메 : 마토리에 상담한 사실 자체를 숨기고싶으신 상담자분들에 관해선
나츠메 : 이 사무실을 출입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야마구치 : ......죄송합니다.
나츠메 : 사과하실 일이 아닙니다.
나츠메 : ( 일이니. )
나츠메 : 그럼, 야마구치씨가 편한 곳으로 하죠.
나츠메 : 집에서 가깝지 않은 편이 좋겠네요. 지금, 직장은......
야마구치 : 아, 아직 학생이에요. 그......
야마구치 : 메이와 약학대의 대학원생.
나츠메 : 네 ?
야마구치 : 네......저. 사실은 저”도”, 생명창약 이에요. (*신약개발학과,제약학과 비슷.)
나츠메 : ......도, 라니.
나츠메 : ( 설마...... )
야마구치 : 나츠메씨도......
야마구치 : 메이와, 다니셨었죠 ?
나츠메 : ...... !
27
[ 마약단속부, 개인실 ]
나츠메 : ( 마토리라고 말하고 다니지 않을뿐, 복면을 쓰고 일하는 것도 아니고. )
나츠메 : ( 원래 나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 걸리면, 이렇게 되는 거야...... 알고있었지만. )
이건 뭐라 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다.
나츠메 : ......죄송합니다. 선배셨군요.
나츠메 : 혹시 뭐, 수업이라던가 겹쳤었나요 ?
야마구치 : 아, 아뇨 아무것도, 그런, 아무것도 없었어요.
야마구치 : 단지 나츠메씨는 성적도 우수하시고, 그래서 저...... 얘기를 자주 들어서.
야마구치 : 졸업후에도 연구동에 오시는것도, 몇 번 본적이 있어서......
나츠메 : 아-...... 그랬군요.
나츠메 : 알고계셨다면, 처음부터 말씀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야마구치 : 죄송합니다. 알려지고 싶지 않으신거면 어떡하나 하고, 말을 꺼낼 수가 없어서......
나츠메 : 아하하. 괜찮습니다.
나츠메 : 단지, 숨기고있는건 사실이니 비밀로 해주신다면 좋겠네요.
야마구치 : 무, 물론이에요.
나츠메 : ( 아—...... 다 들통나버리니, 쉽지 않네. )
나츠메 : ......
나츠메 : ( ......아니지. )
순간, 한 방법이 떠올랐다.
그런거라면, 그건 그것대로 방법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츠메 : ......야마구치씨. 아까 말씀하신 “부모님이 납득하실 이유”를 하나, 제안하고 싶은데요.
야마구치 : 네......?
나츠메 : 졸업후에도 대학에 얼굴을 내밀고 있던 “좀 특수한 후배”와 최근에 친해져서
나츠메 : [ 야마구치씨가 집에 갖추고있는 연구자료를 보고싶다 ] 고 부탁받았다.
나츠메 : 그 사람은——— “나츠하치제약을 경영하는 나츠메가의 차남” 이라고.
나츠메 : 이런 얘기라면, 어떤가요 ?
야마구치 : !
나츠메 : ( ......그렇게나 융통성없는 부모가 진출할 곳이 많은 약학부가 아니라 생명창약에 다니게하고, 대학원까지 진학시켰다. )
나츠메 : ( 분명 이 사람은, 그쪽 길에서의 취직 자체에는 불안이 없을 정도로는 우수할테고. )
나츠메 : ( 가능한 한 좋은곳에 취직시키고 싶겠지. )
나츠메 : ( 그런 딸과 대기업인 제약회사와의 커넥션—— 필요없다,고는 못 하겠지. )
야마구치 : .......그건,
나츠메 : 무리하게는 하지 않겠습니다.
나츠메 : 그저 아까도 말씀드린대로, 동생분은 마약에 손을 댔을 가능성이 꽤나 높고.
나츠메 : 때를 놓치지 전에 멈춰주지 않으면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야마구치 : ......
나츠메 : ......야마구치씨도 그렇게 생각하셨으니까, 여기에 상담하겠다 결정하신거죠 ?
야마구치 : ......
나츠메 : 마토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그대로 평범한 후배로서 돌아가겠습니다.
나츠메 : 야마구치씨에게서 상담이 있었다는건, 절대로 밝히지 않을게요.
나츠메 : 어떤가요 ?
야마구치 : ....... ......알겠,습니다.
야마구치 : 잘 부탁드립니다......
나츠메 : ......저야 말로.
나츠메 :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28
[ 수사기획과 ]
나츠메 : ......이렇게 되서. 3일후, 자택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유이 : 그렇군.
나츠메 : “나츠메 하루”로서 가는 체면상, 이미 들킨 상담자 이외에는 마토리라고 대고 싶지 않아서요.
나츠메 : 혹시 현물을 확인, 또는 남용을 현행 확인했을 경우
나츠메 : [ “마토리인 지인”에게 연락했다 ] 는 형태를 해주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이 : 그래. 그게 좋은 것 아니겠어.
나츠메 : 그렇네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유이 : 뭘 잘 부탁한다는거야 ?
나츠메 : 마토리 지인역할, 코타로씨에요.
나츠메 : 당일은 근처에서 대기 부탁드립니다.
유이 : 거절한다.
아오야마 : 거절하지마.
내가 말을하기에 앞서, 옆에서 듣고있던 이츠키씨가 틈을 놓치지 않고 쏘아주었다.
늘 있던 공방끝에, 코타로씨가 한숨을 쉬며 끄덕였다.
유이 : 가면 되잖아, 가면.
나츠메 : 아하하. 감사합니다.
아오야마 : 결국 갈거면서 매번, 쓸데없이 투정부리지마.
유이 : 하아......
아오야마 : 한숨을 쉬고싶은건 나라고. 정말이지......
아오야마 : 그건 그렇고, 너. 꽤나 대담한 짓을 했군.
나츠메 : 뭐 말씀이세요 ?
아오야마 : 본가의 이름을, 쓸거라곤 생각 못 했어.
나츠메 : 아...... 말하기 전부터 들켰었으니까, 이왕 이렇게 된거 잘 써보자고 했던것 뿐이에요.
유이 : ......그것 뿐인가 ?
나츠메 : 어,
나츠메 : 무슨 말씀이세요...... 그것 뿐인데요 ?
유이 : 그래.
나츠메 : ......뭐, 남의 말참견에 그렇게까지 휘둘리고 인생이 망가져가는것엔
나츠메 : 좀 동정해서요.
나츠메 : 되도록 쓸데없이 시간걸리지 않고 끝장 내고는 싶어요.
유이 : ......
유이 : 그래.
아오야마 : ......
———그리고, 주말.
[ 야마구치의 집, 거실 ]
야마구치 모 : ......정말로, 우리 애는 대학 얘기를 거의 하질않는데,
야마구치 모 : 전부터 나츠메군의 이름은, 잘 꺼내곤 했어요.
나츠메 : 그렇군요 ?
야마구치 : 어 ? 나, 그런 적......
야마구치 모 : 무얼. 부끄러워할 일 없단다 ? 말 꺼냈었지. 자주.
야마구치 : ....... 응......
나츠메 : ( ......역시. 이렇게 일상적으로 위압을 받으면서, 그때 그때 강제로 맞는 대답을 하게 됐던거군. )
나츠메 : ( 뭐, 나로서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예상대로인 대응을 해줘서 다행이지만. )
딸이 데리고 온 “질 좋은 친구”를 기회만 있으면 좀더 친근한 관계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투명히 보였다.
여기까지 오다니 잘 풀리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 때——
쾅 ! ! !
나츠메 : !
2층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야마구치 : ......노보루......?
나츠메 : ......그러고보니, 동생분이 계셨죠.
야마구치 모 : ......윽.
야마구치 모 : 놀라게해서 미안해요. 시험 공부중이라, 좀 불안해해서.
야마구치 모 : 오늘은 누나의 중요한 친구분이 오시니, 조용히해달라고 일러두었는데도......
야마구치 모 : 다시 한번 말하고 올게요.
굳어진 미소를 띤 채로, 어머니가 빠른 발걸음으로 거실을 나갔다.
나츠메 : ......평소엔 “손님이 오신다”고 사전에 전달해두면, 몇시간은 조용히있다는 얘기였죠 ?
야마구치 : 네...... 단지, 손님이 오신것 자체가 오랜만이어서......
나츠메 : ......
야마구치 : ......나츠메씨 ?
조용히 일어선 나에게 말을 걸어온 그녀에게,
입에 검지를 대어 보여준 후, 닫힌 거실 문을 천천히 열어 틈을 만들자
몇번이고 문을 노크하는 소리와, 숨겨져 있던 것이 명백한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고 있니 ?
왜 하필 오늘...... 말을 듣지 않는거니.
부탁이니까——— 방해하지마 !
야마구치 : ......
나츠메 : ( ......남의 집안일에, 이러니저러니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
나츠메 : ( 생각보다, 최악이네. )
.......아아아아——————— !
나츠메 : ! !
갑자기 들려온 절규에, 야마구치씨가 작게 비명을 흘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쿵,
나츠메 : ( ......? )
무겁고 둔탁한 낙하음에 뒤를 돌아보자,
큰 창문 너머, 넓은 정원의 잔디밭에는———
한 사람이 쓰러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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